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금 나눠 '꿀꺽'한 간큰 시장-군수들

충남시장군수협의회, 공금 투여해 조성한 기금 끼리끼리 나눠

등록 2004.03.21 23:53수정 2004.03.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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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전국 234명의 시장, 군수, 구청장들이 전주에 모여 대형 솥에 전주비빔밥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 이벤트를 벌인 바 있다. '비빔밥 나눠 먹기'를 통해 중앙과 지방, 전국 자치단체가 골고루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남지역 시장. 군수들이 시.군 예산으로 조성된 기금을 서로 '나눠 먹기'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금 나눠먹기'는 시.군민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까.

충남지역 기초자치단체간 협력을 위해 출범한 충남 시장.군수협의회가 시.군 공동부담금으로 조성한 기금을 사적으로 분배해 나눠 쓴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이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과 충남 일선 시.군에 따르면 충남 시장.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민선2기 선거직후인 지난 2002년 6월, 당시 조성돼 있던 협의회 기금을 각 시장. 군수들의 개인 통장을 통해 배분했다.

배분액은 시장. 군수 각 1인당 1200만원 씩 모두 1억8000여 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의회는 또 민선 1기 지방선거 직후에도 같은 방식으로 당시 조성돼 있던 기금을 일괄 배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 불출마, 낙선 후보 요구로 배분한 듯...
1기 지방선거 뒤에도 나눠 썼을 가능성 배제못해...


그러나 협의회 운영기금은 시.군 예산을 들여 조성된 공금이라는 점에서 사적배분은 '공금횡령'으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협의회의 경우 친목도모의 성격이 강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와는 달리 예산지원 근거마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지역 각 시장.군수들은 지난 96년 부터 협의회 기금으로 매년 360만원(매월 30만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기금으로 매년 300만원씩을 납부해 왔다.

감사원은 분배한 시점이 6.14 지방선거 직후인 것으로 미뤄 당시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일부 시장.군수들이 조성돼 있던 기금을 정산 할 것을 요구해 일률배분 한 것으로 추정하고 배분이유와 배분액 등에 대한 세부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충남의 모 군청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전 군수님이 군청 예산을 세워 납부한 협의회 기금을 개인 통장을 통해 배분 받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협의회에서 일괄배분해 우리 군 뿐만 아니라 충남의 많은 시장.군수들이 같은 방식으로 나눠 가진 것으로 안다"며 "공금을 유용한 것이지만 군청에서 군수 개인 통장으로 들어간 돈까지 (군청에서) 챙기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군청 관계자는 "감사원 확인결과 우리 군수님의 경우 협의회비를 공금이 아닌 개인 사비로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른 시.군은 몰라도 우리 군수님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사비 지출 극소수, 타 지역 시.군.구로 감사 확대

그러나 해당 비용을 시장 .군수 개인 사비로 지출한 경우는 충남 15개 시.군 중 1-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원은 현재 각 시.군에 질의서를 보내 공금유용 여부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도덕적,법적 책임론 등 파문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또 충남 지역 시장.군수 외에 다른 지역 자치단체에 서도 같은 유형이 부정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감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법률전문가는 "공적 기금을 업무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면 협의회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형사상 공금횡령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96년 시.군간 협력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으며 15개 시.군 단체장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2기의 경우 이근영 천안시장이 회장을, 김행기 금산군수가 총무를 맡았으며 3기인 현재는 성무용 천안시장이 회장을, 채헌병 홍성군수가 총무를 맡고 있다.

충남 시장-군수 협의회는?

충남시장.군수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시.군간 협력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96년 전국시장.군수협의회와 함께 출범했다.

회원은 충남 15개 자치단체 시장.군수들. 협의회는 시장.군수간 친목도모는 물론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동현안에 대한 정보교환, 지방자치에 영향을 미치는 법령 및 국가정책에 대한 건의 등 활동 등을 해왔다.

지난해에는 지방분권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 3대 개혁입법을 정기국회에서 제정할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해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적활동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이 미미한데다 협의회 기금을 들여 애.경사까지 챙기는 등으로 친목회 성격이 강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협의회와는 달리 예산 편성 근거조차 뚜렷치 않다는 것.

게다가 그 기금마저 시장.군수들이 사적으로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그 위상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여기에 공금유용 또는 횡령으로 형사처벌론 까지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협의회는 시.군을 돌며 비정기적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 시.군이 내는 공동분담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기금 사용 용도와 관련 " 타시도 재해발생시 위로금 또는 격려금 등으로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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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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