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 본사KTF
우리나라 통신시장은 외형상 경쟁 체제이지만 요금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대부분 정부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정부가 정책상 IT산업 육성에 필요한 재원을 통신서비스 사업을 통해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에 따라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소비자의 입장보다 사업자들 쪽에 서서 요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 요금은 SK텔레콤의 원가와 경영상 여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후발 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의 이익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따라서 사업자들이 현재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반발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이통사를 키운다는 논리로 시장 원리에 반하는 최저가격제를 통해 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소비자들의 추가 부담으로 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소비자들은 IT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하에 '울며 겨자먹기'로 일본·미국·프랑스 보다 더 비싼 요금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이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해서 이를 소모적인 마케팅 비용이나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등에 써버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
만약 사업자들이 설비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더 이상 소비자들이 비싼 요금을 물어야할 명분은 사라진다.
또 하나, 업체들이 새로운 요금제로 인한 요금 할인효과를 언급하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업체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약정할인제나 무한정액요금제 등 새로운 요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월 10만원 이상 사용하는 이들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월 2~3만원대 요금을 내는 가입자들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극소수의 고액 사용 가입자들을 위한 할인요금으로 전체 가입자들의 요금인하 요구를 무마하려 하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의해 선진국보다 비싼 요금 감수하는 소비자들
작년 10월 업체들은 이동통신 가입자의 반 이상이 사용하는 발신번호표시 요금인하로 2천억원의 매출 감소했다며 더 이상의 요금인하는 불가능하다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던 업체들이 매출액 감소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약정할인과 무한 정액제 같은 요금제는 극소수의 고객을 위한 것임에도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다.
이동통신사들은 3300만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본요금과 통화료 인하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약정할인이나 무제한 정액제와 같은 요금할인제가 아닌 기본료와 통화요금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통부도 시장의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상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도록 하고, 이동통신 업체들의 실효성 없는 요금할인 대결을 감독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대로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가입자들로부터 비싼 요금을 받도록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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