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국보 경회루 앞에서 야간국제행사라니

[주장] 문화재 관리를 위해 장소 변경 고려해야

등록 2003.10.06 14:49수정 2003.10.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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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로 연기되었던 제28차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연차총회가 2003년 10월 14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된다.

국제증권감독기구는 각국의 증권감독기구간 협의를 위한 국제기구로 1975년 설립되었으며 전체 171개 기관이 가입되어 있다. 금감위/금감원(전 증권감독원)은 1984년 정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증권거래소, 증권업협회, 코스닥증권시장 등이 관계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이번 연차총회에는 주요국 증권감독기관장 및 고위실무자, 국내외 증권/금융계 인사 등 400여명이 참석한다고 한다. 행사는 COEX에서 열리며, 10월 16일 만찬은 국제관례대로 개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열린다고 한다.

a 한창 단장 중인 경회루

한창 단장 중인 경회루 ⓒ 황평우

필자가 확보한 문화재청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만찬의 경우 경회루 앞 수정전 잔디밭에서 일반관람객이 모두 퇴장한 이후인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된다.

저녁식사와 함께 당일 진행되는 “궁중복식전” 관람을 위해 무대시설(조명 포함)이 설치되며 술과 흡연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재털이와 음식물 받침대까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금융감독원측은 식사는 예정돼 있으나 음주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필자가 행사 이벤트업체 측에 공식 확인을 요청했으나 6일 현재 답변이 없는 상태다.

현재 경복궁은 사적 제117호로 지정되어있으며, 경회루는 국보 제224호로 지정되어 국가에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일반인의 경복궁 관람은 인근 청와대 경비문제로 인하여 제한시간이 엄격히 통제되며, 문화재 보호를 위하여 화재에 대비, 흡연은 물론 음식물 반입이 철저하게 금지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경회루에서 밀레니엄 행사를 열고 폭죽을 쏘아올려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고, 그 외 패션쇼(자경전 앞), FIFA 만찬회가 경회루 앞에서 개최되었던 적이 있다.

자경전 앞에서 개최했던 패션쇼에서도 출연진의 흡연과 음식물들이 난잡하게 버려져서 문제가 되었으며, FIFA 만찬회를 위해 경복궁내의 경관을 훼손하는 소나무를 무분별하게 심어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이번 만찬회를 위해 한 달 전부터 경회루의 단청공사가 급하게 시작되었으며, 바닥의 전돌 교체공사가 진행중이다. 전돌의 경우 교체한 것은 아무리 깨어지고 볼품이 없어도 보관해 놓아야 하지만 전부 버려진다고 한다.

국제행사에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자국국민들과 형평성도 맞지 않고, 신중하게 보호되어야할 국보 유적 앞에서 이런 행사를 계속해야하는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민속촌이나 영화(촬영) 세트장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체험을 해보며 즐겨보는 행사의 기획이 되어야 한다.

최근 원주 구룡사 대웅전과 함양의 농월정 전소에서 보듯이 언제 어떻게 화재가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또한 대규모 인원이 야간에 출입함으로써 훼손이 우려되는 국보 문화재의 관리를 위해서라도 이번 행사의 장소변경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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