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밤 10시 촛불집회를 열지 못한 주민들이 부안성당에 모여 현재 부안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김지은
성당에 모인 주민들은 이날 하루 자신들이 겪은 일에 대해 성토하기 시작했다. 10명 이상 모이면 경찰이 방패로 강제 해산시켰다는 주민, 귀가하던 중에 경찰이 '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들어가라'고 요구하더라는 주민, '반핵 플래카드'와 '촛불집회 무대'를 경찰이 강제철거하는 모습을 보며 펑펑 울었다는 주민….
이들은 "지금 부안은 사람 살 곳이 아니다"라며 입을 모았다. 그리고 '분노의 화살'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게로 향했다.
주민 중 하나는 "선 질서 회복은 무슨 선 질서 회복인가, 정부가 먼저 질서를 안 지켜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핵폐기장을 유치한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군민 최아무개씨는 "국무총리, 행자부장관, 대통령의 말이 다 다른데 먼저 정부나 입장을 확실히 정하고 대화하자고 해라, 도대체 정부는 지난 4개월간 부안 군민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생각이나 하느냐"고 말했다.
중년의 한 군민은 "이대로라면 결국 민란이 터지고 만다"며 "공을 물 속에 밀어 넣는다고 넣어지나? 어디로든 튀어 오르기 마련이다. 지금의 부안이 그렇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혼자서 부안 수협 앞에 앉아 2시간동안 '마음의 촛불집회'를 열고 왔다는 주민도 있었다. 주부 김아무개(52)씨는 "두 시간 동안 김종규(부안군수)·강현욱(전북도지사)·윤진식(산자부 장관), 그 '죄인'들이 회개할 수 있게 해달라고 묵주 기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촛불은 안 꺼져요. 우리 마음에 있는 촛불이 꺼지겠습니까?"
이날 '반핵 민주광장'에서의 촛불집회 대신 성당에서의 집회를 가진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뭉쳐 있었다. 경찰도 반핵 촛불을 끌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언제건 시간만 정해지면, 시위든 집회든 불사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4개월간 촛불 들어온 군민들 "그래도 촛불은 안 꺼져요"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개월간 부안군민은 너나할 것 없이 촛불을 들었다. 저녁 7시만 되면 12개 면에서 부안군의 유일한 읍인 부안읍으로 몰려들었다.
부안대책위는 "격포리와 진서면은 아예 전용 버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따로 교통비 들여서 오느니 성금을 모아 전용 버스를 빌렸다는 것이다. 운전 기사는 자신도 마음은 매한가지니 기름값만 받고 운전하겠다며 자원봉사를 했노라고 전했다.
밤 11시가 가까워왔다. 주민들은 서로의 귀가를 걱정했다. 인근의 변산면에서 40분이나 걸려 온 예순의 할머니를 서로 가족처럼 챙겼다. "오늘은 늦었으니 우리집에서 자고 가자"는 주부, "잠깐만 기다리시라"며 차를 소개해주는 중년의 군민….
누군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 동지예요,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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