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속기록 속에 나타난 '인권'

<국회와 인권 그리고 국가인권위 ②> 국회 속기록 뜯어보기

등록 2004.05.20 16:39수정 2004.05.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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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6대 국회 법사위는 국가인권위 활동과 관련하여 많은 의정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법사위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맨 오른쪽)과 최영애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

16대 국회 법사위는 국가인권위 활동과 관련하여 많은 의정활동을 벌였다. 사진은 법사위에 출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맨 오른쪽)과 최영애 사무총장(오른쪽 두번째) ⓒ 김윤섭

국가인권위 출범 이후 16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는 국가인권위의 활동과 관련한 많은 의정 활동을 벌였고, 그 활동 내역은 국회 회의록에 잘 기록돼 있다. 따라서 그 회의록을 살펴 보면 국가인권위와 16대 국회는 어떤 인연을 맺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가 지향해야 할 방향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극복해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 권고의 옳고 그름 논쟁

국가인권위가 출범한 후 16대 국회 법사위와의 본격적인 관계는 2002년 10월 21일에 이뤄졌다. 이때부터 국가인권위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활동은 국가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옳고 그름을 논하는 데 주로 집중됐다. 그를 통해 국회 법사위원(이하 위원)들은 각자가 가진 인권에 대한 시각을 드러냈다.

2002년 6월 국가인권위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생활규정(안)에 대해 "학생 인권의 악화 또는 침해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체벌금지, 학교 내 인권상담기구 설치, 정치 활동 금지 규정 삭제 등을 권고했다. 이에 조순형 위원은 "교권이 말할 수 없이 취약하고 또 교권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 그렇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체벌이 없이 어떻게 교육 정상화가 됩니까?"라며 "너무 의욕적인 권고"라고 지적했다.

2003년 4월 14일에 열린 제238회 국회 법사위에서는 국가인권위가 청소년보호법시행령 제7조 '개별 심의기준' 중 '동성애'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 것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함승희 위원은 청소년에 대해 각종 특별법을 두는 이유를 상기하면서 "청소년들에게 굳이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는 것이 꼭 인권에 부합하는 것"인가를 물었고, 최연희 위원은 "오히려 청소년들이 성적 지향을 너무 빨리하게 되는 이런 위험성은 없겠는가"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창국 위원장은 "청소년 보호위원회에서도 (인권위의) 권고 취지가 맞다고 생각해 삭제하겠노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동성애 사이트가 폭력성 혹은 음란성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다른 법에 의해서 규제가 되어야겠지만, 다만 동성애 사이트라는 그 사실만으로 문전박대하는 그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같은 국가인권위에 대한 법사위 활동 과정에서 가장 큰 논쟁이 불거진 것은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과 교육부가 추진한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이하 NEIS ) 관련 권고였다.

2003년 3월 26일 국가인권위는 '반전·평화·인권'에 입각한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로부터 20여일 후인 4월 14일 열린 법사위(제238회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의 업무 현황 보고가 있었고, 뒤이어 위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이날 김학원 위원은 국가인권위의 중립성이 흠을 입지 않았으냐고 반문했다.

"이 파병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고 또 이것이 마침 어떻게 보면 정파하고도 상당히 대결되어 가고 있는 아주 묘한 입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불쑥 국회에서 표결하기 직전에 이와 같이 파병 반대하는 의견을 냈을 때 국가인권위원회의 중립성이라든지 독립성이라든지, 어떤 정파적인 데에 있어서 객관성, 무취, 무색, 이 색깔이 흠을 입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이 없습니까?"

전쟁 반대 의견, NEIS 권고, 집중 성토


제238회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인권위에 쏟아진 질문이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에 집중되었다면, 6월 19일 열린 제240회 국회 법사위에서는 국가인권위의 NEIS 인권 침해 권고에 대한 집중 검토가 이뤄졌다.

조순형 위원은 'NEIS는 교육정책의 기본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 내용에 대해 한두 가지 예시하는 수순에서 끝내는 게 바람직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학원 위원은 "이와(NEIS 논란) 같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에서 정말 해서는 안 될 엉뚱한 결정을 해 오고 물의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최병국 위원 역시 "마치 인권에 비슷하기만 하면 헌법의 규정도 무시하고 무소불위로 인권에 개입할 수 있다. 그것이 NEIS라든가 이런 문제 아닙니까?"라며 NEIS는 국가인권위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에 천정배 위원은 "NEIS 문제에 관해서도 인권위 결정 권고가 어찌 보면 한국 인권의 발전에 있어서 대단히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하고 굉장히 잘하신 일"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국회 법사위에서는 국가인권위의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이나 NEIS 권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경우엔, 일반 국민들의 68.5%와 인권 관련 전문가집단의 81.5%가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해, 국회법사위 위원들의 입장과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였다.

