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첫 발 내딘 시민운동가

[인터뷰] 신철영 전 경실련 사무총장

등록 2004.02.15 19:53수정 2004.02.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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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네 살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부천시민포럼 대표 신철영(전 경실련 사무총장)씨의 주름살 뒤에는 그 어떤 사람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삶의 따스한 온기와 사랑이 베어 나오고 있다.

서울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신철영. 1981년부터 시작한 노동운동이 그를 세 번씩이나 옥고를 치르게 했으며 그러한 과거 전력이 오늘의 시민운동가로 변모시켜 놓았지 않았을까?

경실련에서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시작하면서 실업극복, 노동자의 피해 구제와 권익보호에 앞장섰으며 부천시‘남은 음식물 사료화 도입추진’과 ‘시민의 강 운동’ 등 실현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시민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신철영씨를 최근 개소한 ‘부천시민포럼’사무실에서 14일 만났다.

a 신철영(부천시민포럼 사무실에서)

신철영(부천시민포럼 사무실에서) ⓒ 양주승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시고 부천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신다는데 각 분야의 리더 되시는 분들이 정치권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부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의 흡인력이 너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언론, 교육, 법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이 있으면 꼭 정치권으로 끌어드리는데 좋지 않다고 봅니다. 각 분야의 중요한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가다보니 정치가 중요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정상적인 사회는 정치의 중요성이 낮아져야 합니다.

전문가가 각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자꾸 손짓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자발적인 개인의 선택은 열어 놓고 존중해야 합니다."

-시민운동과 정치가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치사회, 경제사회, 시민사회 삼자로 구별 할 수 있는데, 정치사회도 공공의 선에 대한 지향입니다. 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성취도 있겠지만 국민전체가 평안해지고 혜택을 골고루 나누고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경제사회는 이익을 지향하는 기본동력이고, 시민사회 역시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정치와 시민운동의 지향점은 같다고 봅니다."


- 만약 시장이 되시면 시민운동 할 때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텐데 어떻게 극복할 것입니까?
"시민운동 할 때의 생각을 그대로 가지고 시정을 편다면 분명이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현실의 제도적 차이, 여건의 차이, 시장이라는 자리도 정당의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정의 목표가 시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부딪치는 과정에서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또한 이 과정에서 얼마나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해서 함께 해 나갈 것인가, 등등 기본적인 지향점은 차이가 없을 것이라 봅니다."


a 신철영 (부천시민포럼 사무실에서)

신철영 (부천시민포럼 사무실에서) ⓒ 양주승

-시민운동을 하실 때 주장한 시민참여론을 시장이 되시면 어떤 방법으로 참여의 길을 열 것인지?
"사안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는 토론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든다면 1998년도에 '남은 음식물 사료화 운동'을 폈습니다. 시민단체와 아파트 부녀회, 자치회 그리고 시와 시의회가 지원하고 언론이 함께 동참한 여러힘들이 합쳐서 된 일입니다.

적어도 ‘남은 음식물 사료화 운동’만큼은 전국의 최고였다고 보는데 만약 공무원들이 했다면 많은 예산과 인원이 투입되었을 것입니다. 비용측면에서도 효율이 높았고 시민 스스로가 참여하고 보람을 느끼다 보니까 공무원 수십명이 할 수 있는 것을 시민의 참여로 이뤄냈습니다.

또하나의 예로 ‘부천 시민의 강’은 사실 개념상의 도랑인데 상징적 의미로 ‘시민의 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시민과 부천경실련이 발의를 해서 시에서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원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시민의 강이 완공된 후, 시민의 강을 가꾸기 위해 ‘시민의 강 지킴이’가 발족하여 초등학생부터 청년 어른들까지 적극적인 참여가 있지 않습니까?

만약 시에서 예산을 가지고 추진한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겠습니까? 공무원은 기획하고 지원하고 시민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함으로서 예산까지 절감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참여가 이뤄낸 성과입니다."

