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가르고, 전남-북 나누고...
한나라당 어부지리 얻게 될 것"

[총선 사령탑 인터뷰②] 김성재 민주당 총선기획단장

등록 2004.01.16 20:00수정 2004.01.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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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종호
총선을 90여 일 앞둔 민주당은 요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11월 28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될 당시 '1위'까지 올라갔던 정당지지율은 약 2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 것', '총선-재신임 연계', '개혁 거부감 가진 사람들이 민주당에 남았다'고 한 노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으로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한편으로 당내 갈등도 만만치 않다. 일부 소장파가 '호남중진 용퇴론'을 제기해 한바탕 바람이 휩쓸고 간 뒤, 이번에는 정치신인들이 '경선 방식이 불공정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호남 지역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하면서 갈등은 봉합돼 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래저래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성재 전 문광부 장관은 이처럼 어려울 때 민주당에 입당해 전격적으로 '총선기획단장'을 맡았다. "분당과 노무현 정부 1년을 돌아보면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입당한 김 단장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단장은 최근 노 대통령의 발언들이 결국 '신 지역주의'에 편승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한 김 단장은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을 겨냥한 것은 결국 호남 다툼"이라며 "정동영 의장의 '전북 홀로서기' 주장은 과거 군사정권이 써먹은 전형적인 지역 차별주의 악폐"라고 비난했다. 김 단장은 '전국정당화'를 내세운 열린우리당이 지금처럼 '호남 공략'에만 힘을 쏟는다면 "결국 어부지리를 한나라당이 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김 단장은 총선에 임박한 '연합공천' 가능성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김 단장은 "열린우리당이 '잘못했다'고 말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일말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김 단장은 "사석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특검이나 분당한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도 (열린우리당 내부에) 많다"며 "그런 경우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은 김성재 단장과의 일문일답.

오마이뉴스 이종호
- 노무현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14일) 발언 내용을 놓고 민주당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는데.
"기자회견을 보지는 못했고 나중에 연두회견 전문을 다 읽어 봤다. 역시 지난번 식사하면서 했던 양강구도에 대해 어떤 겸양의 이야기도 한마디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자기를 지지한 개혁세력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고, 개혁이 불안한 세력들이 남아서 민주당이 됐다고 한 말이다.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이 아니다. 그냥 열린우리당을 지지해달라는 말도 아니고 민주당은 반개혁 세력이라니, 어떻게 대통령이 한 공당을 반개혁 세력이라고 평가하나. 대통령으로서 선거법을 어기는 것뿐만 아니고 권한을 넘는 일이다."


- 최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들을 놓고 '민주당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노 대통령의 발언에 깔린 다른 저의가 있다고 보나.
"결국 노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이 왜 민주당을 겨냥하느냐는 문젠데, 그것은 결국 호남 다툼 아니냐. 정동영 의장은 전북 홀로서기를 이야기 한 적 있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이 호남을 전남과 전북으로 갈라서 전북이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전형적인 지역 차별주의의 악폐 아닌가. 그것을 다시 답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앞장서서 '신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호남 갈라놓기를 선동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호남에서 전북 가르고, 수도권에서 호남 나누고…어부지리는 한나라당"


- 결국 '영남-호남 가르기'와 '전남-전북 가르기'가 노 대통령의 총선 전략이라는 것인지.
"원래 열린우리당은 분당할 때 '전국정당화'를 위해 분당한다고 했다. 그랬으면 열린우리당이 어디에 노력해야 하나. 영남이나 전국에서 노력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호남, 그것도 전북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호남에서 전북을 가르고, 수도권에서 호남을 또 나누고…. 이것은 전국정당이던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폄하시키고, 호남을 갈라놓는 일이다. 결국 어부지리는 한나라당이 가진다."

- 지금 상황을 보면 한나라당은 바깥에 있고 민주당과 노 대통령, 열린우리당이 서로 공박을 벌이는 처지다. 총선에 이기려면 이 '정쟁'을 누군가는 끊어야 하지 않나.
"노 대통령이 먼저 끊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하면 언론에서 다 받아주는데 민주당이 말하면 언론에서 한 두 줄 쓰고 만다. 더군다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솝우화>에 나오는 대로 연못에다 돌 던지면 개구리는 죽는거다. 대통령이 앉아서 연못에 돌 던지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해 놓고는 (나중에 문제되니까) '무심코 했다, 밥 먹으면서 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나온다. 전부 사실은 실수를 빙자한 계산적 발언들이다. 아주 부도덕하다. 측근비리 특검도 그렇다.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이 말하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변명이 되니까 말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진실이 아니니까 말 못하는 것이다. 다 전략적 발언이다."

- 노 대통령은 '총선-재신임' 연계가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하지 않겠다는 말 아닌가.
"재신임 자체가 안 된다.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정략적, 정치적 꼼수만 계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위헌이고 선거개입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최도술씨가 걸리니까 눈앞이 캄캄해져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건 재신임 문제가 아니고 국민 앞에 성실하게 고백해야 할 문제다. 지금 노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인데도, 국민들은 정국불안 때문에 노 대통령이 재신임해서 물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걸 볼모로 국민들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만드나. 그리고 노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했는데, 혼자서 뱉는 말이 약속인가? 일방적으로 말하면 다 약속이 되나? 약속은 서로 하는 것이다."

