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이헌재 반대 뚫고 대세 될까

부산시 도개공도 원가 공개...건교부 우리당도 적극 검토

등록 2004.03.30 15:25수정 2004.06.16 17:35
0
원고료로 응원
이헌제 경제부총리의 반대를 뚫고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될 수 있을까. 대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이헌제 경제부총리의 반대를 뚫고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될 수 있을까. 대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오마이뉴스 정세연
건교부와 열린우리당이 29일 주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각 시도 도시개발공사의 자발적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부산도시개발공사는 부산 금곡동 화명리버빌 2차 아파트와 화명동 화명그린힐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 달 5일 서울도시개발공사가 처음으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뒤 대전, 광주 도개공, 전북개발공사의 분양원가 공개에 이어 5번째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평당 분양원가는 화명리버빌이 361만원, 화명그린빌이 391만원이었다. 분양가는 각각 393만원과 378만원으로 부산시도개공은 화명리버빌에서 5.7%의 수익을 남겼고 화명그린빌에서는 3.6%의 손실을 봤다.

경실련, "세부내역도 공개해야 신뢰할 수 있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강력 추진해왔던 경실련은 "도개공의 분양원가 공개가 아파트 분양가격의 거품을 제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부산시 도개공이 밝힌 분양원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간업체가 분양한 인근 지역 아파트의 '분양가'가 도개공의 '분양원가'보다 오히려 싸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11월에 분양, 오는 8월에 입주 예정인 화명동 대림쌍용 아파트(26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346만원, 같은 시기 분양해서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화명동 로얄듀크아파트(26평형)의 평당 분양가는 350만원이었다. 민간업체가 도개공의 분양원가보다 오히려 30만~40만원이나 싸게 아파트를 분양한 셈이다.

부산시 도개공 측은 "민간업체들이 적은 평수에서 보는 손실을 대형평수에서 많은 이익을 남겨 채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이 손해를 보면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


부산 경실련은 "아파트 분양가가 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아파트의 시세와 분양 열기에 편승해 정해지기 때문에 이번 공개내용을 신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산 도개공은 분양원가의 세부내용과 택지조성원가가 얼마인지 명확히 밝혀 의문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29일 열린우리당과의 정책정례회의에서 "오는 6월까지 주택공급제도검토위원회를 통해 결정키로 한 분양원가 공개여부의 결정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당도 이날 공공주택 원가공개를 추진하고 공공택지가격을 공개해 민간기업의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담은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총선 뒤 정책 추진될까 의구심

최근 건교부는 당초 원가공개 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고 우리당도 이 문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지난 달 서울시 도개공의 분양원가 공개 결과 40%의 이윤을 남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분양원가 공개 등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재정경제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쳤던 건교부는 우리당이 총선 공약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검토하기로 함에 따라 정책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시장논리를 내세우며 취임 이후 일관되게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절대 불가입장을 밝혀왔다. 민간 걸설업체들도 분양원가 공개가 분양가에 줄 악영향을 주목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총선 후에 공약이 실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찬성 못지않게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각 지역 도시개발공사의 자발적인 분양원가 공개가 공공부문의 전면적인 분양원가 공개 추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블랙리스트에 사상검증까지... 작가 한강에 가해진 정치적 탄압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