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영화관, 꼼꼼히 살펴보셨나요?”

[안전도시③] 영화관 안전 실태 점검

등록 2003.08.26 15:16수정 2003.08.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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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일간지 기사에 따르면 최근 하나의 문화코드로 대표되며 급증하고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매출액이 연 1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영화관 특수'로 인해 영화관 관계자들이야 배를 두드리며 돈을 긁어모으고 있겠지만, 우리도 모르게 항상 따라다니는 안전이라는 그림자에 대해서 영화관들은 얼마나 인지하며 대비하고 있을까?

이에 참언론 기자단은 '안전도시 만들기' 세 번째 순서로, 영화관의 안전실태에 대하여 대구보건대학 소방안전관리과에 재직하고 있는 전중함 교수(49)와 함께 대구시내의 대표적 영화관 세 곳을 동행취재, 대구지역의 영화관의 안전실태를 점검해봤다...<편집자 주>


대구 시내 3개 영화관, 전문가와 동행 취재

대구지하철 참사이후 많은 대형건물들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많은 대형건물 중 참언론 기자단에서 초점을 맞췄던 영화관의 경우 밀폐된 공간ㆍ 컴컴한 실내ㆍ영화자체 소리에 의한 경보감지의 어려움 등 평소 사고에 대한 많은 위험요소의 노출로 다른 어떤 대형건물보다도 시민들이 안전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곳으로 지적되었던 장소이다.

실제 전중함 교수와 함께 세 곳의 영화관을 살펴본 결과, 세 곳의 영화관 모두 법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의 소방법상의 최저안전시설은 갖추고 있었지만 실제 화재발생 때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상당수 지적되었다.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에서도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특히 조금만 안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즉시 해결될 수 있었던 부분들이 많이 있어 아쉬움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 방화셔터 △ 피난통로와 비상유도등 △ 안전교육 부분은 모든 영화관에서 전중함 교수에 의해 공통적으로 지적된 부분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박스기사 참조)

또 전중함 교수는 무조건 최신시설을 설치하여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보다는 기존시설의 보완과 사후관리 등 인적시스템에 의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J 영화관- “상영관 내부 감지기 추가설치, 스프링클러 갖춰야”
복잡한 건물 구조는 긴급 상황 시 혼란 야기


처음으로 대구시내에 위치한 J 영화관을 둘러보았다. 전중함 교수는 J 영화관의 경우 “영화관 증축공사로 인해 각 상영관의 입구와 출구가 일관적이지 못한 구조를 보여, 실제 긴급상황의 경우 많은 혼란이 있을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법규상으로는 극장건물의 외부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 상황을 알 수 있고 대피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소방관련법규가 무척 완화되어 적용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a 시각 효과를 위해 설치한 천장구조물이 감지기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시각 효과를 위해 설치한 천장구조물이 감지기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 박희석

또 J 영화관 1층 로비의 경우 시각 효과를 위해 설치된 천장의 조형물 구조의 형태가 오히려 천장에 붙어있는 2개의 연기감지기의 작동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천장에 부착되는 감지기들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천장의 높이가 높고, 빨리 퍼질 수 있도록 되도록 화려한 장식이나 구조물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J 영화관의 상영관 내부를 살펴보았다. J 영화관의 경우 천장에서 스프링클러를 찾아볼 수 없어 전중함 교수도 이 부분에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상영관 내부의 감지기 추가설치와 스프링클러의 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영화관 - “상영관 출구 수 적고 연기 흡입구도 형식적”
고층 건물, 안전 문제 세심한 배려 필요


다음으로 찾은 극장은 J 영화관의 맞은편에 있는 A 영화관이었다. A 영화관의 경우 직사각형 건물형태에 양옆을 상영관이 차지하고, 가운데 공간에는 대기실이 자리잡은 형태로 건물의 구조파악이 쉽고, 계단도 충분히 넓으며(비상계단도 그나마 2개), 또 매 층마다 구조 안내와 설계도가 전시되어 있는 점은 다른 영화관들에 비해 장점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최근 문화관광부가 3층 이상에 영화관을 설치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령을 제고하고 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은 3, 5, 7층에 위치한 A 영화관은 그만큼 안전문제에 있어 더욱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중함 교수는 지적했다. 또 A 영화관의 경우 1층 출입구가 바로 옆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 의해 상당수 가려져 비상상황 시 대피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a 방재시설들이 근접 설치된 경우 실제 작동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방재시설들이 근접 설치된 경우 실제 작동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 박희석

A 영화관의 경우 상영관 내부에서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는데 우선 A 영화관은 휴게시설 공간에는 스프링클러가 있지만 감지기가 보이지 않았고, 또 타 영화관에 비해 상영관 출구수가 한 두 개 정도 적었다.

