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장애아 교육차별 '정당화'하나

<주장> 00유치원서 장애이유로 입학 거부...국가인권위 "충분한 자료없다" 기각

등록 2003.10.24 11:29수정 2003.10.2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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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5일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여덟살 딸아이가 서울 ○○유치원으로부터 입학거부를 당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건으로 진정했다. 그 후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인권 침해가 빈번한 사회현실을 바라보며 장애인 자녀를 대신하는 당사자로서 장애인 교육인권을 되찾기 위한 부모운동을 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아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수차례 거부당할 때마다 아내는 상처와 함께 깊은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 장애아동이 그렇게 교육기회에서 차별받고 있었다. 장애아동들에게는 취학전 교육이 더욱 중요한데도 그 교육 기회부터 원천적으로 침해당하는 많은 장애아 부모들의 절망과 한숨을 보고 그냥 넘길 수 없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갔던 것이다.

장애인식이 뒤떨어진 우리 사회에서 국민의 인권을 책임진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아동 교육차별 문제에 대해 마땅히 의견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인권위원회에 해당 교육기관과 각급 교육당국의 책임도 함께 규명하여 장애인 교육차별을 해소하는 계기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인권위원회는 이 유치원 입학거부 진정사건에 대해 1년이라는 오랜시간을 보내놓고서도 장애에 의한 '차별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지난 21일 기각결정을 발표했다. 대신 별도로 장애아동에 대한 입학거부와 취학유예 아동에 대한 정책 등 향후 장애아동의 차별 시정을 위한 제도와 정책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자료가 없어서' 기각할 수밖에 없다니

인권위원회는 내 딸을 비롯한 많은 장애아동의 교육차별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기각결정을 하다니 수용할 수 없다. 차별 근거 자료를 진정인이 다 내놓아야 인정하겠다는 말인가? 이로써 장애아동 차별관행을 철폐할 기회를 또 한번 놓치게 되었다. 내 딸은 이미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취학 중이지만, 많은 장애유아들이 보육기관과 유치원 입학부터 당하는 차별에 대해 지금도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원회가 기각사유로 제시한 '차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무책임한 궤변이 아닌가?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기회 차별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구체적 사례에 대해 침해자와 교육당국의 책임도 규명하지 않은 채, 별도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사람의 인권이 천부적인 게 아니라 제도와 정책에 종속되어야 한다는게 인권위원회가 가진 인권의식인가?


인권위원회의 결정은 사회 약자인 장애아동에 대한 교묘한 차별구조에 편승하고 있으며, 이는 결정문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인권위는 피해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침해자인 유치원과 교육당국을 옹호하여 '피해자는 있지만 침해자는 없다'는 이중 잣대의 논리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 조사관들도 인정한 조사과정의 문제점


첫째, 인권위원회는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시 피해자의 진술보다도 침해자의 진술에 치우친 편견을 드러냈다.

장애 차별로 인정할 자료가 불충분해 기각을 결정한다는 논리는 언어도단에 불과하다. 이 진정은 무려 1년을 넘게 끌어왔는데, 이제 와서 자료가 불충분해 기각을 결정한다니 말이 되는가?

우선 진정 당사자인 본인의 아내(35)가 ○○유치원장으로부터 들었다는 '장애아동은 방해가 되므로 받을 수 없다'는 진술보다도 피진정인인 유치원장의 진술에 의존해 사실을 판단했다. 유치원장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7세이기 때문에 받지 못한다고 하였을 것이다' 는 추측성 진술을 했을 뿐이다.

연령 때문에 입학을 받지 않았다는 유치원장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피해자 생년월일 기록 등 입학상담 기록이라도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유치원장은 장애가 있다는 말만 듣고 정식 입학상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한마디로 거절했기에 기억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상처를 받을 만큼 확실히 기억하는 젊은 피해자보다도 문전박대하여 기억조차 못하는 나이든 침해자의 진술을 우선하여 판단하는 인권위원회 위원들은 상식이라도 있는 사람들인가?

