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조장하는 보도사진

[총선미디어연대 평가리포트 ⑮] 보도사진과 선전저널리즘

등록 2004.04.12 08:48수정 2004.04.1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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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공정한 선거보도 구현을 위해 25일부터 선거일까지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를 연재합니다. '신문보도 평가리포트'는 11명의 교수로 구성된 2004 총선 미디어감시국민연대(총선 미디어연대) 미디어평가단 소속 평가위원이 맡습니다. 열 다섯번째 리포트는 김금녀 상명대 포토저널리즘 강사이자 성균대학교 언론학 강사가 작성했습니다... 편집자 주)

각 당 대표들의 지역유세 사진을 게재한 <동아일보>(5일자 4면) 기사.
각 당 대표들의 지역유세 사진을 게재한 <동아일보>(5일자 4면) 기사.동아일보 PDF
지역주의 조장하는 '박풍, 추풍, 노풍'에는 보도사진이 있다

선거투표일이 임박해 왔다. 4월 2일 후보자 등록마감일 전까지 신문들은 시각저널리즘의 양상이 그래픽과 도표를 중심으로 한 경마식 보도행태로 나타났다. 선거 때가 되면 시각저널리즘이 그 어떤 때보다 문제가 심각한데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사진이나 그래픽이 보도기사에 종속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언론사의 사진에 대한 그와 같은 왜곡된 인식은 급기야 위험에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번 선거보도와 관련해서 볼 때, 그래픽을 이용한 보도는 경마식 보도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의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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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식 보도저널리즘은 후보자들이 내건 정책적 공약이나 인물의 특징, 이슈보다는 여론조사를 빌미로 시시각각 어느 후보가 당선가능하고, 각 당의 지지율이 어떠하다는 것을 순위매기는 보도행태이다.

이를 선명하게 시각화 한 것이 그래픽 저널리즘이다. 그리고 사진을 이용한 선거보도는 특정 언론사가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도구로서 선전 저널리즘(propaganda journalism)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4월 2일에서 9일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사진을 보면, 당대표들만 집중적으로 쫓아다니는 동정 보도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다. 3당 대표들이 주로 지역주의에 호소하는 선거유세를 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당대표 유세 사진들의 무분별한 선택은 지역주의를 조장할 우려를 다분히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사진이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風바람'에 이용되고, 그토록 유권자들이 갈망하는 지역주의 청산과 위배되는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조장하는데 사진이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도록 이용되는데 있다.

'지역'을 제목으로 뽑은 <동아일보>(6일자 4면) 기사의 3당 대표 사진.
'지역'을 제목으로 뽑은 <동아일보>(6일자 4면) 기사의 3당 대표 사진.동아일보 PDF
당대표 동정 사진 대선 방불... <조선> 정동영 의장 사진 누락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전체 지면에서 특히 '선택 2004 총선D-1에서 D-8'이란 지면에 하루도 빠짐없이 3당 대표들이 지역유세 장면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연일 3당 대표,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의 동정보도만을 경마식으로 다루고 있다.

마치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하는 사진을 게재하는데 엄청난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들 신문은 국회의원 후보들의 선거활동이나 시민단체들의 선거감시 활동을 가뭄에 콩나듯 다루고 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이들 신문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편파적인 바람몰이식 보도와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동아일보>(5일자 4면)는 「“거세여라 朴風"-한나라당 박대표 수도권 민생현장 강행군, "돌아오라 湖風"-민주당 추 위원장 광주서 이틀째 3보 1배, "꺼져다오 老風요"-열린우리당 정의장 TK돌며 거듭 사죄」란 제목으로 각 당 대표들의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동아일보>(6일자 4면)는 3당 대표의 사진을 게재하고 각 사진의 캐치라인을 ‘강릉서…’ , ‘광주서…’ ‘부산서…’라고 크게 뽑아놓고 사진설명(캡션)을 달고 있다.

그리고 <조선일보>(7일자 5면)는 「효도風·탄핵風·DJ風…전략지역 찾아가 ‘올인’」이란 제목 아래 "‘朴 경북에’, '鄭 경남에', '秋 눈물에’"라는 소제목을 달았으나 정동영 의장 사진은 싣지 않고 박근혜 대표와 추미애 선대위원장 사진만 게재하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2일자 3면) 역시「‘영남 누빈 한나라 "거여견제 힘달라" 박근혜 대표 대전·전남서 '안정의석 호소'」라는 제목으로 환하게 손을 흔들어 유권자들에게 답례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반면에 「남도 순례 열린 우리 "DJ 햇볕정책 계승" 정동영 대표 대전·전남서 ‘안정의석’ 호소」라는 기사에는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보도사진에서도 사각지대

위에서 제시된 사진 이외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연일 3당 대표의 동정보도를 하고 있으며 사진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기사내용에 종속되거나 정치적으로 도구화되는 형태로 취급되고 있다.

반면에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한겨레>, <중앙일보>, <문화일보> 역시 3당대표의 선거유세 동정보도를 하고 있지만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비교해 볼 때 사진이나 캡션, 편집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균형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 신문은 소수당 대표와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책의 특징과 기발한 선거활동, 선거와 관련된 시민감시활동 등의 사진을 싣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간지 신문들이 왜곡된 뉴스가치라는 기준을 내세워 3당대표의 선거유세를 졸졸 따라다니며 엇비슷한 카메라 구도와 뻔한 인물이나 사진배경을 보여주는 안일한 사진 보도 태도는 민주노동당과 같은 소수당의 소외를 초래했다. 사진의 뉴스가치가 시대적 정신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관행화 돼버린 탓도 있다.

결국 '조·중·동' 뿐만 아니라 여타의 신문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의 유세와 관련한 동정보도 사진은 없었다. 사실상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 비슷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인 노동자들의 권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당으로 유권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뉴스가치가 충분함에도 주요 일간지들의 보도사진에 있어서 사각지대에 있다. 기껏해야 <경향신문> 7일자 4면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선거대책 본부장과 운동원들이 서울 구로갑 지역 거리유세에서 ‘판갈이론’을 상징하는 고기 불판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사진이 전부이다.

각 당 대표의 지역유세를 다룬 <조선일보> 2일자와 7일자 기사.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
각 당 대표의 지역유세를 다룬 <조선일보> 2일자와 7일자 기사.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사진이 실리지 않았다.조선일보 PDF
사진보도, 정치적 의도에 이용되거나 종속되면 안돼

당 대표라는 상징성과 정치적 위상을 볼 때 3당 대표에 대한 사진의 뉴스가치가 클 것이다. 특히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3당 대표들의 치열한 선거활동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뉴스가치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이번 선거는 17대 국회의원 선거이다.

각 지역구에서 수많은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소속 당의 이름을 걸고 자신들의 정책과 지역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선거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리 선거법개정으로 인해 선거활동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지역 후보들은 불철주야 기발하고 성실한 방법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언론을 통해 17대 국회의원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다양한 선거활동 사진을 원할 것이다.

지역신문들이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 후보들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관련 풍경사진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면, 중앙 일간지의 경우 중앙당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제시는 물론 일반적인 17대 국회의원 후보들의 인물들의 특성과 정책적 특징들을 기획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해야 유권자들이 중앙당의 정책과 지역 후보들의 정책간의 실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투표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언론은 17대 국회의원 선거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한 뉴스가치관 아래 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사진을 독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독자는 사진영상이 편파적으로 도구화되어 특정 언론사의 정치적 의도에 이용되거나 보도 텍스트에 종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자들은 사진 자체만으로도 본연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포토저널리즘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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