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

[현장] 조순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두번째 KBS 방문 '압박'

등록 2004.03.15 18:50수정 2004.03.15 20:50
0
원고료로 응원
a 15일 오전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통령탄핵에 대한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다. 조순형 대표의 `국영방송` 발언과 관련해서 안동수 부사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오전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통령탄핵에 대한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다. 조순형 대표의 `국영방송` 발언과 관련해서 안동수 부사장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탄핵안 가결 이후 방송 보도와 관련해 'KBS의 편파 보도'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이 '수신료 분리징수'로 다시 한 번 KBS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순형 대표와 장성원, 박금자, 양승부, 심재권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15일 오후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KBS를 방문해 안동수 부사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한나라당에) 협조하면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으름짱을 놨다.

관련
기사
- 한-민, 탄핵정국 방송보도 성토 '한 목소리'

이 자리에서 조 대표는 탄핵안과 관련된 KBS의 특별 프로그램 편성 등을 언급하며 "주요일간지 사설을 보면 방송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는 등 KBS의 편파 방송을 지적하고 있다"며 "KBS가 편파성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일방적인 주장과 요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많든 적든 (탄핵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있는데 어떻게 헌정 중단 사태가 잘못됐다고 하느냐, 이래서 어떻게 국민 시청료로 운영되겠느냐"고 지적한 뒤 "수신료 분리징수, 통합징수 문제가 나왔을 때 당내에서도 분리징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한나라당에) 협조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우리가 협조하면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압박했다.

조 대표는 또 "우리 헌정사에 보면 이승만 대통령의 4.19가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 암살로 유고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정변이나 하야, 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탄핵은 헌법절차에 다 있고, 지난 몇 달 동안 야당이 경고를 해 온 것"이라며 헌정 중단 사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핵안 가결이) 중대 사태는 틀림없으나 국제 사회에서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며 "이미 필리핀, 인도네시아, 페루도 같은 경험을 했고,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얼마 전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장성원 "클린턴 탄핵한 미 하원도 의회쿠데타 한 것이냐"


장성원 의원은 "누가 보더라도 (탄핵안에 대한) KBS의 방송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현재 의회쿠데타라고 주장한 것은 열린우리당인데, 객관적으로 볼 때 의회쿠데타인지 아닌지 우리에게도 반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며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할 때 하원에서는 가결됐는데, 미 하원도 의회쿠데타를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금자 의원도 "(탄핵안 찬성) 목소리를 내지 않는 다수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실제로 토론회 패널들을 보면 반대 목소리뿐인데 양쪽 목소리를 다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동수 부사장은 "KBS는 기본적으로 보도국 간부나 기자들이 바깥에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지 못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다"며 "내부적으로 방송강령을 통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데, 민주당 의견은 내부적 토론을 통해 반영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날 민주당의 항의방문은 전날과 달리 6층 귀빈실에서 약 30분간 차분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KBS는 국영방송"이라는 조 대표의 용어 사용을 놓고 안 부사장이 "국영방송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반박해 잠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다음은 조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안 부사장의 주요 대화록.

안동수 부사장 "어제는 죄송했다. 마침 휴일이었고 갑자기 오셔서 당직임원이 어쩔 수 없이 1층 귀빈실로 모셨다. 현관에 가까이 있다보니 불편했던 것 같다. 또 어제 기자들이 많이 와서 (귀빈실을) 꽉 채워 차도 한 잔 못 드렸다."

조순형 대표 "어제는 MBC도 방문했는데 보도국장이 있어서 만났다. 일요일이었으니까 우리가 갑자기 와서 좀 그랬다."

안동수 "우리는 기본적으로 보도국 간부나 기자들이 바깥에 있는 분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지 못하도록 기준이 마련돼 있다. 어제 같은 경우도 제가 만나야 되는데..."

a 15일 오전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통령탄핵에 대한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다. 조순형 대표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보수언론의 기사를 복사해와서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전 민주당 조순형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통령탄핵에 대한 보도에 항의하기 위해 KBS를 방문했다. 조순형 대표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보수언론의 기사를 복사해와서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순형 "이번 탄핵 정국과 관련된 KBS의 보도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과 사명에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내용적으로나 양적으로 모두 그렇다. 그래서 시정 요구를 하러 왔다.

우선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금요일에는 12시간 30분 동안 특별 방송을 했다. 하루 전체 방송시간이 22∼23시간이 되는데 이 중 무려 12시간 30분을 방송했다. 13일은 11시간 10분, 14일은 1시간 25분이었다. 이는 내가 편성표를 보고 확인한 것이다. 물론 탄핵안 가결이 우리 50년 헌정사에 처음이라 중점적으로 보도할 만 하다. 그러나 12시간 동안 방송한 것은 탄핵안 가결을 헌정 중단 사태, 국가 비상사태, 의회쿠데타 차원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특집 프로그램 표제를 보면 '탄핵,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 KBS 스페셜은 제목이 '탄핵, 국민은 없다'이다. 마치 국민들의 뜻과 다르게 탄핵안이 통과된 것처럼 뽑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국민이 뽑았고, 국회의원도 국민이 뽑은 것 아니냐. 뭐가 국민의 뜻과 다르다는 것이냐. 방송으로서 공정성 있게 고건 대행체제의 출범으로 사회와 국정이 안정을 찾게 될 것이고 보도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

또 주요일간지 사설을 보면 방송이 이성을 찾아야 한다는 등 KBS의 편파 방송을 지적하고 있다. KBS가 편파성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일방적인 주장과 요구가 아니다. 우리 당사와 언론사에도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방송법 제5조에는 방송의 책임이 규정돼 있고, 제6조에서는 공정성을 말하고 있다. 특히 제5항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 실현에 불리한 집단의 이야기를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탄핵 정국에 있어서도 민주당은 소수고, 그 소수의 이야기가 반영돼야 하지 않나. 이익추구 실현이 불리한 집단에는 민주당도 들어가 있다. 비단 이번 탄핵정국 뿐만 아니라 노 정권 출범 이후 모든 상황이 그렇다."