둘째, 인권위원회 조사관들도 사실조사 과정에서 인권위 내부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실토하였다. 2002년 10월 인권위 진정 직후 담당 조사관은 장애차별 사례에 해당한다며 중요사건으로 분류하였으며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답변하였다. 담당 조사관은 초기에 진정인을 포함하여 조사활동을 하면서 6개월 정도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6개월 지나서는 주로 피진정인인 유치원측과 교육당국에 의존한 사실조사를 하였고, 이후 연령 때문에 거부했다는 유치원장의 주장과 달리 6세인 장애아동이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는데도 사실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피해자는 ○○유치원장과 안면있는 같은 가톨릭 교인이라는 이유로 사실 진술을 부담스러워 했다.

이후 진정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담당자가 바뀌었다며 연락해 온 조사관은 "중간에 맡아 잘 모르겠다. 7세이므로 받을 수 없었다는 ○○유치원측의 주장과 7세임에도 받은 예외사례도 인정하고, 취학유예 장애아동의 특수유치원 입학을 제한하는 현행 교육지침도 인정하는 선에서 본 사건을 마무리하고, 나머지는 정책과제로 남기는 게 어떻겠느냐"며 적당히 결론을 내리자는 납득할 수 없는 제안을 해왔다.

그리고 기각 결정 후에 1년 동안이나 조사했는데도 자료가 부족해 기각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더니 담당 조사관은 "인권위원회 내부사정과 조사관들의 역량도 문제가 있고, 본인도 시한에 쫒겨 충분히 조사하지 못하고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변명할 여지가 없고 죄송하다" 며 인권위 내부 문제점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인권위는 장애아 차별을 방기하는 교육당국의 하수집단?

인권위는 피진정인인 ○○유치원이 장애 차별이 아니라 연령 제한 때문이라는 논리에 대해 아무런 인권 판단없이 그대로 수용하였다. 인권위는 입학연령을 임의로 제한하는 사설 유치원의 내부지침이 장애아동이 가져야 할 교육인권 가치보다도 우선해야 한다는 근거가 있다고 보는가? 5~6세로 입학을 제한한 유치원측의 지침은 2년간의 교육과정을 염두에 둔 단순 연령기준에 불과한 것이었다.

또 인권위는 ○○유치원이 7세 아동을 입학시킨 경우가 2명이나 있었는데도 연령 때문에 입학을 제한했다는 논리를 그대로 두둔하였다. 2명의 7세 입학생(가톨릭교인,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은 해당 유치원 연고자의 자녀로서 5~6세만 입학을 허용한다는 유치원측 주장이 변명에 불과함을 드러낸 경우였다.

연령기준이 합리적인 것이라고 가정해도 정신적 생활연령이 지체되어 5~6세에 입학하기가 불가능한 장애아동이 배제되는 게 인권 상식으로 맞다고 보는가? 인권위의 기각 결정 논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거의 모든 장애아동이 유치원 입학 기회를 박탈당할 수밖에 없는데, 인권위는 이것이 차별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피진정 당사자인 유치원측과 교육당국의 주장을 종합해 보더라도 5~6세만 입학을 허용하는 사설 유치원의 관행은 그 자체로도 장애아동 교육차별 요소가 충분하다. 이에 장애아 유치원 입학거부 관행에 대해 교육당국의 감독책임도 있다고 판단하여 서울시교육청을 피진정인으로 제기했는데, 인권위는 교육당국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않고 있어 본 진정사건을 둘러싸고 피진정 교육당국과 인권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오갔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a '취학유예자의 유치원 특수학급 취학불가 지침을 준수하라'는 교육청 공문

'취학유예자의 유치원 특수학급 취학불가 지침을 준수하라'는 교육청 공문 ⓒ 박인용

서울시교육청은 2002년 당시에 '취학유예 장애아동의 특수학급 유치부 취학불가 지침'을 내려보내 7세이상 장애아동 입학 차별을 조장하고 있었다. 장애아동의 생활정신연령을 무시한 교육당국의 행정편의적 지침은 사설 유치원에서도 7세이상 장애아동 입학거부의 명분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국공립 특수유치원에서 취학유예 장애아동을 받지 않는데, 사설 유치원이 7세 이상 장애아동을 거부했다고 교육당국이 문제삼을 수 있겠는가?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교육당국의 이런 장애아동 차별 지침에 대해 나라의 인권을 책임진 국가기구로서 의견을 밝히기는 커녕 이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장애 인권을 국가제도에 종속시키려는 관료집단으로서의 속성을 스스로 드러냈다.

