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론스타, 신기록 세우나

전 직원 40% 정리해고 시도, 직장폐쇄도 기습적으로 단행

등록 2004.02.25 18:43수정 2004.02.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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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직장폐쇄 3일째인 서초구 방배동 외환카드 본사에서 외환카드와 사무금융연맹 노조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연대집회가 열렸다.
25일 오후 직장폐쇄 3일째인 서초구 방배동 외환카드 본사에서 외환카드와 사무금융연맹 노조원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연대집회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외환은행과 합병을 이틀 앞둔 외환카드가 26일 전 직원의 40%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한다. 이로써 일본 토쿄쇼와은행 인수시 1600명이던 직원 중 900명을 정리하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론스타'의 악명이 국내에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단기투기 펀드인 론스타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의 대주주다.

정리해고가 단행될 경우 론스타는 금융권에서는 유례가 없었던 첫 직장폐쇄 조치에 이어 전 직원의 40% 동시 정리해고라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일방적인 정리해고와 법절차를 무시한 기습적인 직장폐쇄를 추진한 론스타의 '물불 안가리는 행보'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외환카드 노조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44일째 전면파업을 벌여오는 중이다.

물불 안가리는 론스타의 계속되는 신기록 행진

오마이뉴스 권우성
론스타는 22일 강남노동사무소에 직장폐쇄 신청서를 제대로 접수하지 않고 노조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간 틈을 타 300여명의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 기습적으로 본사 출입을 봉쇄했다. 이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동으로, 론스타는 강남노동사무소의 시정명령에 부분적으로 노조원 10명에 대한 노조 사무실 출입만을 허가한 상태다.

론스타는 또 정리해고를 단행하기 전 명예퇴직에 대한 노사협의 등 충분한 회피노력을 해야하고 정리해고 당사자에게도 최소 1개월전에 통보를 해야하는 노동법을 무시했다.

외환카드 사측은 노조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명예 퇴직안을 통보했고, 지난 주말에는 사실상 정리해고 통보인 직원 성적표를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개인에게 전달했다. 직원 성적표는 S·A·B·C·D 5등급으로 돼있었고 이중 C·D 등급을 받은 40%의 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자다.


25일 외환카드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사무금융연맹의 집회가 열린 서울 방배동 외환카드 본점 앞에는 론스타에 대한 외환카드 직원들의 적대감이 가득했다. 본점 건물에는 "론스타를 불태우자", "금융깡패 론스타", "천박한 투기자본 집에 가라" 등의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날 집회에는 정리해고를 저지하기위해 연대파업을 선언한 사무금융연맹 소속 노조원도 합세했다. 외환카드 본점 앞을 가득 채운 500여명의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싸움에 대해 "추악한 초국적 투기자본과의 싸움"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집회에 참석한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불법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법에 굴복해서는 안되며 민주노총은 론스타에 한사람도 내줄 수 없다"고 외환카드 노조원들을 격려했다.

이 위원장은 "26일 정부당국에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면담을 신청하고, 외환카드의 정리해고가 시작되면 민주노총 차원에서 외환은행 불매운동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집회에 참석 중이던 사무금융연맹 소속 노조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외환은행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적금을 해지하는 등 외환은행 금융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갈 것을 즉석 결의하기도 했다.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진 외환카드 본사 현관문.
직장폐쇄 조치가 내려진 외환카드 본사 현관문.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주노총 "정리해고 단행되면 외환은행 불매운동 돌입"

민주노총은 산하 조합원들이 모두 불매운동에 참여하게 될 경우 외환은행에서 이탈할 고객 규모가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계획을 밝힐 계획이다. 불매운동이 벌어질 경우 외환은행이 입을 이미지 손상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 보여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사무금융연맹은 또 불매운동과 함께 362명의 정리해고자 규모와 동일한 수의 결사대를 조직, 외환카드에서 노숙투쟁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외환카드 사태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사가 28일로 예정된 합병기일까지 극적인 타협을 이루기는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24일 오후 8시간여 동안 열린 마라톤 협상에서도 노사는 양쪽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쳤고, 25일 오후 속개된 교섭도 현재 진전이 없는 상태다.

장화식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은 "40% 정리해고 계획에서 사측이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전혀 없고, 어느 노조도 40% 정리해고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인 만큼 노사 교섭에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부위원장은 "정리해고가 단행될 경우 정리해고 절차에 분명한 법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카드 본사 주변에 수십개의 농성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
외환카드 본사 주변에 수십개의 농성 천막이 설치되어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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