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 울려 퍼진 '탄핵무효'의 함성

[현장] 촛불을 다시 켜면서

등록 2004.03.17 10:58수정 2004.03.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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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해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한 어린이들

김해 탄핵반대집회에 참석한 어린이들 ⓒ 김현옥

3월 15일에 이어 16일에도 경남 김해 부원동 우체국 앞에서 '탄핵무효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촛불집회'가 저녁 7시부터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달려 온 회사원은 물론 바쁜 농사일을 잠시 제쳐두고 달려 온 농민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 가족과 함께 나온 어린이,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젖먹이 아기를 업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이른 저녁을 먹고 삼삼오오 나왔다. 이들은 시국에 관한 즉석 토론을 벌이며 이번 대통령 탄핵은 그동안 일구어 온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일이어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집에 잠자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는 말들을 했다.

이 날 집회는 12개 김해지역 시민단체들이 모여 구성된 ‘탄핵분쇄 부패정치청산 김해시민운동본부’의 주최로 김해YMCA 김영국 간사가 진행을 맡아 시민들의 자발적인 발언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자연스럽게 시위대에 참여한 시민들은 초에 불을 붙이면서 함께 “탄핵무효, 부패정치 척결”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윤민석의 ‘격문1’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주부는,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어느 당을 선호해서가 결코 아니다. 민심을 져버리고 당리당략에 빠져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의원들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져서 저녁밥을 일찍 해먹고 아이들과 나왔다”고 했다.

자유발언대에 연사로 나온 한 시민은, “탄핵정국으로 몰고 간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수수방관한 당은 책임이 없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택시운전을 한다는 한 시민은 “일제시대 친일파를 해방 후에 청산하지 않아서, 그 잔재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게 아니냐면서, 4.15 총선에서 확실하게 민심을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한 농민은, 지난 번 FTA 체결안으로 인해 현 정부에 불신도 있지만, 지금 같은 대통령 탄핵은 역사와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가 아니냐는 말을 했다.

지난 해 '미선이·효순이 사건' 이후 두 번째로 김해에서 여는 촛불집회는 인제대 학생들의 몸짓과 노래가 곁들여지면서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김해시민들은 촛불을 다시 켜면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스스로 실감하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살아서 역사가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a 탄핵 무효를 외치는 김해시민들

탄핵 무효를 외치는 김해시민들 ⓒ 김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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