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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 ⓒ 안준철
흙을 만지고 노는 아이야,
네가 한 일이었구나
하나님이 흙으로 빚으신
꼼지락거리는 고사리 손으로
기어이
기어이
일을 저질렀구나.
어둠이었던 저 곳
어둠을 사랑하는 사람들
네 초롱한 눈으로
너의 당돌한 천진함으로
다 물리쳤구나
장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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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별에서 온 어린왕자 ⓒ 안준철
작은 별에서 온 어린 왕자는
이렇게 말했지
어른들은 처음엔 다 어린아이였다고
그걸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고
어리석은 어른들은 이렇게 말을 한다지
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꿈꾸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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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렘 꿈 바람 희망, 그리고 사람들 ⓒ 안준철
별을 오억 개나 가지고 있어도
설렘이 없고
꿈이 없고
바람이 없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
그런 가여운 어른들을 닮지 말거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가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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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는 학생들 ⓒ 안준철
땀을 흘리는 아이야,
이제 알았겠구나
입은 거짓을 말할 수 있어도
손은 정직하다는 것을
고치가 제 몸을 풀어 실을 뽑아내듯
사람은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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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화 채색 작업을 하는 아이들 ⓒ 안준철
너는 혹시 부끄러웠을까?
일년 내내 넥타이를 차지 않는 아버지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
바위처럼 쩍쩍 금이 간 손등을
너는 혹시 감추고 싶지 않았을까?
이제 너는 알고 있겠지
노동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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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 매달린 아이 ⓒ 안준철
열매처럼 나무에 매달린 아이야,
지금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이 무르익을 때까지
달디 단 열매가 되기까지
나무에서 내려오지 말거라
네가 꿈을 꾸는 동안
견디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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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안준철
다만 아이야,
혼자서만 잘 살겠다는 생각은
욕심이지 꿈은 아니란다
젊었을 땐 푸른 가지를 내려
고단한 사람들 그늘이 되어주고
비오는 날 새들의 피난처도 되어주고
늙어서는 나그네의 쉼터가 되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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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는 아이 ⓒ 안준철
우는 아이야,
너는 너란다
너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지
눈이 동그란 사람만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심심할까
기계로 만든 사람은 다 그렇단다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생긴 사람은
다르단다, 너는 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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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얼굴 ⓒ 안준철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은
너의 얼굴, 너의 생명
쓸모 없이 태어난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만인의 얼굴이여!
만인의 사랑이여!
설렘 꿈 바람 희망, 그리고 사람들
포기하지 말자
파묻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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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선 선생님 ⓒ 안준철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어라!
개인의 안일과 영광보다는
아이들의 설렘이 되고
아이들의 꿈이 되고
아이들의 바람이 되고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는
아, 선생님, 선생님들!
그 눈물어린 가르침대로
애써 공부하여 남 주거라
남을 지배하는 자가 되지 말고
섬기는 사람이 되거라
이제 너만의 밀실에서 나와
광야를 꿈꾸는 자가 되거라
만인의 사람
만인의 사랑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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