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범씨, 당신이 그런 말할 자격 있소?"

한나라당 KBS 출신들의 'KBS 흔들기'에 KBS 노조 반발

등록 2003.10.06 16:19수정 2003.10.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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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범은 누구?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성범 전의원은 40년 경남 밀양 출생으로 지난 65년 KBS에 기자로 입사해 워싱턴 특파원, 파리특파원, 외신부장, 국제부장, 유럽총국장, 해설위원장 등을 거쳤다.

86년부터 91년까지 9시뉴스 앵커로 이름을 날린 박씨는 그와 동시에 한국 방송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땡전뉴스' '땡노뉴스'의 선봉이었다는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가지고 있다. 이후 보도본부장과 방송총본부장 등 KBS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93년 KBS를 그만 둔 뒤 96년 당시 신한국당 소속으로 제15대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97년 신한국당 이회창 경선후보 대변인과 대선본부 TV대책위원장, 총재특보 등을 맡았다. 제16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지난해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미디어위원장으로 활동했다. / 신미희 기자
한나라당 내 KBS 출신 전현직 의원들이 'KBS 흔들기'에 앞장서고 나서자 KBS 내부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80년대 신군부 독재정권을 옹호하며 '땡전뉴스' '땡노뉴스' 등 용어를 만들어낸 주역이 저격수로 뛰면서 반발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80년대 KBS 9시 뉴스의 대표적인 앵커 출신인 박성범 한나라당 전의원은 6일 <조선일보>에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이란 기고를 통해 KBS가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박 전의원은 그 근거로 KBS 프로그램의 상업화·편향성 시비와 함께 송두율 교수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들었다. 또 최근 시민단체의 시청료 거부 움직임과 정치권의 시청료 통합징수 폐지 움직임에 맞닥뜨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저항에 부딪쳤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면서 "얼마 전부터인가 또다시 KBS는 권력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이 93년에 있었던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 사태는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라며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을 때 KBS의 설 땅은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KBS 사장은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어서는 안된다"며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그는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고 능력 있는 방송인에게 KBS를 돌려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박 전의원 주장에 대해 KBS를 비롯한 언론계 안팎에서는 '그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김영삼)는 6일 '박성범씨, 당신이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박 전의원은 80년대 편파방송의 대표적인 '부역방송인'으로 KBS가 '땡전·땡노뉴스'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했던 인물이라고 반박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그동안 그의 손가락 끝에서, 그의 혀로 얼룩져온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하기 위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뉴스앵커라는 자리를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박씨는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잡은' 과거를 한번이라도 반성해본 적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언론노조 KBS본부는 박 전의원이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꼽은 대표적인 낙선운동 대상자이자, 기업체로부터 1억원 넘는 돈을 받아 골프 외유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KBS 방송본부장 출신이라는 사람이 수신료와 시청료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고 능력 있는 방송인에게 돌려주라'는 그의 주장과 관련, "KBS사장 직함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역으로 제기한 뒤 "부끄러운 과거를 국민 앞에 사죄하고 KBS로 하여금 가야 할 길을 가게 하라"고 촉구했다.

KBS 노조위원장 출신인 현상윤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시 박 전의원의 주장을 '어불성설'로 일축했다. 현 부위원장은 "땡전뉴스에 앞장섰던 박씨가 '권력으로부터 방송의 중립성' 운운하는 게 일종의 코미디"라면서 "KBS는 정권 내정자의 사장 선임을 강력 저지하는 등 정권에 유착했던 과거 오욕을 벗어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KBS 흔들기'는 지난 2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KBS 국정감사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이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특집 방송을 통한 송두율 교수 미화 △정연주 사장 93년 간첩단사건 연루 의혹 △KBS 프로그램의 편향성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정 사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KBS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KBS 앵커와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윤성, 김병호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땡전·노 뉴스' 선봉이 바라본 정연주 KBS 사장


다음은 박성범 전의원이 쓴 <조선일보> 6일자 시론 '정연주 사장, 스스로 사퇴를' 전문이다....편집자 주


정연주사장, 스스로 사퇴를
- 이젠 간첩사건까지 연루...공영방송의 위상 회복해야


공영방송 KBS가 중대한 시련에 봉착해 있다. 그동안 KBS는 많은 시청자로부터 상업방송과 다름없는 프로그램을 쏟아낸다는 지적과 시대적, 정치적 사안에 대한 방송내용의 편향성 시비를 받아오던 터였다.

