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발전을 염원하는 생태공동체 '가비오따쓰'

앨런 와이즈먼의 <가비오따쓰(황대권 옮김, 말)>을 읽고서

등록 2004.03.25 09:16수정 2004.03.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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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발전(發展)'하면 미개국이나 후진국에 대한 개발도상국을 대비하거나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을 대비해 이해하기도 하며 이전의 불편한 단계에서 편리한 단계로 전환했을 때를 생각하기 쉽다.

발전의 진정성을 찾아본다면 국민총생산이 얼마인지 혹은 국내총생산이 얼마인지, 무역수지의 흑자 전환이나 달러 보유액의 상승 추세, 그리고 자유무역으로 인한 기득권 확보나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주식 상장 등이 결코 아니다.


진정한 발전은 국민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임이 분명하다. 길을 닦거나 공장을 세우는 데 자금을 쏟아 붓기 전에 정말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데서부터 진정한 발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의 분별을 가져다 준 책이 있으니 <가비오따쓰(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말)>이다. 우익 정부와 좌익 반군의 내전이 50년째 계속되고 있는 나라인 콜롬비아.

그 콜롬비아의 수도로부터 동쪽으로 약 16시간 거리에 해당되는 나무도, 숲도 없던 오리노코 강 지류의 대 평원을 생태마을로 바꾼 과정들을 다루고 있다. 지금도 그곳에 닿으려면 정부군과 반군의 바리케이드를 통과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처음 그곳은 1만 헥타르의 땅이었다는데, 그런 험난한 곳에 파올로 루가리를 비롯한 여러 명의 대학교수, 교사, 엔지니어, 공학자, 토양학자, 음악가, 의사 등의 20여명 남짓한 주인공들이 이주해 와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훌훌 털어내고, 원주민 야네로들과 유랑민 과이보 인디언들과 그리고 농민들과 함께 합류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일궜는지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30년 동안 햇볕으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했고,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첫 숙제는 말라리아 모기가 들끓고, 진창 같은 개울만이 흐르는 그곳에 깨끗한 물이 흐르게하는 것이리라.


그리하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깊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려고 수동 펌프를 고안해 내기도 했다. 그들은 또 그것을 어린이 놀이터의 시소와 그네에 연결시켰는데, 결국 아이들의 놀이를 동력으로 바꿔냈다고 한다.

그런 일련의 아이디어로 식수의 세균을 없애려는 계속된 생각 끝에 태양열 주전자를 만들어 내게 되었으며, 미약한 열대 바람을 에너지로 바꾸려는 고심 끝에 풍차를 고안해 냈으며, 비가 올 때도 작동할 수 있는 태양열 온수기도 만들어 냈고, 마약조차 자랄 수 없는 산성 땅에서 먹거리를 기르려고 결국 수경재배법도 생각해 내게 되었다고 한다.

"배양액으로는 메따 강변의 벼 재배 농가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이용하였다. 이제 이 방법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었다. 화훼 농장에서도 톱밥과 잘게 부순 나무 조각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 안에서 화초를 싹틔우는 수경재배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이제 어디서든 식량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행복을 생각한데서부터 시작한 아이디어들임에 분명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모인 공동체는 해낼 수 있습니다. 가비오따쓰는 절대 굶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함께 악마도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하여 가비오따쓰는 일약 세계의 이목을 받게 되었는데, 그중 태양열 이용은 76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공동체 모델로 선정될 정도였고, 석유 위기를 거쳐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무렵엔 유엔의 주목까지 받게 되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가비오따쓰가 나무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곳에 600만 그루의 온두라스산 소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훗날엔 그 소나무뿐만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많이 옮겨 심게 되었고, 그들 나무로부터 송진을 채취하거나 다른 원료들을 채취해 물감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했다고 전해주고 있다.

그토록 놀라운 생태공동체의 기적을 일군 가비오따쓰지만 오늘날 세계화로 접어든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들을 향해 진정한 개발을 이뤄냈다고 극찬하지는 않을 게 뻔하다. 그것은 경제발전이나 생산력 증대를 이뤄낼 수 있는 문명의 전환을 가져온 게 결코 아니라는 시큰둥한 반응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친(親)자연환경의 토대 위에서 모든 사람들의 행복에 초점을 맞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염원하고 있는 그들 가비오따쓰 사람들은 그 누가 뭐래도 진정한 발전을 일구어 나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비록 나라는 다르고, 풍토는 다르지만 환경오염 시대에 순수한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이 책에 한번쯤 귀를 기울여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세계는 수많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갑자기 멋지고 새롭고 자아도취적인 '기술의 잔치'쪽으로 뒷걸음질쳐, 세계시장을 풍성히 채워 줄 수 있는 전산화된 초고속 공급망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추세에서 두 가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땅을 난도질하는 '농노'들로 가득한 제 3세계의 '법인체 봉건주의'이고, 또 하나는 가비오따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이 인간을 구속하기보다는 해방시키며 인간이 땅에서 빌려온 것을 되돌려 줄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가비오따쓰 - 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앨런 와이즈먼 지음, 황대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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