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기(Autumn Leaves)

나의승의 음악이야기35

등록 2003.11.05 11:17수정 2003.11.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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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언젠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남과 여>라는 영화였을 겁니다. 어두운 해변을 걷는데 길게 움직이던 그림자를 기억해요. 낮은 목소리의 대화도 그렇고…. 그걸 보던 시절, 세상이 다 내것인줄 알았던 나이였지요."

B : "단풍 구경을 갔는데 단풍잎보다는 낙엽이 좋더군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둘 중에 무엇이 좋으냐고. 그녀도 그렇다고 말했어요. 근데 단풍이나 낙엽이나 본래 하나 아니었겠어요? 그래도 달라요. 물에 젖은 낙엽이 불쌍해서 차마 밟지 못한 적이 있나요? 댁은…. 아뇨 치마를 무릎쯤 올리고 낙엽을 밟으며 춤추듯이 뛰어 본적은 있어요. 그런 여자를 그 가을에 만났네요. 지금은 뭘 하고 사는지 몰라요."


N : "길을 가는데 예쁜 여자가 지나가요. 그래서 뒤돌아 봤는데, 그 사람얼굴은 '어쭈 보긴 뭘봐 너같은 게….'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C : "잡지를 별 생각 없이 보다가 좋았던 것 같아서, 뒤로 넘겨 다시 본 적이 있어요. 술 광고 사진 이었는데, 기억에 남아서…."

이 가을에 우리는 간혹 '뒤돌아보기'를 한다. 뒤돌아보게 하는 내용의 음악, 너무 유명한 '고엽'이라는 노래는 유난히도 가을에 듣는다.

여름날의 키스, 작열하는 햇살아래 붙잡았던 손, 머지않아 옛날의 겨울 노래를 듣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는, 왜 낙엽이 질 때면 그대가 그리워지는 건가요.

오래된 옛 샹송 고엽(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의 가사 한 대목을 기억한다. 우연히 라도 듣게되면 대개의 사람들은 뭔가의 생각에 잠시 머무르는 그들을, 또는 나 자신을 보게될 것이다. 가을이니까. 그런 식으로 가을을 탓해 보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가을 뒤돌아보기'라고 억지를 부린다.


'밥'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엽'이라는 곡을 듣게되면 '모드주법'을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아마 도리안 모드-리디안 모드-믹소 리디안 모드-도리안 모드의 순서로 연주되는 것으로 기억되지만 사람들은 굳이 그것을 생각하면서 듣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냥 가을에 가을노래 듣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최근 '로라 피지'는 'At Ronnie Scotts'라는 제목의 라이브 음반을 냈다. 거기 열 한번째 실려 있는 '고엽'은 북유럽 언어의 억양이 오히려 어울리는, 40대 후반의 나이와 연륜의 고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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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카터'(Bass)는 10살부터 연주를 시작한 첼리스트였지만 5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최고의 베이시스트 중 한사람이다. 그의 '골든 스트라이커' 음반에서 들려주는 트리오는 드럼 없이 기타와 피아노 그리고 베이스로 연주한다. 보기 드문 명연이 아닐지….

그리 흔하지 않은 밥재즈 피아니스트 '핫 오브라이언'의 음반 'Autumn Leaves'는 73분 50초동안 버리고 싶은 것 하나 없이 충족감을 준다.

'고엽'이라는 음악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연주되어 왔다. 그들의 수많은 연주들처럼 가을 잎들은 그렇게 많은 세월에 스스로 색깔을 바꾸어 오곤 했을 것이다.

여기 소개해 보는 음악들이 아니라 해도 그 어느 누구의 연주를 들어도, 음악은 단풍잎들이 그렇듯이 각자의 색깔로 변화하고 받아들여지며 그렇게 우리들 각자의 기억 속에 남아 뒤돌아보게도 하고, 혹은 눈에 띈 낙엽이 되어 책갈피에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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