이에 보태 최근 시민단체의 시청료 거부 움직임과 정치권의 시청료 통합징수 폐지 움직임에 맞닥뜨려 있다. 재독학자 송두율씨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과 관련, 공영방송의 본분을 망각한 의도성을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다행히 6·29선언과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 그리고 KBS 전 직원의 피나는 노력으로 시청자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해 시청료 납부 거부로 야기될 뻔한 재정적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인가 또다시 KBS는 권력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송두율씨의 귀국과 관련해 앞장서 그의 입장을 두둔하고 과거행적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서둘러 제작 방영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위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더욱이 송두율씨와 KBS 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과는 오랫동안 특별한 관계였음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한겨레 논설주간 시절 송두율씨를 해외 칼럼니스트로 선임해 그의 글을 신문에 여러차례 게재하였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다 지난 2일 국정감사에서 정 사장이 93년에 있었던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사태는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정 사장의 간첩사건 관련 여부는 현재로서는 진위가 쉽사리 가려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수장이 간첩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국민 '의식산업'의 중추인 KBS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거기에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KBS의 경영을 지도 감독하는 이사회 이사장이 송두율씨의 귀국을 독일까지 가서 설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는 비록 두사람이 자연인으로 오랫동안 친교가 있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공영방송 KBS의 성격과 위상으로 볼 때 대단히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볼 수밖에 없고, KBS가 송씨의 귀국에 맞춰 제작 방영한 다큐멘터리의 제작배경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KBS의 6000여 직원과 그곳에서 일해온 수많은 순수 방송인들은 우리나라 공영방송이 겪은 영욕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 시청자로부터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기울인 그들의 크고 작은 땀과 눈물, 노력이 오늘날의 공영방송 KBS를 키워왔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KBS를 향해 보내준 국민들의 끊임없는 애정이 오늘날 한국의 공영방송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어왔음도 부인할 수 없다.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을 때 KBS의 설 땅은 사라진다. 시청료 거부와 통합징수 폐지는 공영방송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KBS를 지켜온 수많은 방송인들의 긍지를 살리고, KBS가 당면할 국민들로부터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KBS의 재정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통합징수의 지속을 위해서도 정 사장은 지체 없이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종수 이사장도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KBS 사장은 그 막강한 영향력으로 볼 때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전 국민이 모두 지켜보면서 배우고 즐기는 국민의 '정신적 지주'인 KBS를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고 능력 있는 방송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다.

(박성범. 전 KBS 방송총본부장. 한서대 교수)

다음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6일 발표한 '박성범씨,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습니까?' 논평 전문이다.

박성범씨, 당신이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습니까?

"KBS는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으로 시청료 거부라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중략)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을 때 KBS의 설 땅은 사라진다." (<조선일보> 10월 6일자 칼럼에서)

이 말이 과연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바로 '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을 옹호하는 편파방송'의 한 축을 맡아왔던 대표적인 '부역 방송인' 박성범씨가 내뱉은 말이다. KBS 뉴스로 하여금 "땡전뉴스에 이은 땡노뉴스"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했던 이가 박성범씨가 아니고 누구였단 말인가.

우리는 그 동안 그의 손가락 끝에서 춤을 췄던 KBS 보도의 비행과 그의 세치 혀로 얼룩져온 KBS의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하고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는, KBS 뉴스 앵커라는 자리를 바탕으로 국회에 입성했던 방송인 박성범씨는 그 부끄러운 과거를 한번이라도 반성한 적이 있었는가? '시청자를 외면하고 권력과 손을 잡은' 과거에 대해서 한번이라도 고개숙여 사죄한 적이 있었는가?

지난 2천년 16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꼽은 대표적인 낙선운동의 대상자 가운데 하나였던 박성범씨가, 기업체로부터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골프 외유를 했다는 이유로 경실련이 의혹을 제기했던 그 박성범씨가, 지금 KBS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그는 "KBS는 권력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시청자들로부터 받기 시작했다"며 불확실한 일부 신문들의 보도를 근거로 KBS 흔들기의 선봉임을 자처하고 있다. '前 KBS 방송총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내걸고 말이다.

박성범씨는 칼럼에서, 정사장의 간첩사건 관련 여부의 진위를 가리기 힘들다면서도 "간첩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KBS 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받았다"면서 "KBS 의 재정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통합징수의 지속을 위해서도 정사장은 지체없이 용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KBS 방송총본부장 출신이라는 사람이 시청료와 수신료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한나라당의 주장을 본떠 시청료라고 우기는 것도 우습거니와 "KBS를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경륜있고 능력있는 방송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는 데 이르러서는, 그가 'KBS 사장'의 직함을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우리는 진정으로 박성범씨에게 말하고 싶다. 부끄러운 과거를 전 국민 앞에 사죄하고 KBS로 하여금 가야 할 길을 가게 하라. KBS는 이제 더이상 당신과 같은 사람의 일방적인 '색깔 덧씌우기'에 발목잡힐 이유가 없다. 이제야말로 KBS를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정치 앞에 떳떳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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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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