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벌어진 일부 당직자와 기자들의 설전

장성민 전 의원 기자간담회 열자, 일부 당직자 강하게 항의

등록 2003.11.13 16:28수정 2003.11.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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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용퇴론을 제기해 당 중진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이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진 용퇴론을 제기해 당 중진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는 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이 1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희열
민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제기된 '당 지도부 퇴진론'과 '중진 용퇴론'을 둘러싸고 민주당이 내홍을 겪고 있다. 13일 오후 민주당 기자간담회장에서는 이같은 민주당의 당내 갈등을 반영하듯 당직자들 사이에, 당직자와 기자들 사이에 얼굴을 붉히며 고성이 오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장성민 민주당 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경 당사 기자실 옆 간담회장에서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 퇴진'을 거듭 요구하며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장 전 의원의 발언 도중 일부 당직자들이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와 "그만 하라", "왜 당에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강하게 항의를 하면서부터 언쟁이 시작됐다.

한 당직자는 "어제까지 했으면 그만 됐지 않느냐", "당을 위한 충정은 알겠으니 그만 하라"고 비교적 차분하게 간담회를 만류했지만, 또 다른 당직자는 장 전 의원을 가리켜 "당신은 당이 어려울 때 뭐했느냐" "누구 때문에 배지를 달았느냐"며 삿대질을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 두 사람이 물러나면 당을 누가 이끄느냐", "한 전 대표는 이런 (분당) 사태에 책임이 없는 줄 아느냐"며 "여기(기자실)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장 전 의원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일부 당직자들의 고성으로 취재가 중단되자, 일부 기자들이 나서서 "취재를 마치고 난 다음에 따로 이야기를 하라", "지금 기자회견 중이고 기자들이 취재중이니 방해하지 말라"며 당직자들에게 간담회장을 떠나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당직자들은 "이 곳도 민주당인데 무슨 권리로 나가라 말라 하느냐"고 맞서 급기야 당직자들과 기자들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기자들은 "왜 취재를 방해하느냐"며 "장 전 의원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든지 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당직자들은 "이 곳이 당신들 당사냐", "여기서 아무나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쪽의 설전은 일부 당직자들이 간담회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10분 가량 계속됐다.

이번 해프닝은 이미 분당으로 한 차례 위기를 경험한 민주당 내부의 불안감과 신경과민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당 운영과 당 개혁을 둘러싼 옛 정통모임과 통합모임의 잠복된 갈등이 터져나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더욱이 최근 흔들리는 호남 민심, 특검법 처리 파문, 정범구 의원의 탈당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도 이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장 전 의원은 "당직자들은 내가 주장하는 것이, 마치 이전에 탈당했던 사람들처럼 당을 흔들어 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나는 혼자 남더라도 당을 끝까지 지킬 것이며, '지도부 퇴진론'도 간곡한 구당(求黨)의 심정으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민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 퇴진" 거듭 주장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장 전 의원은 전날에 이어 "박상천 대표와 정균환 총무가 퇴진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 일선 퇴진론을 거듭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현재의 위기는 모두 지금의 당 지도부에 있다"며 "박 대표와 정 총무는 실패한 지도력을 책임지고 물러나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또 "어제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제3당으로 떨어졌다"며 "이런데도 박 대표와 정 총무는 계파와 계보를 이용해 당을 사당화시키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아울러 장 전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특검법과 국회 예결위원장 자리를 서로 맞바꾸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국회 예결위원장 교체를 요구할 때 이미 특검법을 당 내부에서 논의중이었고 이를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며,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농락 당한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내막을 좀 더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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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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