안동수 "어제 말씀드린 대로 KBS는 국영방송이 아니다. 그것은 빼달라."

조순형 "국가 기간방송이라는 것이다."

안동수 "어제 대표가 그렇게 말씀하셔서 정정해 달라는 것이다."

조순형 "국가 기간방송 맞지 않느냐. 또 75조에 보면 재난방송이라는 것이 있다. KBS가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지난 번 100년만의 폭설이 왔을 때 어떻게 했나.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KBS가 어떻게 탄핵에 대해 그런 방송을 내보낼 수가 있나. 많든 적든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있는데 어떻게 헌정 중단 사태가 잘못됐다고 하나. 이래서 어떻게 국민 시청료로 운영되겠나. 시청료 통합징수 문제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데..."

안동수 "시청료가 아니라 수신료다."

조 대표 "우리는 (KBS에) 우호적인데... 민주당 생사가 걸렸다"

조순형 "시청료든 수신료든... 어쨌든 분리징수냐 통합징수냐 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 당내에서도 분리징수를 해야 한다는 그런 주장이 강했다. 그러나 KBS는 KBS대로 이유가 있다고 해서 우리는 협조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협조하면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우호적인데 어떻게 이런 방송을 하나. 우리는 직접적 이해 당사자다. 민주당의 생사가 걸렸다. 지난번 위성방송 문제가 나왔을 때 나도 (KBS에) 일조했다. 어쨌든 우리 항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동수 "어제 보도책임자를 못 만난 것은, 우리 입장이 공당 대표가 직접 보도책임자를 만나는 것은 언론의 보도자유 침해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조금 전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왔을 때도 원론적인 말씀만 드렸다. KBS 직원들은 개개인이 윤리적으로 청렴해야 할 규정이 있고, 내부적으로는 방송강령이 있다. 그 강령을 기준으로 방송을 제작한다. 강령을 지키면서도 편성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고 있다. 지금 주신 의견은 내부적 토론을 통해 반영할 것은 반영하겠다."

조순형 대표 "지역반응을 들어보는 것은 좋으나 충청도에 행정수도 이전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한다는 것은 도민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어떻게 제목을 그렇게 뽑나. 그리고 이번과 같은 사태는 우리나라 헌정사에 5번째다. 이승만 대통령의 4.19가 있었고 박정희 대통령 암살로 유고된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앞에서와 같은 정변이나 하야, 비상사태로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탄핵은 헌법절차에 다 있고, 몇 달 동안 야당이 경고를 해 온 것이다. 다만 중대 사태는 틀림없으나 이것이 무슨 헌정 중단 사태냐. 국제 사회에서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 이미 필리핀, 인도네시아, 페루도 같은 경험을 했고,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얼마 전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지 않았나."

a 항의방문을 마친 조순형 대표가 KBS를 떠나고 있다.

항의방문을 마친 조순형 대표가 KBS를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장성원 "의회쿠데타라고 주장한 것은 열린우리당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의회쿠데타인지 아닌지 우리에게도 반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할 때 하원에서는 가결됐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그러면 미 하원도 의회쿠데타를 했나. 국민들을 계도하는 것이 언론의 임무가 아니냐. 자꾸 선동하는데, 나중에 KBS가 책임질 것이냐."

조순형 "공영방송이 이렇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편협하게 방송하고 방송법에 어긋나게 해서는 안 된다. 방송은 신문과 다르다. 전파는 공공재다. 그래서 방송법이 있고, 방송위가 있지 않나. 더 공정해야 한다. 국영방송이 아니라는데 (언성을 높이며) 내가 지난 번 위성방송 문제가 났을 때 KBS가 국가기간방송인데 어떻게 위성방송에서 제외됐느냐고 그랬다.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국영방송이 아니라는 등 그런 말을 하나."

최영희 의원 "패널 선정할 때 찬반을 분명히 동수로 해 달라. 저는 KBS 등이 편파방송을 했기 때문에 70%에 이르는 탄핵 반대 의견이 나왔다고 본다."

안동수 "여론을 KBS 방송에서 조작했다는데 신문들도 전체 여론 조사 내용이 다 똑같다."

최영희 "12시간 가까이 방송한 것은 상당한 편파 방송 아니냐."

안동수 "방송 편파성은 우리에게 맡겨달라. 오늘 얘기는 임원회의에서 논의해 전달하겠다."

조순형 "정말 심의해 달라. 이렇게 나가면 수신료 문제를 재고할 수밖에 없고, 다른 수단도 강구하겠다. 이렇게 된다면 시정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은행에 돌려주게 하자"
  2. 2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3. 3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결혼-육아로 경력단절, 배우 김금순의 시간은 이제 시작이다
  4. 4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