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5일 오후 한총련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검찰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유영업 수배해제 모임 대표.오마이뉴스 남소연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정치 수배자들이 오는 20일을 시작으로 경찰에 공개 출두한다. 한총련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모임(이하 수배해제 모임)과 전국 수배자 가족 모임은 지난 17일 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특히 이번 공개 출두에는 지난달 대검이 밝힌 불구속 수사대상자(79명)에 포함되지 않는 장기 수배자나 한총련 간부를 지냈던 학생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여 향후 이들의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그간 수배해제 모임의 대표를 맡아왔던 유영업(28·제5기 한총련 의장권한 대행)씨를 비롯, 이현주(32·제5기 한총련 간부)·송승훈(31·제5기 한총련 간부)씨 등 7년째 수배 중인 최장기 수배자와 6년째 수배 중인 송용한(30·제5기 한총련 지역간부)씨 등 장기 수배자도 출두할 예정이다.
유영업 수배해제 모임 대표는 18일 "수배해제 모임 사무실로 출두 여부에 대한 의사타진을 해오는 학교나 수배학생이 많았다"며 "이들의 출두를 막을 명분이 없어 공개출두 시점을 정하고 법적 지원을 위해 민변 등 사회단체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해 이들의 출두를 지원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 출두 여부는 수배학생 개인 및 소속 대학의 판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유 대표는 "개인 의사에 따라 출두할 학생들은 20일을 기점으로 소속 대학에서 기자회견 등의 형식을 갖춘 후 검·경에 출두할 것"이라며 "현재 서울은 동국대·단국대 등 대부분의 학교가 참여의사를 보였고 전국적으로도 대다수의 수배 학생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공개출두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9월초까지로 내다봤다.
또한 탈퇴서 문제 등 수배자들의 자진 출두 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법적·인권적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달 29일 민가협·통일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결성한 '한총련 수배문제 완전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의'(이하 비대위)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수배학생이나 수배자 소속 대학이 출두 의사를 밝히면 비대위에서 민변 등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경찰 수사 때 도움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특히 수사 과정에서 탈퇴서 적용 여부는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초 한총련 수배자들은 이달 초 총회를 통해 대검 방침에 대한 결정권을 현 한총련 중앙상임위에 위임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에 걸친 회의 결과, 제11기 한총련 집행부가 이렇다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수배자 모임과 가족들이 다시 모여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한총련 내부에서 '검찰의 조치를 거부하고 전면 수배해제 운동과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과 '대검의 조치를 받아들이고 단계적으로 완전 수배해제 및 합법화를 이뤄야 한다'는 현실론이 공방을 벌이는 등 의사 결정을 놓고 내홍을 겪어왔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수배해제 모임은 단계론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유 대표는 "이번 결정은 대검의 조치를 전면 환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향후 한총련 수배자 전원 수배해제 및 합법화를 위한 단계 중 하나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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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수배자들, 향후 국보법 폐지 운동 나선다
한편, 수배해제 모임은 공개 출두와 함께 향후 대대적인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수배해제 모임은 18일 발표한 입장을 통해 "향후 완전한 수배해제 및 한총련 합법화를 위해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나서자고 결정했다"며 "한총련 수배자 문제에서도 드러났듯 현재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을 낳는지 국민에게 알리는 활동이 의미있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결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수배해제 모임과 수배자 가족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등 사회단체와 함께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전국순례단'(가칭)을 결성, 범국민 서명운동, 전국순례, 폐해 알리기 등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는 최근 한총련 수배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수배자 선언운동'(이하 수배자 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 수배자 운동은 지난 8일 한 수배자가 한총련 사이트(hcy.jinbo.net) 내의 게시판에 이를 제안하는 글을 올리고 이후 각 대학 수배자들이 이에 동의를 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운동은 "한총련 수배 문제와 합법화는 악순환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피해자이며 책임 당사자인 수배자들이 전면에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총련 수배자 전원 수배해제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의 근거인 국가보안법 철폐 등이 골자이다.
이에 대해 현재 3년째 수배생활을 하고 있는 한 수배학생은 "이 운동은 대검의 수배해제 조치에 안주하지 않고 당초 목적인 '전면 수배해제' 및 '합법화'를 위해 수배자들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의미"라며 "집단이든 개인이든 경찰 출두 여부에 상관없이 수배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까지 수배자 운동에 동참한 수배학생은 총 72명.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제11기 한총련과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대외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제11기 한총련 또한 이들의 활동에 동참할 뜻을 표해 향후 활동이 주목된다.