장애인권 보장은 결국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몫

과연 인권위원회가 국가기구로서 장애인권을 옹호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또 인권위 상임위원들이 장애인 차별에 대해 상식이나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인권위원회는 이번 결정과 같이 교육기관과 교육당국에 의해 방기되고 있는 장애아동 교육차별에 대해 인권 판단을 회피하고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장애인 인권에 역행하는 관료집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며, 이에 엄중한 각성을 촉구한다.

결론으로 이번 진정과정을 통해 국가기구가 장애인 교육권 침해를 방기할 뿐만 아니라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따라서 본 진정건에 대해 '장애인교육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사회단체에 재조사를 의뢰하고자 하며, 장애아동 교육차별에 대해 오히려 국가기구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먼저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장애 인권은 국가기구에 의존해서가 아니라 국가기구에 대항하는 당사자들의 투쟁과 자력 구제에 의해서만 보장받을 수 밖에 없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에 침해 교육기관과 당국에 대해 학부모 직접행동 등 부모운동을 통한 자력 구제에 나설 생각이다. 나아가 장애아 학부모들과 함께 '장애인교육권연대'가 추진 중인 장애인 교육권 확보 촉구집회와 100만인 서명운동, 법개정 및 예산확보 투쟁을 통하여 장애아동 교육인권을 스스로 지켜가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진정서 전문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1. 진정 요지

진정인은 정신지체 3급의 장애아동인 피해자의 아버지로서 2001년 말 경 진정인의 아내가 피해자를 00유치원에 입학시키고자 문의하였으나 유치원장으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입학거부를 당하였는바, 이는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이며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교육기관과 각급 교육당국의 책임을 규명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

2. 당사자 주장

가. 피진정인의 주장
(1) 00유치원장 △△△은 2000.3부터 현재까지 00유치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자로서 위 진정 내용과 관련한 기억이 전혀 없으며, 설령 상담하였다 하더라도 장애아동이기 때문에 받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00유치원의 경우 7세 아동의 입학은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어서 이 경우에도 받지 못한다고 말하였다면 7세이기 때문에 받지 못한다고 하였을 것이며,

(2) 00유치원은 2001.3.부터 청각장애인 학교인 XX학교로부터 통합교육을 의뢰받아 한달에 한번씩 8명의 장애아동이 와서 같이 수업을 받는 등 통합교육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장애를 이유로 입학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나. 피진정인의 주장에 대한 진정인의 반론

피해자의 경우 00유치원으로부터 입학 거부를 당하기 전인 만 3세 때부터 동네 어린이 집과 유치원 등에서 입학 거부 혹은 입학 취소 등 교육 기회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었는데, 이는 장애아동이 장애 자체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객관적인 조건상 조기교육이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러한 현실에서 7살이기 때문에 입학을 거부하였을 수 있다는 00유치원장의 주장은 결국 장애아동을 안 받아들이겠다는 것과 동일한 주장이다.

3. 사실 여부와 제도에 대한 판단

가. 피해자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아동으로서 00유치원에 입학하고자 상담하였다는 2001년 말에는 이미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해당하나 발달이 지체되어 취학유예를 한 상태였으며, 진정인의 배우자가 피해자의 입학을 위해 상담한 것은 00유치원 복도에서 대략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고 하였으며, 피해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00유치원 장애아동 입학거부와 관련한 참고인 진술의 내용들은 00유치원장으로부터 직접 입학거부를 당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들은 경우, 입학거부 경험을 부정하는 경우 또는 진술을 원치 않는 경우 등이었다.

나. 00유치원의 경우 5~6세에 입학한 아동들이 7세반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7세 아동의 입학은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만 이루어지고 있고, 2002학년도 2명의 7세 입학자는 카톨릭수녀연합회 내부 요청으로 전학조치가 취해진 경우와 생활보호대상자의 자녀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였으며, 7세의 경우 일반적으로 입학을 허가하지 않는 것이 장애아동의 입학을 어렵게 할 수는 있으나 진정인 피진정인 참고인 등의 진술과 00유치원의 현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00유치원장이 피해자의 입학을 장애 때문에 거부하였다는 진정인의 주장은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

