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이 기념촬영전희식
단식 5일째 되던 날이었다. 새벽에 잠을 깨고 보니 목이 팍팍하고 가래가 가득 끼어 있었다. 어쩌다 담배를 피우고 잔 날과 같은 그런 상태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는 담배 한 개비도 피운 적이 없는데 '왜 이럴까'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또 바로 전날 새벽에는 과음을 하고 취한 채 잠들었다가 깨어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식이었다. 이번 단식은 내 몸에 남겨진 흔적들이 하나씩 되살아나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진행되었다. 거꾸로 돌아가는 시계처럼 나를 자꾸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끌고 갔다. 그 지점에는 내 몸의 아우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떤 날은 현기증이 심하게 나서 한나절을 숙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누워 있기도 했었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요동이 심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단식을 열 번도 더해 봤지만 이번처럼 역동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는 처음이다.
호전 반응이 격렬하게 나타났던 만큼 엿새째부터 몸이나 마음이 안정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고 있다. 기운이 잘 조절되고 머리는 시릴 정도로 맑다. 몸은 새털처럼 가볍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번 단식이 이렇게 진행되는 연유가 뭘까' 생각해 보는데 아무래도 단식을 시작할 때 결연한 내 마음가짐이 첫째요, 둘째는 70여 명이 공동 단식을 하는 데 따른 상승 효과 때문으로 여겨진다.
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1주일씩 하는 '평화의 마을 영성공동단식'은 이번이 열두 번째라 한다. 나는 처음으로 이런 집단 단식 프로그램에 참석하면서 자못 숙연했다. 이왕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갖출진대 망년회 자리에서 술잔이나 부딪히며 큰소리 치는 그런 새해 다짐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