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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고개'의 밤은 깊어만 갑니다. 이웃 마을 처녀들은 밤이 이슥한데도 자리에서 일어 날 줄을 모릅니다. 간간이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늑대울음소리도 들립니다.
마루에선 지금 가죽 점퍼에 작업복 차림. 장발의 미남 총각인 L군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신나게 부릅니다.
'어쩌면 저리도 잘 생겼을까' '어쩜 저렇게도 노래를 잘 부를까?'
순진한 산골 처녀들 가슴이 벌렁벌렁 합니다.
지금부터 30년 전 충청도 예산고을 어느 산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아가씨였을까? 어느 한 처녀가 L군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겼는데…. 처녀는 남몰래 혼자서 짝사랑을 하다가 부모의 권에 못 이겨 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세월은 무심히 흘러갔습니다.
"여보게 솔이 아범! 이리 좀 건너 오시게."
"예! 무슨 일이 있으세요."
"그래 여기 좋은, 술 안주감이 있네. 우리 한 잔 하세나."
"예 곧 건너 갈게요."
이렇듯 소리쳐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는 이웃이다. 이웃이라지만 울도 없이 그저 마당가 축사를 지나 사과나무 몇 그루만 돌다 보면 한 집처럼 나란히 선 내 집 같은 이웃집이다.
이웃에선 환갑이 넘은 어르신 내외만 달랑 산다. 굳이 생업이라면 개 몇 마리 기르는 게 고작이요 틈만 나면 남의 일도 마다하지 않는 아줌마의 부업으로 사는 두 내외. 자고 새면 과수원에 표고버섯농장에 늘 바쁘기만 하는 옆집 L씨집 일이 또한 자기네 일인 듯 돕고 산다.
그러다 보니 두 집 사이엔 숟가락이 몇 개 있고 젓가락이 몇 개 있는지조차 다 알고 지내는 사이다.
딱 술 한 잔만 하자는 게 어느 새 주인 덕산아재가 술에 거나하게 취했다.
"여보게 내 사위될 뻔 한 사람아! 자, 장인 술 한잔 받으시게!"
'아무리 취중이라지만 이 무슨 망발인가.' L씨는 술잔을 받아 마시면서도 참으로 야릇한 말을 듣는다.
"여보게 내 딸이 말일세!…"
"이 무슨 뚱딴지 같은 망언인가."
어르신의 딸은 벌써 몇 년 전에 무슨 사연이 있어서였던지 화병에 몹쓸 병으로 가슴만 태우다가 죽었다하지 않았던가. 시집을 가서 고생고생만 하다가 죽은 딸. 그 딸이 살아 생전 가슴에 품고 살아 온 한 남자. 그 남자를 못 잊어 차마 눈을 감지 못했다던가.
그 아비가 죽은 딸의 그 남자가 못내 그리워 어느 날 이웃마을에서 훌쩍 그 남자네 이웃집으로 이사를 왔던가. 그리고 날마다 날마다 그 사내를 바라만 보고 사는가.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가슴 뿌듯한 그리운 얼굴. 죽은 딸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그 남자를 불러 술 한 잔을 권하나 보다.
"여보게! 내 사위 될뻔 했던 사람아! 이 장인 술 한 잔 받으시게!"
오늘도 어르신은 가슴에 맺힌 한을 한 잔 술로 푸시는가. 술에 취해 쓰러지도록 술을 권한다. 이웃에 살면서 보고 또 보면서….
*오요고개--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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