다. 이 진정과 관련하여 장애아동 입학거부의 통계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교육행정당국은 사회문제가 된 대표적인 경우 이외의 내용은 파악하고 있지 못하며, 2000.1.28. 신설된 장애아동 입학거부에 대한 처벌 조항인 특수교육진흥법 제28조의2에 의해 교육기관이나 그 대표들이 처벌받은 사례는 현재까지 없었다. 장애아동 입학거부를 비롯한 교육권 차별 실태 등에 대한 통계조사나 사례자료 발간 등은 주로 장애인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자료 중 하나인 『장애학생 교육권 차별 실태조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아동통합을위한부모회 한국뇌성마비부모회 전교조특수교육위원회 여론조사기관TNS 국회의원이미경, 2003)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입학이나 전학 시 거절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30%, 이중 일반학교에 다니는 뇌성마비 자녀의 경우 55.8%, 정신지체 자녀의 경우 5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기관의 입학거부와 이에 대한 지도 감독의 의무를 지고 있는 각급 교육당국의 책임 여부에 대한 실질 조사와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나 이 건 진정에서 진행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조사와 정책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라. 장애아동에 대한 입학거부 등 교육권에서의 차별은 그들이 일반아동과 동일한 나이에 교육받기 힘들게 하는 조건으로 작용하는 바 이 진정의 피해자의 경우에서 보듯이 장애아동의 경우는 객관적 주관적 이유로 인해 취학을 유예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체 초등학교 취학유예 아동의 17.8%가 장애아동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교육부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초등학교 취학을 유예한 경우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취해왔으며, 현재도 그 정책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2003. 6. 현재 무상교육의 경력이 전혀 없는 특수교육대상자의 경우에 한해 1년간의 무상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보완책을 마련하여 2004년도부터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취학유예 사례와 통계 등 기초적인 조사와 취학유예자들에 대한 교육부 정책의 합리성 여부 등 장애아동 취학유예 관련 현황과 정책에 대한 판단이 장애아동 교육 차별의 해소를 위하여 필요하다 할 것이나 이 역시 이 건 진정과 함께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정책적 연구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4. 결론
장애아동인 피해자가 장애를 이유로 00유치원장으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하였다는 진정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자료가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제1항제1호에 따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장애아동에 대한 입학거부와 취학유예 아동에 대한 정책 등 향후 장애아동의 차별 시정을 위하여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제1호에 따라 별도의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기로 한다.)

2003.10.21 국가인권위원회


<당초 진정서/ 2002.10.5>

진정대상 : 00유치원, 서울시교육청
진정인 : 박인용(박하은의 부모)

본인의 딸 박하은(만 7세)은 정신지체 3급 장애아동입니다. 2001부터 초등학교 취학 통지를 받았으나 발달이 지체되어 취학을 보류하고 유치원에서 교육하고자 상기 유치원에 입학 상담을 한 바 있습니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상기 유치원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믿을만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었기에 입학하고자 했고, 무엇보다도 장애아동이 초등학교에 취학하기 위해서는 일반 유치원에서의 통합교육을 통한 사전 적응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상기 유치원을 방문하여 원장이라고 소개한 상담교사에게 아이가 정신지체 장애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입학하여 통합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는 말을 한후 입학지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상담교사는 "우리 유치원은 장애아동은 받지 않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라며 한마디로 거절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입학지원을 하고자 같이 갔던 비장애아동인 동생을 보고서는 "이 아이는 보내세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상기 유치원은 저희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 만으로 유치원 입학기회 자체를 배제함으로서 장애아동에 대한 배려는 커녕 명백한 차별에 의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입학기회의 배제가 상기 유치원의 교육과정 특성 때문이었다고 해도 최소한 입학지원을 받은후 교육이 가능한지 판단해야하는 '기회와 절차상의 평등' 마저 외면한 점은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뿐만아니라, 장애아동은 방해만 된다고 단정함으로써 오히려 비장애 아동들이 가진 '장애아동과 함께 교육받을 권리'도 침해하였다고 봅니다.

이후 우리 아이는 다른 일반 유치원에 입학하여 비장애 어린이들과 함께 훌륭하게 교육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에 주목하여 장애아동의 교육기회를 차별하는 교육기관의 관행과 이러한 관행을 방치하고 있는 각급 교육당국의 행정적 책임을 규명하여 장애아동 교육권 보호의 계기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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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함께웃는날> 편집위원 장애인교육권연대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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