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지난달 20일 속이 ‘콱’ 막히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좋은 구직광고에 자격미달이 걸린 게 아니었다. 백수자금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펼쳐 든 신문에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오스미호가 갑판에 전투차량 70대를 가득 싣고 이라크로 떠나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육상자위대 본진 150명이 배에 탔다는 해설도 있었다. 오스미호는 유사시 경항모로 개조 가능한 대형함정이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정식 군대가 아닌 자위대가 대형 상륙함, 그것도 경항공모함으로 변형이 가능한 함정을 가진다는 게. 최근 일본의 우경화는 숨막힐 지경이다. 평화헌법 9조의 개정 움직임이 일본의 재군국화에 법적인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정신적인 면을 고취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600만명이라는 엄청난 인명이 학살됐음에도 유대인과 독일인이 서로 화합할 수 있었던 건 전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아우슈비츠 참배와 같은 진심 어린 사과 때문이었다. 용서를 구하자는 자에게 마음 문을 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듯싶다. 정에 약한 한국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동북아 주변국들이 일본의 우경화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일본 우익의 ‘철면피’ 같은 자세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총리가 된 후 아직까지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야스쿠니에는 자꾸 간다. 과거로의 회귀에 주변국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데도 말이다. ‘개인적 방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대며, 벌써 4번째다. 한국의 자칭 ‘보수’나 ‘우익’들도 마찬가지다. 역사에 대한 몰지각성은 일본의 우익과 궤를 같이한다. 이 땅의 민중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을 쏟을 때, 독재정권에 빌붙어 ‘시대와 간통’하던 그들이 느릿느릿하게라도 나아갔던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려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오늘 “민주주의”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신민주투사’론이 쓰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 발전이 없다. 남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이번 탄핵안에 지지를 표명한 집단 중에는 시민단체의 외피를 걸친 세력들이 있다. 그들을 의혹스런 눈길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공익을 구현하는 시민단체의 당위성을 수구기득권의 온존과 확장 도구로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너희들도 정치인들처럼 시민단체들끼리 서로 싸움박질이나 하는구나”라는 냉소를 보내게 할 수도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독재정권 하에서는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을 철없는 것들로 몰아세웠던 그들이, 이제는 툭하면 ‘언론의 자유’니 ‘언론탄압’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는 모습에 씁쓸함부터 몰려온다. 그러고 보면, 민주화의 단물은 ‘조중동’과 같은 수구신문들이 다 가져갔다는 주장이 틀린 게 아니라고 여겨진다. 이번 탄핵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수구집단의 집착이 현실화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합작품이기는 하지만 단지 그들만의 ‘빅 쇼’로 한정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무언가 믿는 구석 없이 그렇게 탄핵을 했겠는가. 더구나 그들이 탄핵 이후의 정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왜? 그들은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는 천재들이기 때문이다. 탄핵으로 얻어질 손익을 열심히 덧셈 뺄셈했을 것이다. 자칭 ‘독립언론’이라는 〈조선일보〉가 한나라당, 민주당보다 더 탄핵에 성심성의를 보였고, 텔레비전 토론에 나와 온몸으로 탄핵 찬성을 옹호하는 지식인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의 계산은 완전히 틀렸다. 이제는 방송사에 가서 ‘물 한 잔’ 못 얻어 마시면서 항의해 봐도 소용없다. 국민은 역사의 수레바퀴가 되돌려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구세력이 드리운 어둠을 밝히기 위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섰다. 1987년에는 지켜야 할 것들보다 깨부숴야 할 것들이 많아 손에 짱돌을 들었지만, 이제는 소중히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기에 촛불을 들고나섰다. 백수건달이라 시간이나 죽이려고 광화문에 나왔을 거라는 조롱을 받고,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욕을 먹어도 촛불을 든다. 왜 노무현이 예뻐서 아니다. 수구세력에 맞서 수레바퀴를 제 궤도로 돌리는 것이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 수레에 ‘역사’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다. 수구세력들이 황소도 뺏어 가고 함정도 파놓아서 땀이 좀 나도, 수레바퀴를 밀고 당겨서 순방향으로 보내야 하는 게 우리네 할 일이다. 그래서 이 백수는 지난 토요일에 촛불을 들었다. 큰사진보기 ▲3월 14일 광화문, 고사리 손에 들린 촛불곽동운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추천1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곽동운 (artpunk) 내방 구독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이 기자의 최신기사 [모이] 목 좀 축이고 할게요~ 길고 길었던 대통령선거 유세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이화영 "검찰 진술세미나, 술 마시며 한번, 술 없이 수십번" AD AD AD 인기기사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5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백수가 촛불 들고 광화문에 선 까닭은?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이충재 칼럼] 농락당한 대통령 부부 미쉐린 셰프도 이겼는데... '급식대가'가 고통 호소한 이유 한강 노벨상에 숟가락 얹는 보수, 그들에게 필요한 염치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윤 대통령 '한강 노벨상 축전', 챗GPT로 썼다? AI 검사기 돌려보니 대통령님, 안동대에서 한 말 기억하시죠?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