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304

시작된 정의구현 (2)

등록 2004.03.29 18:34수정 2004.03.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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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앗! 죽어랏!”
쐐에에에엑!

채채챙! 파지지직!
“허억! 으으으윽!”


자하두는 애병인 자오유성추(子午遊星鎚)가 산산이 부서짐과 동시에 손목이 저려오자 나직한 신음을 토했다.

만년한철로 만들었고 무게가 서른 세 근이나 나가는 중병(重兵)이기에 무적도와 정면으로 격돌하더라도 괜찮을 줄 알았다.

하여 굳이 피하지 않고 수많은 격돌을 거듭하였지만 자오유성추는 이상이 없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쇠라도 피로가 누적되면 부서지는 법이다. 무적도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기에 먼저 부서진 것이다.

“흐흐흐! 이제 순순히 항복하시지?”
“흥! 어림도 없는 수작 마라!”


“그으래?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이거지? 좋아, 그렇다면 사정 봐 줄 필요가 없지. 차앗! 죽어랏!”
“헉!”

자하두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네 자루 무적도를 보면서 사색이 되었다. 그것들을 막아낼 병장기가 없기 때문이다. 팔로 막으면 팔이 잘릴 것이요, 발로 막으면 발이 잘릴 것이다.


내가 고수라면 장풍이나 지풍, 혹은 권법으로 상대하겠지만 청타족은 내공보다는 외공에 치중했기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려할 즈음 엄청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와와와! 공격하라. 공격하라! 와와와와!”
“헉! 이, 이건 또 웬 놈들이냐? 무엇 하느냐? 어서 막아라!”

“와와와! 여기도 있다. 와와와! 모조리 죽여라! 와와와와!”
“헉! 저건 또 뭐야? 저기도 있다 막아라!”
“아니! 이건 또 웬 계집들이야?”

자하두를 공격하려던 대원들은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괴한들을 상대하기 위하여 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초지악! 이 개만도 못한 인간 말종! 본니의 검을 받아랏!”
쐐에에에에엑!
“허억!”

초지악은 섬전보다도 빠른 속도로 쇄도하는 검에 놀라 황급히 물러섰다.

“이런 육시를 할…! 네년은 누구냐?”
“어디서 감히 더러운 입을 놀리느냐? 받앗!”
쐐에에에에엑!

이번에도 초지악은 황망중에 신형을 옮겨야 하였다. 현란한 변화를 일으키던 검이 곧바로 거궐혈로 쇄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억! 이건 보타문의 보타십삼검! 네, 네년은 누구냐?”

초지악은 대경실색하였다. 자신의 목숨을 노린 검식이 보타암의 독문검법인 보타십삼검 중 제육초 난광탈백(亂光奪魄)이라는 초식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현란한 변화를 일으키는 검에 시선이 현혹되었을 때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수법으로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수법이다.

백전노장인 초지악은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마터면 수염이 몽땅 날아갈 뻔한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런 그가 놀란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상대가 비구니이고,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데다 공력이 심후하여 보타신니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성니(聖尼)로 추앙받는 보타신니가 누구이던가!

불문에 적을 둔 비구니이면서도 무림 정의 수호를 위해 양성되는 정의수호대원들의 무공교두이기도 하다.

한운거사 초지악이 사내들을 맡고, 보타신니가 여인들을 맡고 있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따라서 어떻게 보면 같은 편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매년 원단이 되면 무림천자성에서는 신년하례식이 거행된다. 이때 서로 안면도 익히고 친분도 쌓는데, 둘은 참석해본 적이 없어 서로의 얼굴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한 따위는 있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닷없는 공격을 퍼붓자 대경실색하며 물러선 것이다.

“다, 당신은 보타신니? 당신이 왜?”
“흥! 알 거 없다. 네놈은 본니의 검에 죽어주기만 하면 된다.”
“뭐라? 이런 싸가지 없는…! 좋아,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보타신니가 신랄 쾌속하게 검을 휘두르자 초지악은 부화가 돋았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짜고짜 공격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아무리 성니로 추앙받는다고는 하지만 계집 주제에 감히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만 같아서였다.

하여 사라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있던 그는 그녀의 혈도 몇 군데를 찌르고는 동시에 무적도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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