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에게 팔순의 나이는 새로운 시작"

흑태양 작가 추연근 화백의 작업실을 찾아서

등록 2003.10.28 19:26수정 2003.10.3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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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림 작업중인 추연근 화백

그림 작업중인 추연근 화백 ⓒ 정연우

10월의 어느 날. 기자는 부산아트갤러리의 문예진 큐레이터와 부산 해운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전시회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추연근(80) 화백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였다.

과연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지, 작업실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a 그림 작업중인 추연근 화백

그림 작업중인 추연근 화백 ⓒ 정연우

어느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작업실을 방문한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이 아직 오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연근 화백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예전 그림을 수정 중이었다.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속해서 작업을 하는 추연근 화백의 얼굴은 진지했다. 잠시 동안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게 뒤에서 그림을 지켜보는 문예진 큐레이터도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a 그림을 보고 있는 문예진 큐레이터

그림을 보고 있는 문예진 큐레이터 ⓒ 정연우

문예진 큐레이터는 얼마전에 열린 기획 전시회를 통해 추연근 화백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추연근 화백의 그림은 인상적이고 선이 굵은 작품으로 유명했다. 구상표현주의 원로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였지만 아직도 작업 열정은 식지 않아 보였다.

잠시 후 추연근 화백과 그림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흑태양 작가'로 불린 이유가 제일 궁금했다.


흑태양은 말 그대로 부정과 부패, 불신이 넘치는 사회에 존재하는 까만 색의 태양이었다. 암울한 사회에서는 태양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태양이 숯덩이처럼 어둡더라도 내일은 밝아졌으면 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고 했다.

a 자신의 그림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추연근 화백

자신의 그림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추연근 화백 ⓒ 정연우

추 화백은 지금도 하루에 6시간 이상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아침에 작업실에 나와서 점심시간 전까지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서도 계속 그린다고 했다. 손이 불편하지 않는 한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싶다는 말에서 그의 식지않은 작업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일본유학시절 일본군에 징집되어 끌려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일화부터 현재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작가의 깊은 삶의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추연근 화백의 유일한 취미는 낚시라고 한다. 낚시를 통해 자연을 낚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a 추연근 화백의 작업실 풍경

추연근 화백의 작업실 풍경 ⓒ 정연우

작가는 말했다. 그림을 그리려면 미적 질서와 구성을 새롭게 할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이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생명 그 자체를 승화해야 좋은 그림과 음악이 나온다고 했다. 그림에 관해 설명하는 노 작가의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추연근 화백은 'Who's who in the world 2002'라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현존 인물에 관한 인명사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등재되어 있다.

a 산책을 나서고 있는 추연근 화백과 문예진 큐레이터

산책을 나서고 있는 추연근 화백과 문예진 큐레이터 ⓒ 정연우

마지막으로 추연근 화백과 문예진 큐레이터와 식사를 하고 거리로 산책을 나섰다. 가을 날씨라 하늘이 맑고 높았다.

추연근 화백은 말했다.

"이제 저에게 80살의 나이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직도 해야 할 작업과 열정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좀 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겁니다."

그의 모습에서 예술이라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는 장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향후 그의 새 작품이 전시되는 날을 기대하며 따스한 가을날 발길을 재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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