- 현재의 노동운동이 70년대나 80년대와는 다르게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상위 노동단체가 힘있는 노조의 편에 서고 있으며 힘없는 노조와는 그 격차가 너무 큰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동조합은 내부의 사람이 의사를 결정하고, 자기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전체 노동의 틀에서 보면 상위층에 속하는 공공부문, 사무 전문직 부문 등 대사업장 위주의 이익을 대변하는데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단체의 이해만 대변할 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고 정당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현재 노동운동이 안고있는 취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 신철영 사회평론집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출판기념식장에서

신철영 사회평론집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출판기념식장에서 ⓒ 양주승

- 노무현 대통령 당선시 <뉴스메이커>에 기고한 글에서 천하의 인재를 모으는 인사탕평책을 쓸 것을 노 대통령에게 바랐는데 현정부의 인사정책은?
"노 대통령의 인사정책에서는 후한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은 최소한 인재의 70-80%는 유능함을 기준으로 등용시켜 쓸 수가 있는데 자신과 맞는 코드 위주의 인사정책이 실패한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에 자신을 지지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초월해야 합니다. 초기의 인사정책에는 비판적이었는데 최근의 변화된 인사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간한 사회평론집에서 ‘정치 철새를 거부하라’는 글을 읽었는데 현재 부천의 정치인 중 철새가 있습니까?
"제가 정치철새를 논할 당시는 2년 전 16대 대선 때입니다. 민주당에서 노무현씨를 대통령 후보로 뽑아놓고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이 흔드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치는 권력을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까?

여당하는 사람이 야당할 각오를 가지고, 자신이 여당일 때 공평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 놓아야 야당이 되었을 때, 그 게임의 룰에서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 게임의 룰을 깨고 빠져나가는 행태를 보고 우리 정치가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서 그런 글을 썼습니다."

- 건전한 지역언론의 역할에 대하여 평소의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얼마나 공정한 입장에서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판하고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쓰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전체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균형있는 신문이 되기 바랍니다."

-이번 출간한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책값이 2만원인데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책 출판과 관련한 것은 실무자가 출판사에 의논해서 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부분까지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요즘 사모님도 내조하시느라 더 바빠진 것 같은데 가족과 아내에게 미안하지 않습니까?
"애들이나 집사람에게 사회적으로 말하는 좋은 조건을 주지 못했지만 다행인 것은 힘들고 불편한 것은 서로가 마음이 잘 맞아 견뎌왔고 애들이 이해해 주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더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제가 시민운동을 한 것은 ‘정치권 진출을 위한 경력 쌓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식의 비난을 할 수 있는 소재를 후배들에게 준 셈입니다. 그래서 현재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짐을 지워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천지역에서 시민운동의 하나로 추진해온 ‘남은 음식 사료화운동’과 ‘시민의 강’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꿈이 솟아 낳습니다. 목표를 실현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서 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치판으로 뛰어들었는데 정말 후배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a 신철영 사회평론집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출판기념식장에서

신철영 사회평론집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출판기념식장에서 ⓒ 양주승


신철영씨는 지난 2월 10일 사회평론집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출판기념식 인사말에서 “2004년 하반기는 한국정치가 질적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정치 때문에 국민이 속상할 일이 없을 것이며, 지금의 경제가 IMF 때 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 당시보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기 보다는 정부가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모든 것은 국민의 화합과 참여 속에서 극복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성공한 시민운동가'로서 정치판에 뛰어든 그가 시민운동 시절 이루어 내지 못했던 꿈을 정치판에서 일궈냄으로써 '성공한 정치인'이 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관련
기사
- 신철영 전 경실련 사무총장 출판기념회


덧붙이는 글 | *신철영(부천시민포럼 대표 .전 경실련 사무총장) 
1950년생, 서울공대기계공학과 졸업. 경실련 사무총장 역임. 부인 김은혜(여성신문 부천지사장)씨와 2남 1녀.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 기자이며 '정치개혁 및 바른 언론과 환경보호를 위한 홈페이지'(www.interko.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신철영(부천시민포럼 대표 .전 경실련 사무총장) 
1950년생, 서울공대기계공학과 졸업. 경실련 사무총장 역임. 부인 김은혜(여성신문 부천지사장)씨와 2남 1녀.

*이 기사는 <부천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양주승 기자는 <부천타임즈>(www.bucheontimes.com) 기자이며 '정치개혁 및 바른 언론과 환경보호를 위한 홈페이지'(www.interko.ne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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