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높아지는 박광태 광주시장 사퇴 목소리

광주시민협 "11월 19일 전까지 사퇴해야"

등록 2003.10.29 17:47수정 2003.10.31 09:41
0
원고료로 응원
광주시민협은 박 시장에 대해 광주시의회 정례회 개회(11월 19일) 전까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민협은 박 시장에 대해 광주시의회 정례회 개회(11월 19일) 전까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오마이뉴스 안현주

최근 뇌물수수 혐의를 시인해 물의를 빚고있는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조사 후 광주에 도착한 지난 24일 저녁 지역 보도편집국장단들과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진 것이 밝혀지고, 자신의 측근인 정모씨가 28일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긴급체포 되는 등 점점 박 시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29일 오전 광주시민단체협의회(이하 시민협)는 소속 단체 임원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광주YMCA 무진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박 시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시민협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 조사결과 밝혀진 박 시장의 현대건설 비자금수수사실은 그동안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가슴 조려왔던 광주시민들에게 극도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며 "박 시장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시민협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뇌물 수수 사실을 시인한 박 시장이 24일 기자회견에서 '시정 공백' 운운하며 시장직 유지 의사를 표명한 것은 자신의 도덕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박 시장이 시민들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를 계속하는 것이야말로 광주시정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협 박경린 공동대표는 박 시장의 자진사퇴 시한에 대해 "시의회 정례회의 직전인 다음달 19일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 때까지 사퇴하지 않는다면 광주지역 모든 세력이 참여하는 범시민 차원의 대책기구를 구성해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협이 자진사퇴 시한을 11월 19일로 제시한 것은, 이날이 광주시의회 정례회 개회일로 2003년 행정사무감사와 2004년 예산안을 심의하기 때문이다. 2004년 예산안 심의과정에 박 시장이 참여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협은 박 시장의 사퇴와 함께 "깨끗한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치인의 뇌물수수는 엄정한 수사가 요구되는 범죄"라면서 "만약 검찰이 박 시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현직 광역단체장이라는 신분을 고려해 적당히 정치적으로 타협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협 박경린 공동대표는 시의회와 관련 "시의회가 임시회를 하고 있는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시민을 대표한다는 시의회가 계속 이러면 시의회에 대한 각성을 촉구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광주지부(지부장 안영돈)가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데 이어, 민변광주전남지부(지부장 이건영)도 박 시장의 신병과 관련된 입장을 30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민변광주전남지부 전 사무국장 이상갑 변호사는 "오늘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30일 오전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사법처리가 진행되면 조간만에 부시장 대행체제로갈 것"이라며 "불구속 기소든 구속 기소든 시정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 상태에서 박 시장의 최선의 선택은 시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정실인사' 눈총 받은 박 시장 측근 28일 긴급체포...여론 더욱 악화

한편 광주지검은 28일 공사 발주를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광주도시철도공사에서 실장으로 일하는 정모(40)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는 지난해 2월 모 지방 언론사 간부로 재직하면서 자치단체 공사 수주를 약속하며 한 건설업체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의 긴급체포는 박 시장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씨는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박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수행비서를 했으며, 당선 이후 광주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이어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발족하자 곧바로 실장급으로 특채돼 "자기사람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광주지부는 성명을 발표하고 "박 시장의 인사원칙은 뇌물수수 능력인가?"라며 박 시장의 인사정책을 비꼬았다. 정씨가 광주도시철도공사에 특채된 것을 두고 당시 민노당은 "측근챙기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박 시장은 "능력에 따라 인사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특히 지난 5월 광주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윤난실 민노당 의원이 "내 사람 챙기기식 정실인사 아니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능력에 따른 소신 인사였다, 책임행정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의 사퇴요구에 대해 광주시청 한 공무원은 "우리나라 현행법에서는 법원에서 최종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검찰수사에서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한 것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선 3기 들어 어려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산적한 현안문제인 문화수도 육성, 광산업 2단계 사업 추진 등을 뒤로한 채 사퇴하게되면 불필요한 경제적 낭비 등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사퇴요구에 반대했다. 이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민선 3기 들어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업들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모적인 논쟁은 자제하는 것이 광주시를 위해서 득이된다"고 강조했다.

시민협과 '공직사회개혁과 부패척결을 위한 광주전남공동대책위원회'(이하 부패척결공대위) 등은 조만간 공식 논의를 통해 범시민적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퇴진운동을 전개할 예정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박광태 시장, 3천만원 받은 사실 시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3. 3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4. 4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5. 5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