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이제 으름 열매의 철이 지나갔겠거니 생각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가을꽃을 찍으러 산에 들어갔다가 계곡 가까운 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으름 열매를 발견했습니다. 보이지 않을 때는 하나도 눈에 띄지 않더니 이렇게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니까 금세 여기저기에서 잘 익은 으름 열매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들 손으로 딸 만한 높이에 있더군요.
씨가 많아서 불편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꿀맛'이었습니다. 새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요긴한 식량이니 식구 수대로 두개씩 먹을 정도만 땄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에게 신기한 열매를 맛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씨가 많아서 먹기 불편했는지 아이들은 애지중지 가져온 것을 달랑 하나만 먹더니 눈길도 안 주더군요. '잘 됐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별로 먹지 않는 틈을 타 아이들 몫까지 신나게 먹었습니다. 씨앗만 없다면 아이들에게도 정말 인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씨 없는 수박도 있는데 누군가가 씨 없는 으름도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으름 열매는 숲의 새들에게 아주 좋은 먹을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새들의 것을 빼앗아 먹은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해 보았던 으름 꽃이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올 가을에는 아내와 제 것만 너댓개 따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