다음은 수배해제 모임이 18일 밝힌 입장 전문.
<성명> 투쟁성과를 이어 완전한 한총련 수배해제, 합법화를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며
앞으로 부당한 이적규정과 수배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도 용인되어서도 안된다!
1. 6년간의 이적단체 규정과 1500여명이 넘는 수배와 구속 … 전국적 학생운동조직인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은 엄연히 개인에 대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침해이며, 대학사회의 건전한 사회비판과 토론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우리 사회의 커다란 손실이다. 아울러 부끄러운 국제사회의 수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역사는 아무리 가리려 하여도 반드시 기록될 것이며, 바로 잡힐 것이다.
2. 7월 25일 대검찰청의 발표는 지난날의 비상식적 탄압에 대한 전사회적인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수배자들과 가족들이 직접 나서 이를 알리는 숭고한 투쟁과정에서 쟁취한 소중한 성과이다.
애초부터 공안당국은 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으며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굽힘이 없었으며, 결국 결과를 내었다.
3. 그러나 한총련 이적단체 임의 규정과 수배학생 선별해제라는 대검찰청의 발표는 미흡하다. 이유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적 없이 아직도 11기를 이적단체라고 운운하는 것과 부분적인 선별해제라는 것은 국민통합과 개혁을 위한 조치로써 단행한 수배 해제 조치의 취지와 어긋난 점이다.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은 어떠한 이유로도 납득할 수 없는 것으로 앞으로 7년째 '이적단체'로 규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 공안당국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합법화 문제와 활동문제는 명백히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연관지어 하여 논의중단 이니 뭐니 하는 것은 활동에 발목을 잡겠다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다. 발표이후에도 수배자 연행, 탈퇴서 운운 등 어떻게 해서든지 이 문제를 어렵게 만들려고 하였다.
공안 당국은 애초 수배 해제 조치를 바라는 사회각계의 요구를 수용하고 그 수배 해제 조치 본연의 취지를 살려 한총련 수배 학생 전원에 대한 수배 해제 조치를 단행하여야 한다.
4. 완전한 한총련의 합법화를 위해서는 국내외적으로 폐지여론이 높은 국가보안법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를 위한 법도, 국민을 위한 법도 절대 아니다.
해방이후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여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우리 사회 양심적인 사람과 단체 들을 수없이 체포 구속하게 하고 목숨까지 앗아간 최악의 악법이다.
아울러 통일을 위한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막는 반통일적 악법이다. 한총련에 대한 이적단체 운운이 아직까지 계속되는 요인도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국가안보를 운운하면서 양심적인 이들과 단체를 탄압하며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 왔던 악법이 아닌가?
이의 폐지를 위해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떨쳐나서야 한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피해 받은 이들로서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 순례단>을 여러 단체에 제안, 결성하여 이의 폐지운동을 벌일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한총련을 완전히 합법화하는 것, 정치수배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으로도 될 것이다.
5. 대검찰청 7.25 발표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를 매년 관례적으로 수배를 하는 경우를 없애는 중대한 전환적 계기가 되었음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지난 6년간의 사상 유례없는 인권침해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향후 한총련의 완전한 합법화를 위한 중대한 과정으로 보며, 학생운동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해소하고 대학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과정임을 재확인하였다.
현재 학교 별 상황과 관련하여 7.25 발표에 대한 법적종결절차 등의 대응 요구가 높아가고 있는 조건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한총련 수배해제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회의와 민변 차원의 공동변호인단을 조속히 구성하기로 하여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이 과정에서 탈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구체적인 사회단체대응, 법적 대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애초 대검발표에서도 국민 앞에 확언했던 것으로 검찰 일각에서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비난만을 자초할 것이다.
6. 한총련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는 일방적인 왜곡과 보도뿐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큰 문제가 있는 마냥 부풀려 보도하거나 악의적으로 보도하려 하였다. 언론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아예 없었다. 오히려 사대적인 보도행태까지 보았다. 언론은 크게 각성하여야 한다.
2003년 8월 18일
전국 한총련 수배자 가족모임
한총련 관련 정치수배해제를 위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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