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37

세상에 이럴 수가…! (6)

등록 2003.10.13 15:25수정 2003.10.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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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화가 이회옥을 천거한 이유는 방옥두의 주검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었다.

단지 같은 무림천자성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동료에 대한 뜨거운 마음과 조직에 대한 충성이 없다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눈물이었기에 감동했던 것이다.


모친과의 해후 때문에 흘린 눈물을 오해한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 눈물 덕분에 풀려난 것이다.

* * *

"접매, 북명신단은 잘 보관하고 있지?"
"그럼요. 헌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요?"

"으응! 그걸 소성주께 드리는 것이 어떨까해서."
"예에…? 그걸 누구에게 준다고요?"

"그래! 소성주께서 장차 천하를 다스리려면 무엇보다도 강해지셔야 해. 그래야 일월마교나 화존궁같은 마도 문파들이 득세를 못하지. 어차피 나나 접매나 그걸 복용할 수 없잖아."
"그래도, 우리가 그걸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알아, 알아! 그것 때문에 천뢰도에서 죽을 뻔했지."
"그런데 어찌…? 우리가 그걸 왜 만들려고 했는지 혹시 잊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그럼, 그걸 왜 잊겠어? 유대문과 왜문, 이 둘 때문이지."
"그런데 그걸 철기린에게 주면 어떻게…?"


호옥접은 장일정이 무천의방 부방주 자리에 안주하려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하였다.

조만간 장일정이 무천의방의 방주가 되기는 될 것이다. 그 시기는 철기린이 성주에 취임한 직후가 될 것이다.

무천의방의 방주라 함은 천하제일의를 지칭한다.

만인의 흠모를 받는 자리이며 막대한 은자를 녹봉으로 받는 자리이다. 따라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욕심을 부릴만한 자리이다.

신선도에서 헤어졌다가 처음 만났을 때 장일정은 왜 무천의방에 몸담게 되었는지를 소상하게 설명한 바가 있었다.

무림에 나와보니 아무런 뒷배경이나 세력이 없는 개인이 막강한 힘을 지닌 유대문과 왜문을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절감하였다고 한다.

만일 어렵게 제조에 성공한 북명신단을 복용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것의 모든 효능을 완벽하게 흡수할 수만 있다면 혼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역발산(力拔山) 기개세(氣蓋世)를 능가할 초극강 고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흉심을 타고난 사람은 북명신단이 있다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신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독공을 익히는 것이라 하였다.

식수(食水)에 무색(無色), 무취(無臭), 무미(無味)한 독을 푼다면 제아무리 많은 인원이라 할지라도 모두 죽일 수 있다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공을 익히기에 가장 적합한 곳은 사시사철 장독이 자욱한 남만(南蠻)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간다한들 독공의 고수를 만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독공을 전수해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일이 잘못되면 중독되어 죽는 수만 있을 뿐이었다.

반면 무천의방은 뛰어난 의술만 있으면 누구나 들 수 있는 곳이고, 그곳에는 독에 대한 서책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무천의방에 몸담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아흐레에 한번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지만 인내를 갖고 기다리던 중이었다.

장차 장일정의 독공이 완성되어 유대문과 왜문이 말살되면 할아버지가 있는 대흥안령산맥으로 돌아가 아들딸을 낳고 알콩달콩 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 안주하려는 듯한 느낌이 들자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접매, 내 말을 오해하지는 말아. 깊은 뜻이 있어서 그래."

장일정은 호옥접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고 그녀가 어떤 생각인지 짐작한다는 듯 그녀의 섬섬옥수를 덥석 잡았다.

"깊은 뜻? 무슨 깊은 뜻이요?"
"하하! 독공을 연마하던 중 좋은 수가 생각이 났어."
"……?"

"만일 말이야, 소성주에게 북명신단 같은 희대의 영단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걸 내놓는 대신 유대문과 왜문을 말살시켜달라고 하면 말이야…"
"예에…? 설마…?"

호옥접은 장일정이 어떤 의도를 지녔는지를 짐작하고는 화들짝 놀라면서 뒤로 물러앉았다. 그는 독으로 철기린을 중독시켜 위기 상황을 만들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은 내가 얼마 전에 탈력쇄혼독(奪力碎魂毒)이라는 것을 우연히 만들게 되었는데…"

호옥접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짐작하였지만 그의 말을 끊지는 않았다. 그의 정확한 생각을 알고 싶어서였다.

철기린이 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무천의방의 방주인 속명신수가 진맥을 하게 될 것이다.

웬만한 병 같으면 그의 손에서 해결이 되겠지만 탈력쇄혼독 같은 독에 중독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무색, 무취, 무미한 이것을 물에 타서 장기간 복용시키면 점차 힘을 잃어 무기력해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져 결국엔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일단 중독이 되고 나면 웬만한 의원은 이 독에 중독된 환자를 아무리 진맥을 해봐도 왜 그런지를 알 수 없다.

남의와 북의에게서 의술을 전수받은 장일정이 아니라면 다른 혈맥 아래에 숨어 있는 은잠혈(隱潛穴)과 수시로 위치가 이동되는 유동혈(流動穴)에 생긴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제외한 모든 대소혈맥은 평상시와 같이 활발하게 맥동(脈動)을 하고 있으니 알 수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속명신수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그는 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장일정이 진맥하게 될 것이다.

철기린의 총애를 받는 빙기선녀 사지약의 주치의기 때문이 아니다. 무림천자성 성주 일가가 병을 얻으면 무천의방의 방주와 부방주 모두가 진맥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암살이나 독살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어쨌거나 탈력쇄혼독에 중독되었음을 알려준다 하더라도 속명신수를 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이를 해독할 능력은 없다.

그것을 만든 장본인이 장일정이기 때문이고, 무려 이백여 가지나 되는 독물들을 배합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왜문이나 유대문을 직접 징계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 사람을 중독시킬 분량밖에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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