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가족 6시간만에 시신 꺼내...가족 오열

주민들 "수차례 민원냈다"며 울분

등록 2003.09.13 10:16수정 2003.09.1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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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산 산사태로 안방 천장까지 날려버린 참사 현장. 매몰된 일가족 3명의 시신은 새벽 5시가 돼서야 꺼낼 수 있었다.
안심산 산사태로 안방 천장까지 날려버린 참사 현장. 매몰된 일가족 3명의 시신은 새벽 5시가 돼서야 꺼낼 수 있었다.박성태
날이 밝자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들이 도시 전역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수시 안심산 산등이 무너져 내려 일가족 3명이 숨진 사고 현장도 사고 발생 6시간이 지난 13일 새벽 5시가 돼서야 겨우 시신을 구해 냈으나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여수시 안산동 LG화학 사택 뒤 여천광명교회 뒷집에서 일어난 이번 참사에 소방대원 20명과 포크레인 2대가 새벽 내내 구조 작업을 펼쳤으나 태풍 '매미'의 위력앞에 무기력하기만 했다.

일가족 3명이 숨진 매몰 주택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안방 전체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김강현씨와 장모 정옥기씨는 안방 천정까지 완전히 뒤덮인 매몰 현장에서 새벽 5시경 시신이 모습을 드러내자 끝내 오열을 하고 말았다. 아내와 남매를 잃은 김씨는 말문이 막힌 채 주저 앉아 마을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구조현장을 지켜보다 새우잠을 자고 나온 마을 주민들은 "비만 오면 흙탕물이 흘러 내려 시청에 몇차례나 민원을 냈는데 안하무인이였다"며 예기치 않은 참사가 일어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전...전화 불통, 매몰 가족을 구조하기위한 포크레인도 추석 연휴탓에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정전...전화 불통, 매몰 가족을 구조하기위한 포크레인도 추석 연휴탓에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박성태
태풍 '매미'가 어제(12일) 밤 오후 8시경 관통한 여수시는 당시 만조때로 저지대 지역에 큰 침수 피해를 입혔다. 일가족 3명이 매몰 당한 여수시 안산동 일대 도로는 성인 남자 무릎까지 물이 차올라 도로가에 주차된 차량들이 미아처럼 흐트러지고 일부 차량은 전소되기도 했다.

안심산 인근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다 날이 밝자 삽과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로 나와 마을을 청소하며 평온을 되찾고 있다.


한편 12일밤 오후 9시경 여수시 오림동 부영 모델하우스 부근에서 60대 성명 미상 남자가 맨홀에 빠져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고자가 침수 지역을 건너다 맨홀에 빠진 남자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가 양손을 붙잡았으나 맨홀내 물살이 너무 세 신고자도 빠질 것 같은 상황에서 손을 놓치는 바람에 실종됐다고 밝혔다.


화재 사고도 이어졌다. 13일 새벽 2시 40분경 오동도 종합상가가 전기 합선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상가 횟집 6곳이 불에 타고 덕충동 경산 장례식장의 변압기 사고로 발생해 장례객들이 암흑에 휩싸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재 제 2터널 공사 현장 철골과 토사가 무너져 내려 한재 터널 진입이 전면 중단됐다. 터널 공사업체는 긴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하루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3일 오전 9시 현재 여수시의 인명피해는 사망 4명, 실종 1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아직까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안산동 주민들은 수차례 산사태를 우려해 민원을 냈지만 허사였다며 참사를 안타까워 했다.
안산동 주민들은 수차례 산사태를 우려해 민원을 냈지만 허사였다며 참사를 안타까워 했다.박성태
사고 현장 주변은 산사태로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한 채 여수시 안산동 여천광명교회 골목길에 세워둔 차량이 심하게 파손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 현장 주변은 산사태로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한 채 여수시 안산동 여천광명교회 골목길에 세워둔 차량이 심하게 파손된 채 모습을 드러냈다.박성태
사고 현장을 밤새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날이 밝자 청소에 나서며 평온을 되찾고 있다.
사고 현장을 밤새 지켜본 마을 주민들은 날이 밝자 청소에 나서며 평온을 되찾고 있다.박성태
만조때 들이 닥친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안산동 일대가 침수됐다.
만조때 들이 닥친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안산동 일대가 침수됐다.박성태
한재 제 2터널 공사 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 차량 소통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재 제 2터널 공사 현장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려 차량 소통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박성태
부영1단지 건설 현장도 공사 보호막이 쓰러져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
부영1단지 건설 현장도 공사 보호막이 쓰러져 도로가 정체되고 있다.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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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창간 첫 잉걸기사를 작성한 사람으로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호남매일 정치부 국회출입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저는 광주전남지역 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비평과 자치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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