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검찰 다녀온뒤 언론사 간부와 '폭탄주'

출두 전후해 지역 국장단 두 차례 만나... "소환 관련 언급 없었다"

등록 2003.10.27 21:30수정 2003.10.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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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광주시청 국정감사 답변하고 있는 박광태 시장. 당시 박 시장은 현대 비자금과 관련한 김옥두 의원의 질문에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지난 2일 광주시청 국정감사 답변하고 있는 박광태 시장. 당시 박 시장은 현대 비자금과 관련한 김옥두 의원의 질문에 "무슨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오마이뉴스 안현주

현대건설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이 대검 출두를 전후해 광주지역 보도·편집국장들을 잇달아 만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있다.

특히 박 시장은 대검 조사 후 광주에 도착한 24일 오후 한 음식점에서 보도·편집국장들을 만나 식사를 겸해 폭탄주를 마셔 "시민에게 사죄하고 시정에 전력하겠다는 자세가 이런 것이냐"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시장이 이날 광주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경. 박 시장은 도착직후 오후 5시30분경 광주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박 시장은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읽어내린 후 "오늘은 질문을 하지않았으면 한다"며 곧바로 간담회 자리를 떴다. 이 때문에 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질문할 시간을 얻지 못했고 기자간담회는 그렇게 5분여만에 끝났다.

하지만 박 시장은 기자간담회와는 달리 보도·편집국장들과의 저녁 식사는 3시간여 동안 가졌다. 지역 보도·편집국 9명과 함께 한 저녁 식사는 서구 농성동 한 한식집에서 있었으며, 오후 6시30분경부터 저녁 10시경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는 정무·행정부시장 등 광주시청 핵심간부 6여명도 합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참석자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21년산 국산 양주로 만든 폭탄주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에도 남구 봉선동 한 일식집에서 보도·편집국장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는 심재민 행정부시장이 6명의 보도·편집국장과 모 컨트리클럽에서 골프를 친 후 가진 식사 자리로 박 시장은 나중에 합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 없었다" 거듭 강조


24일 자리에 참석한 한 편집국장은 "검찰에 갔다온 직후라 들을 얘기도 있고 해서 만났다"면서 "박 시장의 금품수수 여부와 시장의 거취문제, 시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가 오고갔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적으로 침통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심재민 행정부시장은 "19일 6명의 보도편집국장들과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지만 박 시장의 소환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전혀 없었다"면서 "골프 약속은 2일∼3일만에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심 행정부시장은 '경비는 누가 계산했느냐'는 질문에 "각자의 경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도 24일 자리에 대해 "국장이 언론의 어른이지 않느냐"면서 "시민들에게 사죄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의 기자간담회를 했는데 어른이니까 다시 (말)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은 "검찰소환 관련한 애기는 일체 없었다"며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시정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자신은)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국장들은 많이 마셨는데 먼저 나왔다"고 덧붙였다.

또 박 시장은 19일 자리와 관련 "부시장과 (보도·편집) 국장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가게됐다"면서 "골프이야기와 여담을 나누며 식사만 하고왔다"고 잘라말했다. 한 참석자는 "이 자리 때문에 언론보도가 다른 양상을 띤 것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경실련 "또 하나의 사퇴이유"

이에 대해 김재석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자숙하고 자성해야 할 시장이 기자간담회는 5분만에 끝내고 편집국장들과는 밤늦게 술마시는 것은 시민에게 사죄한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사무처장은 "우호적인 여론형성을 위한 언론유착이 사실이라면 심 부시장도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면서 "박 시장이 사퇴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간지 한 기자는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를 5분만하고 영향력있는 보도편집국장들을 만나 서너시간 동안 폭탄주 마시며 이야기 나눈 것은 누가봐도 어색한 것"이라며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검찰출두 전후에 의도적으로 접촉한 것"이라고 박 시장의 처신을 비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시장은 편집국장들이 아니라 시민들을 어른으로 모셔야한다"면서 "편집국장과 자리하면 시정공백에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한편 박 시장은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대검 조사과정에서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다, 현대건설로부터 청탁과 함께 현금 3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23일 오후 시인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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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태 시장, 3천만원 받은 사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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