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승용차 자율요일제인가

등록 2003.10.24 17:01수정 2003.10.2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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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자율요일제는 에너지 소비를 막고 맑은 도시 환경을 가꾼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시민들의 자발적 발의와 운동을 통한 결정이 아니라 관 주도의 일방적 결정일 뿐만 아니라 일선 공무원들에 대한 할당 채우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타율과 강압이라는 점에서 좋지 못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선의로 이 운동에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과 배신감, 그리고 관주도 운동에 대한 환멸감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관 주도의 운동치고 제대로 된 운동이 있었던가 하는 본질적인 회의까지 느끼게 한다.

이 운동은 과연 누구를 위한 운동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가 이제 부의 과시물이 아니라 생활의 필수품이 된 이 마당에 자동차와 관련된 문제는 더는 일부 상류층의 문제가 아니라 서민의 문제가 되었다.

기름값이 올라도 걱정이고 강제적인 10부제도 서민들에게는 생계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교통과 관련된 환경 정책은 이와 같은 서민들의 생계 문제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다.

하루의 운행이 생계와 직결된 서민들에게 기름값이나 10부제같은 요소가 환경 문제보다 결코 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주차장을 마련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상의 자잘한 갈등들만으로도 서민들은 불안할 지경이다.

교통 단속과 이웃간의 불화를 피해 주차할 곳을 찾아 한정 없이 헤매기가 일쑤다. 그리고 늦은 밤 주차 문제 때문에 고성이 오가는 풍경은 사람 사는 세상의 낯익은 풍경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살벌할 지경이다.

정말 제대로 된 정치와 행정이라면 시민들 탓을 하며 시민들을 나무라고, 시민들의 삶에 압박과 배신감을 주기보다는 현재 시민들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그곳에 집중적인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청계천 복원을 위해 생계를 박탈당한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깨끗하고 맑은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은 모든 이의 바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선의가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현실적 맥락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환경 정책은 결국 서민들의 부담 하에 만들어 내는 허울 좋은 관의 치적 꾸미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시행된 승용차 자율요일제의 시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정책이 결국에는 이명박 시장 혼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선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으며 할당 채우기에 바쁘고, 서민들은 음모같이 진행되는 타율적인 제도에 배신감을 느낀다.


굳이 이런 제도를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나같은 사람들은 스스로 판단에 따라서 자율요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매일 자동차를 굴릴 기름값도 없을뿐더러 어엿한 주차장도 없기에 한번 빼면 주차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혹여 잘못 주차했다가 시비가 붙을까 겁나고 타이어에 바람이 빠지는 해코지를 당할까 겁이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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