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재즈계의 큰산을 꿈꾸다

<나의승의 음악 이야기 49>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등록 2004.03.24 19:42수정 2004.03.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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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아름답다. 봄은 물오름이다. 풀 한 포기에서부터, 커다란 관목에 이르기까지, 봄에는 물이 거꾸로 오른다. 꽃들이 피어나게 한다. 그런 풍경을 보는 계절이 봄이다.

때와 너무 잘 어울리게도 꽃과 함께 재즈 파티를 여는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그녀의 '플라워 재즈 파티(Flower Jazz Party)'는 4월 9일, 10일 이틀 동안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열린다. 그리고 5월에는 일본 순회공연을 떠난다. 공연 포스터에는 "따사로운 4월의 봄… 프리지아 꽃향기 담은 재즈 파티에 초대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노란 꽃이 공연을 밝게 물들여 줄 것만 같다.


재즈 가수 '웅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남자 이름 같다", "재즈세계에 이름을 알리려면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등의 말들을 하는 편이다. 그런 의견들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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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세상은 바뀌어 간다. 예를 들어 '풍월당'이라는 이름의 음반매장이 있다.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글로벌'시대에 '새틴 돌(Satin Doll)', '리얼 블루(Real Blue)' 등의 영어식 이름에 비해서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전통과 현실'에 걸맞는 이름일 것이다.

그렇듯이 '웅산'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반갑고 고마운 이름이다. 한국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외국인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과거, 충북 단양의 '구인사'에서 약 일년 반 동안 생활을 했고, '웅산'이라는 이름은 그곳에서 '무안스님'으로부터 받았다. 무안스님은 피리와 대금에 깊은 조예가 있는, 그래서 음악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는 승려로 알려져 있다. 그런 사람이 준 이름이 '웅산'이다.

"무슨 뜻인가요?" 묻자, "'큰산'이라는 뜻이에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큰산이 되거나, 혹은 큰산으로 가는 노력이었을지, 그녀는 긴 시간 쌓아온 흔적들을 안고 있다. 예전에는 헤비메탈 그룹에서 노래했다. 한국 재즈 피아노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신관웅씨를 만난 이후, 크고 작은 재즈무대에서 약 7년을 노래했다.

"재즈가수 중에는 박성연 선생님을 존경해요." "그분은 삶 자체가 재즈인 것 같아요. 배울 점이 많은 분이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마음도 미인인 것 같다. 야누스… '야누스' 무대와의 인연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10월에 녹음한 '러브레터'(Love Letters)라는 타이틀의 데뷔음반은 이미 나와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음반은 뉴욕 맨해튼의 클린턴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뉴욕은 이 시대 재즈의 메카라 할 수 있다. 거기에서 클린턴 스튜디오는 1급의 공간이다. 신영옥씨의 'My songs' 녹음도 그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천재적인 음악가들과의 연주는 그들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첫 번째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몇 번째쯤 되는 것만 같은" 그런 무게를 느끼게 한다. 베니 그린(피아노)은 국내에도 '100개의 황금 손가락'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으로 알려진 10인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연주자다.

로니 플랙시코(베이스)는 '카산드라 윌슨'(블루노트 레코드 3대 여성 보컬리스트의 한 사람)의 '트래블링 마일즈'에서 팀의 리더이자, 베이시스트로 블루지한 음악언어들을 탁월하게 펼쳐냈다는 평을 들었으며, <스윙저널> 등의 재즈 전문지에서는 젊은 베이시스트 베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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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승

데뷔음반에서 탁월한 연주자들과 천연덕스럽게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쉽게 노래를 하고있는 음악 속의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만나본 재즈가수 웅산….

인터뷰를 통해서, 눈웃음, 편한 성격, 프랑스 영화 '그랑 블루'를 좋아하고, 대학에서는 중국어를 전공했으며, 패션에도 감각이 있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웃는 것, 재즈를 좀더 대중적으로 보급하고 싶은 욕심을 숨기지 않는 것 등등을 알게 되어 여러 부분에서 매력을 갖고 있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인에게 매력이란 중요하다. 누구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음악가에게 기술은 너무도 중요하지만, 매력이 없어서는 곤란하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대개는 동감하는 생각일 것이다. 특히 라이브 무대에서 '웅산'의 에너지와 가창력은 CD를 통해서 들을 때에 비해서 훨씬 더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꽃샘 추위가 아직 남아, 조금은 차가웠던 날씨 속에서 그녀의 무대를 뒤로할 때, 그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당신의 어깨에 한국 재즈의 미래가 얹혀 있다는 주인의식으로, 언젠가는 재즈의 큰산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다.

친구에게서 한 시간이 넘도록, 심지어 하품까지 해 가면서, 그가 본 재미있었던 영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정작 영화는 재미가 없더라는 말을 우리는 간혹 들어야 한다. 그렇듯이 너무 긴말을 늘어놓아서, '웅산'이라는 이름의 재즈가수를 실제로 만났을 때, 매력이 그 보다 적더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당신의 순서이고, 당신도 역시 나처럼, 그녀의 매력을 찾아보라는 말을 남기는 것으로 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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