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김인곤 이사장 투신 자살

"인생의 허무함, 외로움 자주 피력... 순간적 충동 짐작"

등록 2004.04.01 16:21수정 2004.04.0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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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생전의 김인곤 이사장(왼쪽)과 이사장 집무실.

생전의 김인곤 이사장(왼쪽)과 이사장 집무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a 그가 투신자살한 21층 집무실 창문에서 바라본 시신 발견 장소(빨간 원).

그가 투신자살한 21층 집무실 창문에서 바라본 시신 발견 장소(빨간 원). ⓒ 오마이뉴스 안현주

김인곤(76) 광주대학교 이사장이 1일 오전 11시30분경 광주대 호심관 21층 자신의 집무실 창문을 통해 투신자살해 충격을 주고있다.

김 이사장의 투신 사실은 그가 피를 흘리며 있는 것을 호심관 경비원 강모(67)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건물에서 무엇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양복 차림의 남자가 떨어져 있었다"면서 "피가 많아서 처음에는 이사장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비서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인곤 이사장은 오전 11시10분경에 이사장실로 출근해 차를 한 잔 마셨다. 이후 오전 11시30분경 경비실로 부터 투신자살 사실을 들었다.

김 이사장은 11시30분경 광주대 이사장실에서 사람이 통과할 정도 크기인 창문을 통해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의 시신은 호심관 현관 옆에서 발견됐다.

1일 오후 4시 현재 경찰은 호심관 이사장실에서 집기 등을 중심으로 유서를 찾고 있으며, 현장 목격자 등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다.

비보를 접한 학교 관계자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총장실에서 학교 임원들은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일부 학생들은 김 이사장의 시신이 발견된 호심관 현관 옆에 삼삼오오 모여서 현장을 살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디자인학과 임모(3년)씨는 "처음 들었을 때는 오늘이 만우절이라 거짓말인줄 알았다"면서 "그래서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서는 발견 안돼 "충동에 의한 행동으로 짐작"

a 김건기 광주대 기획처장이 김 이사장의 투신자살과 장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건기 광주대 기획처장이 김 이사장의 투신자살과 장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경찰이 사고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김모씨 등 3명과 학교관계자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유서 등 자살 동기를 밝혀줄만한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김 이사장의 시신을 조선대병원으로 옮기는 한편, 학교 관계자와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투신자살 경위를 조사중이다.

김 이사장이 투신자살한 배경에 대해서는 유서 등이 발견되지 않고있으며 광주대학교측은 "충동에 의한 행동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오후 2시경 김건기 광주대 기획실장은 "오늘 사태를 어느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운 것은 어떤 유언이나 유서도 남기지 않아서 평소의 말씀을 유언으로 삼겠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김 처장은 "그래서 미뤄 짐작할 수밖에 없다"며 "거의 한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시다가 80년대에는 정계에 입문해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 16대 총선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계를 은퇴하고 난 후 허망함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김 처장은 "최근에 3월 들어서 절친하게 지내던 따님의 사돈과 대동건설 박헌동 회장님, 가깝게 지내던 친구분이 작고했다"면서 "이에 대해서 이사장님은 측근들을 만나면 '허무하다, 모든게 허망하구나, 나도 인생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구나'라는 말을 부쩍 자주했다"고 전했다.

김 처장에 따르면, 1일 오전 11시경 출근할 당시 평소처럼 "잘 다녀오겠다"면서 출근했고 특별히 평소와 다른 점은 없었다. 김 처장은 "2년 반 정도 술을 끊었다가 최근 3월 들어서 서너차례 술을 마셨다"면서 "미뤄 짐작할 뿐인데, 허망함과 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투신 자살 배경과 관련 '교직원 노조와의 갈등'에 대해 그는 "노조 결성으로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당신께서는 어느 대학에 비해서 직원들 생각을 많이했고 잘 운영해 왔는데, 노조가 생기니까 당연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노조 설립 다음 날인 18일 노조와 만나서 건의 사항을 들었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만들어가자고 했다"고 노조와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장례식 '합동 학원장'... 빈소는 광주대 호심관 3층에 마련

한편 김 이사장의 장례식은 광주대학교 호심학원과 인성고등학교 인성학원이 5일장, '합동 학원장'으로 5일장을 치르기로 했다. 빈소는 호심관 3층 소강당에, 인성학원 인성고등학교에는 분향소가 마련된다. 장지는 진월동 선산으로 결정됐다.

장례위원장은 조운식 변호사, 호상은 장형태 전 전남지사다. 김 이사장은 지난 83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제13대·14대·15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자살 광주대 이사장 2월부터 재산정리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1일 투신자살한 광주대학교 김인곤(76)이사장이 지난 2월부터 재산을 정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이사장의 조카사위인 신종희(53) 광주대 총무처장은 "지난 2월 20일 학위수여식을 마치고 열린대학 이사회에서 이사장님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80평 빌라와 숨지기 전까지 거주하던 광주 동구 학동 69평 빌라를 대학측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이날 밝혔다.

신 처장은 이어 "당시 이사장님은 특별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며 이사회에 참석했던 이사들도 다소 의아해하는 반응이었지만 평소 대학을 아껴왔던 이사장의 재산기증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을 조사중인 광주 남부경찰서는 "김 이사장이 숨지기 전 미국에 있는 딸에게 송금할 3억원을 인출할 것을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비서실장 천모씨는 "심부름으로 은행에 가기 위해 건물을 나서던 중 사람들이 웅성거려 가 봤더니 이사장님이 숨져있었다"고 경찰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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