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삼성전자 사장 "퀄컴과 로열티 재협상해야"

긴급 기자 간담회 자청 "중국보다 불리한 계약 힘 없을 때 맺은 것"

등록 2004.04.08 17:08수정 2004.04.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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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삼성전자가 휴대폰 핵심부품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칩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와의 로열티 재협상 방침을 시사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퀄컴과의 로열티 계약은 힘이 없을 때 이뤄진 것으로 계약조건에 대해 따져봐야할 시기가 된 것 같다"며 "잘 준비해서 퀄컴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퀄컴이 중국의 단말기 생산업체보다 국내 업체에 총체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고있음이 드러나고, CDMA칩 원천기술에 대한 퀄컴의 특허권 만료 시기가 2~3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중국보다 불리한 계약, 힘 없을 때 맺은 것"

삼성전자가 퀄컴과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1991년으로 특허기술에 대한 만기가 15년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과 퀄컴은 향후 2~3년 내에 CDMA칩 응용기술에 대한 로열티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기태 사장은 "우리가 기술력이 없으면 협상에서 불리한 조건에서 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가 기술력이 있으면 동등한 협상이 가능해진다"며 "앞으로 퀄컴과의 로열티 협상은 우리가 일본에 가서 기술을 구걸하다시피 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사장은 또 "자체 엔지니어들이 퀄컴의 CDMA칩을 대체할 수 있는 칩셋을 개발하고 있고, 현재 CDMA관련 칩을 개발해 일부 삼성전자의 휴대폰에 적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한 칩으로 점진적으로 대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당분간 퀄컴 칩 이용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며 "삼성은 퀄컴에게 로열티로 지급하는 금액보다 많은 것을 이전받고 있고 이로 인해 CDMA칩이나 WCDMA칩 등을 개발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휴대폰을 포함 통신장비 시장에서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영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정보통신부문 매출액은 118억달러로 삼성전자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전자는 휴대폰은 세계 1위, 정보통신장비부문은 세계 5위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장비 수출로 미국의 중추신경 담당할 것"

이를 위해서 이 사장은 "휴대폰 뿐 아니라 통신서비스 장비 산업을 키워 세계적인 IT국가 국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향후 미국 시장에 이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일본 업체에 이미 휴대폰 통신장비를 납품했고, 현재 통신의 본 고장 미국의 2개 기업과 통신장비 납품을 위한 필드테스트에 들어갔다"며 "미국에 통신장비 수출이 성공할 경우 한 국가의 중추신경을 삼성이 담당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국산 휴대폰 부품의 대외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사장은 "휴대폰의 핵심 부품인 LCD와 메모리, 배터리, 모뎀칩, 카메라 모듈 외에도 200여개 휴대폰 부품 가운데 70~80%의 국산화율을 달성했다"며 "글로벌 기업이 100% 국산부품만 쓰는 것은 환변동에 대응할 수 없는 등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이어 "기술 경쟁력이 없는 제품은 삼성계열 제품이라도 쓰지 않는 것이 나의 경영 원칙"이라며 "국산이나 외산이나 최고의 부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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