또 상영관 천장에는 환풍기와 흡입구가 너무 붙어 있어서 화재시 흡입구를 통해 유입되는 찬 공기가 그대로 환풍기를 통해 빠져나갈 경우도 예상돼, 실제 가동 시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M 영화관- “비상구 표시 잘못되어 있고 잠겨진 출구 많아”
최신 시설인데도 안전대책 미흡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대구에서 가장 많은 상영관(15개)을 가지고 있는 M영화관이었다. M영화관의 경우 지난해 6월 최첨단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였기 때문에 소방시설 면에서는 가장 최신의 시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완전히 노출된 건물구조는 방화구역도 그만큼 노출이 크기 때문에 화재시 상대적으로 연기가 쉽게 빠져 방재에도 유리하다고 한다.

a 잘못 표시된 비상구 - 문이 없는데도 비상구 표시가 되어 있다.

잘못 표시된 비상구 - 문이 없는데도 비상구 표시가 되어 있다. ⓒ 박희석

하지만 좋은 시설에도 불구하고 역시 비상구 표시가 불필요한 곳에 버젓이 설치되어 있었고 정작 상영관 안에서는 감지기가 잘 보이지 않았다. 또 관리를 위해서인지 출입구를 제외한 비상문들은 모두 잠가놓아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모두 한곳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크기가 2배 커지면 안전시설은 4배로 설치돼야”

영화관을 둘러본 전중함 교수는 최근 급격히 들어서는 멀티플렉스 극장들을 보면서, 규모만을 키워가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영화관계자들이 과연 버는 이익만큼 안전이라는 필수요소에 대한 생각도 따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나타냈다.

a 대구보건대학 전중함 교수

대구보건대학 전중함 교수 ⓒ 박희석

전 교수는 “자꾸 복잡해지고 통제가 필요한 복합건물이 지어지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크기가 2배 커진다면 안전에 대한 비용은 그 제곱에 비례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처럼 잘 살게될수록 당연히 늘어나는 것은 안전종사자다”라며 “구조와 설계를 변경해가며 더 큰 이윤만을 추구하는 영화관계자들이 안전에 대한 제대로 된 철학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영화관들이 버는 액수, 수익에 대한 안전투자가 반드시 지불돼야 한다. 안전은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기에 편함과 안이함을 추구한다면 결국은 절망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전중함 교수의 따끔한 지적은 대구 시내 영화관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중함 교수가 제기한 영화관 안전실태 문제점과 개선책


공통적 문제 ① 비상구

동행 취재한 3곳의 영화관의 경우 비상구, 비상계단의 문제점이 모두 지적이 되었다. 우선 J 영화관의 경우는 다른 영화관에 비해 출구계단(비상구 겸용)이 가장 좁아 화재 시 효율적 대피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고, 층계표시도 불분명했다. 또 A 영화관의 경우는 비상계단 표시가 눈높이 보다 한참 위쪽에 위치해 파악이 쉽지 않았다. 다음으로 M 영화관은 비상구 표시가 불필요한 곳에 버젓이 설치되어 있거나 건물관리를 위해서인지 비상문이 잠겨있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모두 한곳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어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전중함 교수는 "비상구가 좁다고 해서 무턱대고 계단을 넓히는 방법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된 비상구 표시가 더 효율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계단은 좁지만 출입구가 많은 J 영화관의 경우는 문 위쪽에 달린 '비상구' 표시보다는 문의 개폐여부를 알려주는 '열린 문, 닫힌 문' 표시를, 고층에 위치해 많은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A영화관에는 안전한 대피를 위해 '좌측통행' 발자국 표시나 야광 띠를 사용한 비상구 표시를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했다.
또 원형의 출구를 가진 M영화관의 경우는 빙 둘러쳐진 모든 방화셔터 위에 비상구 표시를 하기보다는 출구 쪽으로 화살표를 몰아서 표시해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대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통적 문제 ② 방화셔터

보통 출입문 위쪽에 설치되어 있는 방화셔터는, 화재가 발생한 곳의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해서 화재확산을 방지하고, 화재피해를 받지 않은 곳을 보존해서 대피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이에 "방화셔터의 효과적 사용을 위한 영화관 관계자들의 올바른 의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전중함 교수는 지적했다.

J 영화관의 방화셔터의 경우 스위치상자가 쇠문으로 굳게 잠겨 경비원의 열쇠가 있어야만 열리는 방식이다. 때문에 만약 경비원이 없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관람객들은 꼼짝없이 비상셔터에 의해 출구로 가는 길을 통제 받게 되어 더 큰 인명피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중함 교수는 "지금의 경비원의 열쇠만으로 열어야 하는 기존의 셔터함의 방식에 보완이 필요하다"며 본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의 사례 - 비상시에만 신발, 주먹 등으로 깨는 공개형 모델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통적 문제 ③ 안전교육의 문제

세 곳의 영화관을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 또한 전중함 교수는 지적했다. 하지만 동행 취재 중 영화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 실시나, 실태 등에 대해 한곳에서도 명확한 대답을 들을 수 없어, 단지 매표접수원으로 직원들의 역할을 한정시키는 현 역할모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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