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닭갈비 체인점.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자리가 비어있다.오마이뉴스 이승훈
광우병에 이어 발생한 국내외의 조류독감이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원래 지난 12월 15일 국내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뒤 서서히 진정기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에서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그 영향이 곧바로 국내 닭 유통 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미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점은 소자본으로 비교적 쉽고 안전하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어서 많은 서민들이 생계형으로 운영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점의 수는 약 4만 개, 12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고 양계농가와 가공·유통 업체 등 관련 산업 종사자를 모두 더할 경우 조류독감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는 사람만 총 7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류독감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하게 퍼지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하는 등 관련 업계는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급기야 지난 8일 오후에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던 38살 최아무개씨가 영업부진으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목을 매 자살까지 했다.
"대책 없으면 몇 주 버티기 힘들다"
생계형 치킨점 점주들은 "대책마련 없이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 몇 주 버티기 힘들 만큼 피해가 클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지난 9일 저녁 7시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B치킨점. 닭고기를 즐기는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10평 남짓한 가게에 한창 손님들이 북적거릴 시간이었다. 가게 안에는 이미 몇 번은 넘겨본 듯 구겨진 조간신문을 들추며 오지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 부부가 전부였다.
“이 자리에서만 2년째 가게를 운영중인데 요즘처럼 힘든 것은 처음이네요. 지난 두달 새 매출이 반 이상 줄어들어 요즘은 월세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기자가 가게에 들어서자 손님으로 알고 반색했던 가게 주인 박아무개(54)씨는 “취재차 들렀다”는 말에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다.
“조류 독감이 발생하기 전에는 배달주문 처리하랴, 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으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랐다. 그때는 아르바이트를 쓸까 고민까지 했었다”는 박씨는 “조류독감으로 두 달 만에 이렇게 될 지는 정말 몰랐다”며 씁쓸한 표정이었다.
텅빈 가게안... "두 달전엔 아르바이트 쓸까 고민했었다"
이웃 동네인 연희동에 위치한 치킨 전문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작년 9월 퇴직금과 은행대출을 보태 치킨 전문점을 시작한 고아무개(46)씨는 요즘 업종전환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고씨는 “다른 프랜차이즈 사업보다 가장 안정적이고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치킨점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조류독감이라는 악재를 만났다”며 “조금 더 지켜보겠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다른 업종을 찾아봐야하지 하지 않겠느냐”고 허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