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바늘로 사랑의 옷을 짜내다

뜨개질 전파사 '손뜨개방' 운영 김미정 씨

등록 2004.02.17 09:19수정 2004.02.1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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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녀의 옷은 대부분 직접 뜬 옷이다.

그녀의 옷은 대부분 직접 뜬 옷이다. ⓒ 이수정

“내 한 땀의 뜨개질로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으니 정성을 다해야지요. 사랑을 담아낼 수 있는 뜨개질을 할 겁니다.”


대전 효동에서 ‘사랑담은 손뜨개방’을 운영해 오고 있는 김미정(41)씨는 대량생산되는 기성복의 틈새에서 손뜨개질로써 사람들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마음을 포근하게 안정시켜주는 뜨개질 전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틀이면 완성되는 간단한 티셔츠에서부터 보름 이상 소요되는 쓰리 피스 정장까지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털실은 어느덧 체형에 꼭 맞고 입을 사람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세상에서 한 벌뿐인 옷으로 탄생한다.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했던 그녀는 뜨개방을 운영하며 5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뜨개질 법을 강습하고 있다. 강습 도중 조그마한 실수라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경우 그녀의 예리한 눈빛 아래에서는 가차없이 풀어헤쳐진다. 작은 실수가 묻혀 옷이 완성됐다 할지라도 실을 풀어 새로 뜨는 것이 아깝지가 않다. 완성도가 높아야 뜨개질을 하는 진정한 의미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수강생을 직접 지도한다.

수강생을 직접 지도한다. ⓒ 이수정

"잘못 뜬 한 코를 그냥 지나치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게 되거든요. ‘벌써 이만큼이나 떴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바로잡아야 합니다. 조금 잘못한 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을 덮어 버리면 나중에는 더 큰 후회를 하게 되죠.”

뜨개바늘에 생활의 보람과 행복을 담아 한 땀 씩 키워나가는 그녀는 천편일률적인 사이즈와 디자인이 아닌 ‘자유로움’을 뜨개질의 매력으로 꼽았다. 자신의 노력으로 가족에게 따뜻함을 선물할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나 소풍가”라는 아이의 한마디에 정성이 가득 담긴 예쁜 모자를 씌워줄 수도 있다.


a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뜨개방.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뜨개방. ⓒ 이수정

섬세하고 여성스러움이 필요한 지금의 ‘뜨개방’ 운영엔 무려 15년간 운영해온 지점토 학원이 큰 역할을 했다. 지점토를 다루는 일 역시 섬세하고 여성스러움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지기 쉽고,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하지 못 한다는 점이 15년간 지속한 지점토 삶에서 뜨개질하는 일상으로 이끌었다.

“지점토로 만든 장식품은 예쁘고, 시계 같은 것은 오래 쓸 수 있지요. 하지만 한번 깨지면 복구할 수 없잖아요. 그런데 뜨개질은 중간에 잘못 뜨면 풀어서 다시 쓸 수 있으니 한번의 실수도 다시 되돌려 만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뜬 옷을 입기도 하고 선물로 줄 수도 있으니 그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지점토 학원을 거쳐 수예점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완성된 작품을 보고 기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그녀의 수예점에는 항상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는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강생들에게 뜨개질하는 시간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a 뜨개작품과 지점토작품이 어우러진 '손뜨개방' 전경

뜨개작품과 지점토작품이 어우러진 '손뜨개방' 전경 ⓒ 이수정

“뜨개질은 나이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지요.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세대를 초월해 뜨개질을 좋아하지요. 친구나 가족에게 줄 선물로 직접 뜬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한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우리나라의 고질병인 지역 장벽도 뛰어넘었답니다. 경상도 아가씨가 전라도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을 하려 했는데 처음엔 시댁에서 ‘지역’ 때문에 못마땅해 했지요. 하지만 아가씨가 뜨개질을 배워 시댁에 손수 뜬 조끼를 선물해 귀여움을 독차지 한 일도 있었답니다.”

그녀는 먼 미래에도 손뜨개질로 전하는 사랑 메신저가 꿈이다. 뜨개바늘의 작은 한 땀 한 땀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아낸 옷으로 행복을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한 소식만 전하는 인터넷 신문, 해피인(www.happyi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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