- TNS 여론조사 결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직후 우리당이 1위, 민주당이 3위로 나왔는데.
"지지도가 떨어진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를 했고, 정동영 대표가 젊은 50대로 출발하니까 국민들 희망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당대회 효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또 하나는 사실 대통령의 '양강구도' 발언 이후 민주당의 위치가 자꾸 애매하게 몰려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있는데 거기에 대항한 개혁세력이 분열해서 (개혁을 표방하며)열린우리당으로 나갔다. 앞으로 확고한 위치를 잡아야 한다."

- 지지도를 끌어올릴 만한 대책이 있다면.
"한나라당이나 우리당이나 불법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더구나 앞으로 4년 동안 노 대통령을 봐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발목 잡기'로, 열린우리당은 그냥 '지당하십니다'로 나가고 있다. 한쪽은 발목 잡고, 또 한쪽은 무조건 '지당파'로 쫓아가는 셈이다. 그러면 노 대통령을 견제하고 국가 안정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당이 민주당이라는 것을 견지하고 나가는게 민주당이 가져야 할 자세다. 민주당 지지율이 9%라고 하는데,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김 전 대통령 '대북특사' 활용? 참 나쁘고 부도덕한 짓이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 우리당이 호남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DJ에 대한 애정도 표시하는 등 지속적으로 호남에 소위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전통지지 기반이 붕괴될 위험은 없나.
"우리당은 '꼼수'를 쓰지 말아야 한다. 개혁하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원래 DJ차별화, 국민의 정부 차별화를 위해 열린우리당을 만들지 않았나. 그래서 '대북송금 특검'하고 분당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DJ를 계승하겠다, 국민의 정부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한다. 도대체 뭘 계승한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대북송금 특검은 왜 받아들였나. 노 대통령은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특검을 받아들여놓고도 지금은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

정동영 대표한테 묻고 싶다. 특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김 전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데, 특검으로 실무적인 일을 한 사람은 구속시켜 놓고 대북특사를 해야 한다니. 정상적인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꼼수쓰고 전직 대통령인 국가지도자를 이용하려는 것은 참으로 나쁘고 부도덕한 짓이다."

- 작년 말까지 조금씩이나마 각 당에서 연합공천, 통합론이 나왔다. 어쨌든 올 총선 상황이 어려워지면 다시 나올 가능성이 없나.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연합공천을 말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당이 '잘못했다'고 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 내가 사석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특검이나 분당한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도 많다. 그런 경우라면 모른다. 정치는 현실이니까. 하지만 나는 우리당도, 한나라당도 이번 총선에서 부정직하게 꼼수 쓰지 말고, 국민들 앞에 정정당당하게 정책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고 본다."

- 올해 총선에서 우리당이 각료 징발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굉장히 어렵지 않겠나.
"장관을 총선에 징발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정수행을 하지 말고 국가에 대한 자기 의무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국무위원들에게 직무유기 하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서 총선에 나가면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다. 지금 국무위원들이 뭘 했다고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나. 스스로 자기 양심에 물어보면 무슨 대답이 나올지 알 것이다."

- 당내에서 경선과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은데. 당장 개혁공천연대 등에서는 '여론조사 방식'을 무조건 도입하라고 주장하지 않나.
"물론 앞으로의 공천 과정을 지혜롭게 짜야 한다. 그러나 그 분들이 당내에 와서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본다. 어쨌든 공천심사위를 구성했고 그 곳에서 통과되면 경선으로 간다. 물론 기존 국회의원들에 비해 신인들이 불리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맡겨야 한다. 지금 현역의원들도 여론조사로 뽑힌게 아니지 않느냐."

- 작년 말까지 당내에서 '호남중진 용퇴론'이 나왔고, 일부에서는 호남 중진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진출해야 한다거나 조 대표가 비례대표 후순위로 전국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일차적으로 본인들이 선택할 문제다. 소위 피선거권 권리다. 그걸 임의로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호남중진 용퇴론'을 이야기하는데 이는 또 유권자들의 선택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옮기냐, 비례대표 후순위로 가느냐는 것은 한 두 사람이 언론에 대고 이야기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협의해서 합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 올해부터 1인2표 정당명부제가 도입돼 각 당에서 비례대표 영입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인사'가 있다는 얘기가 한 번씩 들리는데.
"아직은 여러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깜짝 놀랄만한 인사도 있지만 지금 논의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밝힐 수 없다."

- 불법 대선자금으로 각 기업이 엄청난 타격 입었다. 또 각 당도 이번 총선 때는 큰 돈을 쓸 수 없는 현실이 됐는데 선거 치르기가 힘들지 않겠나.
"아주 중요한 문제다. 민주당은 이미 조 대표가 기업으로부터 돈 안 받겠다고 공언했다. 그래서 돈이 없고, 없는데 어떻게 쓰겠나.

하지만 사실 우리 나라를 외국과 일반적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청와대에 있을 때 정치개혁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느냐를 가지고 검토한 적 있다. 영국과 유럽은 지역 주민들의 이동이 우리처럼 심하지 않다. 그러니까 누가 누군지 안다. 길 지나면서 악수 한번만 해도 그 사람이 평소에 뭘 해왔고 의정활동 어떻게 했는지 잘 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하나 서면, 눈 깜빡할 사이에 선거구가 하나 생기지 않나. 우리 나라처럼 사회적 유동성이 빠르고 많은 나라가 없다. 이것 때문에 정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니까 국가가 공정하게 텔레비전이나 매체를 통해 공정한 기회를 줘야 공정한 참여가 된다. 완전공영제로 가야만 정치개혁이 된다. 그냥 '돈을 얼마까지 밖에 못 쓴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된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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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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