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고속도로 연좌시위를 마친 뒤 부안 읍내로 들어온 주민들은 오후 7시부터 수협 앞(반핵민주광장)에서 117일째 촛불시위를 가졌다.오마이뉴스 안현주
이같은 분위기는 반핵부안대책위(대책위) 측도 마찬가지. 대책위는 이날 직접 '프레스 카드'를 만들어 현장 취재기자들에게 나눠줬다. 대책위는 총궐기대회 전 취재기자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고 노란색의 프레스 카드에 '소속''이름' 등을 적어 나눠주고 이를 목에 맨 채 취재하기를 권유했다.
또 대책위는 총궐기대회에서 언론을 향해 '정론직필'을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대책위는 주민들에게는 "오늘은 언론에 제대로 보도해 달라는 뜻에서 취재에 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취재기자들에게는 "언론은 경찰이 우리를 어떻게 진압하는지 똑똑히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특히 언론을 통해 부안군민이 '폭도'로 비쳐지는 점을 가장 못마땅해했다.
주부 김아무개(37)씨는 "언론이 부안주민의 입장을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서울이나 외지에서는 우리가 왜 분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헬멧과 지름1cm 정도의 쇠파이프를 든 채 집회에 나선 주민 박아무개(53)씨는 "우리가 경찰을 때리는 줄 알지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씨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오른쪽 바지를 걷어 올려 보이며 "여기 시퍼런 피멍과 상처가 그제 시위에서 경찰에 맞아 생긴 것"이라며 "오늘까지 병원에 있다가 총궐기대회에 참여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헬멧과 쇠파이프를 가리키며 "그러니 오늘은 내가 내 몸을 보호 하려고 이것들을 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서해안고속도로 연좌시위를 위해 부안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만난 주부 이연이(52)씨도 "몇 개월동안 부안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며 "아직도 밤이면 경찰들이 시커멓게 밀려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경찰과 주민이 부딪히면 누가 더 다치겠느냐"며 "언론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주민이 농기구 든 것만을 보도한다"고 지적했다.
50대 초반의 주부도 같은 의견을 보탰다. 그는 "취재는 하는 것 같은데 뉴스에 나오는 것 보면 죄다 잘려서 나오더라"며 "그래서 언론에 대한 불만이 크다. 제발 있는 그대로 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전북의 지역언론에 대한 불신도 컸다. 주민 김아무개(76)씨는 "전북의 신생언론인 S신문은 그나마 제대로 보도하는데 다른 방송사나 지역 신문은 죄 '한수원 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씨는 "부안의 모 신문은 그 정도가 너무 커 주민들이 신문을 모두 모아다가 태워버릴 정도"라며 "요즘도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하러 몰려갈까봐 그 신문사 주변은 경찰이 항상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예 부안 주민이 스스로 소식지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문정현 신부는 "오죽 언론에 대해 불신감이 크면 '부안21'(가칭)이라는 주민 신문을 준비하고 있겠느냐"며 "벌써 준비호가 나온 상태이고 곧 창간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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