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농성, 기아특수강대책위 '협상중단' 선언

대책위와 회사측 협상 결렬...최악의 상황 맞아

등록 2004.03.15 18:22수정 2004.03.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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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고자 이재현, 조성옥씨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군산 기아특수강 50미터 높이의 굴뚝농성 현장. 지난달 27일 촬영.

해고자 이재현, 조성옥씨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군산 기아특수강 50미터 높이의 굴뚝농성 현장. 지난달 27일 촬영. ⓒ 오마이뉴스 안현주


전북 군산 기아특수강 해고자들의 굴뚝농성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해고자 이재현(44)·조성옥(42)씨의 굴뚝농성이 15일 현재 농성 131일 단식 22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전북대책위원회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중단'을 전격 선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서 기아특수강 굴뚝농성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책위는 13일 입장발표를 통해 "회사측이 두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대책위가 그동안 투쟁과 협상에서 얻은 결과는 기아특수강을 인수한 세아 자본의 더러운 모습을 확인한 것 뿐"이라며 회사측의 태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대책위는 "지금 이 순간부터 회사와의 협상에서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음을 확인한다"며 "이재현·조성옥 두 동지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기아특수강 경영진에게 넘어갔다"고 밝혔다.

굴욕적 협상에 반발, 농성장까지 철거

해고자들의 굴뚝농성 사태 이후 회사측과 협상을 벌여오던 전북대책위는 이날 협상중단 선언과 함께, 그동안 회사 정문 앞에 설치된 컨터이너 농성장도 함께 철거했다.


a 회사측이 제시한 굴욕적 협상안에 반발한 전북대책위가 13일 협상중단과 함께 회사 앞에 위치해 있던 컨테이너 농성장마저 철수시키고 있다.

회사측이 제시한 굴욕적 협상안에 반발한 전북대책위가 13일 협상중단과 함께 회사 앞에 위치해 있던 컨테이너 농성장마저 철수시키고 있다. ⓒ 참소리 제공


전북대책위가 전격적으로 협상중단을 선언한 것은 회사측의 입장변화가 없는한 더이상의 활동이 불가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특히 지난 11일 기아특수강 신동일 이사가 처음 제시한 회사측의 안에 대해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아특수강 측은 '굴뚝농성자 처리방안'이란 문서를 통해 회사측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측이 제시한 처리안에 따르면 농성자 조성옥씨의 경우 "명예회복 차원에서 오는 2007년 7월 1일 입사, 2007년 7월 2일 자진 퇴사"이며 또 다른 농성자 이재현씨는 "조건 없이 굴뚝에서 내려온다"는 것.


아울러 생계비 차원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문정현 신부가 운영하는 단체에 돈을 기부하고, 이를 농성자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기아특수강 측은 이러한 처리방안과 함께 아울러 두 농성자들은 앞으로 회사측을 상대로 일체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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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특수강 "4년후 입사, 입사 다음날 퇴사"

4년후 입사하여 입사 다음날 바로 퇴사하고, 기부형식을 통해 돈을 지급하겠다는 것에 대해 대책위는 농성자들을 능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부대조건에는 입사한 회사 동료와의 접촉마저도 금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더 분개하고 있다.

김홍중 전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회사측은 법적인 문제는 끝나 사람이 죽어도 자기책임은 아니라는 식"이라며 "탄핵정국에 들어서면서 더 여유로운 입장에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대책위로서는 더 이상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농성자들을 죽이든 살리든 이제는 회사측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해고자들은 지난해 11월 6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회사 5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 지금까지 농성을 벌여왔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한 단식도 22일째에 접어들면서 생명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농성자들의 해고투쟁은 올해로 14년(이재현)·11년째(조성옥)다. 해고자들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불법해고라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측은 법적으로 끝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측은 불법건조물 침범과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이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한편, 이날 대책위원회의 협상중단 선언이 있기까지 대책위와 회사측 경영진의 공식 협상은 단 3차례뿐이었다.

11일 제시한 회사측 '굴뚝농성자 처리방안'

▲조성옥: 명예회복을 강력히 주장하므로 명예회복 차원에서 2007년 7월 1일 입사, 2007년 7월 2일 자진퇴사함
▲이재현: 조건없이 굴뚝에서 내려 옴

▲생계비 지원: 종교단체에 돈을 기부하고, 이를 농성자에게 지급
(익산 자매의 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중인 문정현 신부가 운영)

▲부대조건
- 향후 당사를 상대로 원직복직 또는 재입사를 요구하지 않음
- 당사를 상대로 이와 관련된 일체의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음
- 당사와 관련된 집회 및 시위에 일체 관여치 않음
- 당사의 노동조합의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말 것
- 1998년 9월 30일 정리해고 되어 2000년 재 입사한 사람들과 일체의 접촉을 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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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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