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명상산책 중. 보이는 모든 것과 들리는 모든 것에 하나하나 아침 인사를 건네고 이름을 부르며 "나는 **이다"라는 느끼기 명상을 하였다.전희식
처음 이들이 도착해서 2층 다락으로, 안방에서 작은방으로 나 다니고 쿵쾅거리고 해서 한 놈씩 붙들고 이러쿵저러쿵 주의를 주다가 앞으로 내가 3일간 이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던 게 솔직한 기분이었다.
어른들이 얘기하는 데 한 놈은 텔레비전을 키고 한 놈은 컴퓨터를 켜서 음악 시디를 틀고 한 놈은 우리 집 재래식 화장실에 똥통에 부어야 할 쌀겨를 엉뚱한 오줌구멍에다 퍼 넣고.
역시 보따리학교의 원칙이자 오랜 전통인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지키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자마자 내가 "회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했더니 작년 우리쌀 지키기 100일 걷기를 했던 아홉살 박이 '동섭마왕'이 회의를 소집하였고 자천 타천 사회자를 뽑았다. 사회자를 뽑는 과정이 어른들 회의 못지않게 원활했다.
3일간 서너 차례 했던 회의 전체를 보면 어른들보다 더 잘했다. 자기 고집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도 남의 의견에 대한 평가나 가치부여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보따리학교에서는 자기 생각을 애써 고수할 필요가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반영되기 때문이다.
새벽명상산책, 농사체험, 노래 배우기, 아궁이불에 감자 구워먹기, 깃발 만들기, 나무 자르기, 목검 만들기 등의 일정이 정해져 나갔다. 당연히 자유시간도 틈틈이 들어갔다. 내가 불쑥 수영하기를 제안했다. 다들 대 환영이었다. 너도 나도 수영하겠단다.
지금 철이 어느 철인데 이놈들이 아무리 철이 없기로서니 농담도 못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지하게 다락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뛰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동섭마왕이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