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교회 공동묘지도 납골당으로

매장문화에서 납골문화로

등록 2004.02.26 07:15수정 2004.02.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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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에는 교회마다 '연령회'라는 단체가 있다. '상가(喪家) 돌보기'와 세상 떠난 이의 영혼을 위한 기도인 '연도' 등을 주도적으로 하는 단체다. 공동묘지를 가지고 있는 교회 연령회의 경우에는 '묘지관리'라는 임무 하나가 더 추가된다.


내가 적을 두고 있는 대전교구 태안교회는 공동묘지를 가지고 있다. 자연 연령회의 역할 범위가 크지 않을 수 없다. 묘지관리는 운영 규칙에 따른 사무 처리와 현장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상가 돌보기는 옛날처럼 일이 많지 않다. 몇 년 전까지는 상이 나면 즉각 달려가서 시신의 수족 걷는 일과 염습하는 일을 연령회에서 맡아 했다. 그래서 나도 청소년 시절부터 30여년 동안 100구가 넣는 시신을 염습했다. 그러나 우리 고장에도 몇 년 전에 장의예식장이 생겨난 후부터는 시신 염습이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묘지관리가 연령회의 주임무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관리 차원을 벗어나는 새로운 문제를 안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8일 주일 교중미사 후에 있은 연령회의 정기총회에서는 공동묘지와 관련하는 사항들을 폭넓게 논의했다.

우리 교회의 공동묘지는 시내권에 속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1970년대에 땅을 매입하고 기초 공사를 한 다음 1982년부터 매장을 시작하여 현재 약 80여동의 묘가 조성되어 있다.

그 공동묘지가 영구적으로 유지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시내와 가까워서 언제 도시계획에 걸릴지도 알 수 없으려니와, 앞으로 60여동의 묘를 더 조성할 정도의 땅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한때는 시내와 가까워서 땅값 받기가 유리한 현 공동묘지를 팔고,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의 훨씬 넓은 임야를 사서 천묘(遷墓)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옳은 방안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은 묘지에 의한 국토 잠식 문제가 크게 우려되고, 또 쟁점화 되어 있는 시대다. 전통적인 매장문화에서 벗어나서 점차 납골문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시신을 땅에 묻지 않고, 또는 일정 기간 매장을 했다가 납골당에 안치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전망이다.


시신 매장으로부터 국토를 보호하기 위한 관계 법령도 제정되었다. 앞으로 묘지는 30년 동안 유지될 수 있고, 유지 기간을 15년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그래봐야 60년이다. 60년 후에는 누구라도 묘지에서 유골을 캐내어 화장 처리를 하든지 납골당에 안치해야 한다.

천주교는 일찍부터 납골당에 눈을 돌렸다. 우리 사회에 납골문화를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것의 선도 역할을 수행했다. 대규모 공원묘지를 소유하고 있는 (묘지 수요 한계 상황에 직면한) 교구교회들부터 납골당 건립을 추진했다.

그리하여 납골당은 이제 많은 본당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공동묘지를 소유하고 있는 본당은 물론이고, 공동묘지가 없어 아쉬움을 느꼈던 본당들부터 납골당 건립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 성전건축을 하는 교회들 중에는 납골당 건립을 병행하는 교회도 있다.

성당 옆이나 지하에 납골당을 짓는 일은 천주교로서는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가톨릭교회의 본산인 로마 베드로 대성전의 지하에는 사도 베드로를 비롯하여 역대 교황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세계의 유명 성당들 중에는 성인들의 유해를 안치하고 있는 성당들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성당들이 김대건 신부와 박해 시대의 순교자들, 또는 성직자의 유해를 안치하고 있거나, 성당 구내에 무덤들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리 태안교회도 장차 납골당을 지어 공동묘지의 유해를 모두 옮길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공동묘지에 아직 땅이 남아 있으니 당분간은 더 매장을 하면서 성당 구내에 납골당을 건립할 자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지난 8일의 연령회 정기총회에서는 묘지 1기 사용료 80만원을 1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일반 공원묘지 1기 사용료 300∼500만원에 비하면(천만 원인 곳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납골당 건립기금 조성 취지에 비추어 보면 150만원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난한 신자들의 부담을 과중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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