또한 NEIS 관련 권고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들의 71.8%와 인권 관련 전문가집단의 94.1%는 '잘 한 일'이라고 평가해 법사위 위원들의 지적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법사위 최대 관심사는 '북한 인권'

이 가운데 국가인권위의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은 북한 인권에 대한 질의로 이어졌다. 4월 14일 법사위 첫 질의자인 김용균 위원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 명백한 반대를 하고 더구나 외교적인 사항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했다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았다"고 밝힌 후 "의견서를 제시하게 된 과정과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창국 위원장은 정부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한 이후 국가인권위 내부에서 논의가 있었고, 마침 여러 시민단체에서도 인권위의 침묵에 대해 질의가 들어와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용균 위원은 "인권위원회가 중대한 국가 대사인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갑자기 반대 의견을 내서 인권 단체와 영합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북한의 처참한 인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료를 조사했고 또 어느 정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이라크 파병 못지않게 북한 인권도 국가인권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다른 위원들도 이라크 파병과 북한 인권을 빗대어 평가하며 국가인권위의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인민이 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이 탈북자 말이지요. 탈북자에 대해서는 지금 UN에도 상정이 되어 있고, EU에서도 그렇고… 이런 법에 의해서 부여한 것 이외에 이라크 전쟁 파병안에 대해서, 외교적으로 민감한 행위,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동의 이전에 파병을 결정했다는 것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국가기관이 그것을 뒤엎는 이런 상반되는 것을 어떻게 내요? 이것이 정말 시기나 방법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정말 부적절하고, 이것은 한 마디로 월권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조순형 위원)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에 대한 반작용처럼 불거진 북한 인권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관심 촉구는 이후 벌어진 모든 법사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질의 내용이 됐다.

“내년도 예산을 보면 동북아 인권워크숍 개최 예산으로 2억원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은 동북아 인권 현황을 국제적인 메인 이슈로 발전시킨다고 되어 있는데, 본 위원이 생각하기로는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인권 현안은 북한의 수용소 등 인권침해,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 탈북송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박탈 등이 핵심이 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동북아 인권문제를 다루면서 북한 인권 문제가 빠진다면 예산 편성의 의미가 전혀 없다고 보는데 이 북한 인권 문제를 동북아 인권워크숍의 의제로 할 것인지 아닌지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김용균 위원, 제243회 국회 법사위)

"우리가 가끔 보면, 요즘 언론지상에 나타나고 있습니다마는 독일인 의사 폴러첸이라는 사람이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을 언론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이 분에게 금전적인 지원은 아니더라도 인권위원회에서 잘한다든가 언어상 지원이라도 그렇게 지원해 본 일이 있습니까?" (최병국 위원, 2003년도 국정감사)


국회 법사위에서 진행된 국가인권위 활동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응답은 기본적으로는 국가인권위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예결산을 심의하기 위한 법사위의 고유한 활동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가인권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여러 가지 시각이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최연희 위원은 국가인권위가 "균형 감각이 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직급별로 과거에 운동권에 있던 사람이 어느 정도고 학생 운동권에 있었다든가 재야 시민단체에서 무슨 활동을 했다든가 이것을 분류해서 인원 수만"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수보다 소수를 도와야”

함승희 위원은 국가인권위의 업무가 방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도 보면 지금 내가 법을 다시 한번 읽어봤지만 '인권'자 붙은 세상사를 다 하게 되어 있어요. 저뿐이 아니라 여기 몇 분이 계시지만 왜 이런 법을 만들었는지 정말 후회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여기에 적혀 있는 제 3항 위원회의 업무와 권한 중에서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를 위해서 인권위원회를 만든다' 차라리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으냐?"(제243회 국회 법사위)

국가인권위 입장에서 볼 때, 16대 국회는 비판을 통한 신생 조직의 위상 정립기였다. 이제 곧 개원하는 17대 국회는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국가인권위 2기와 본격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판과 이견,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국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정진하는 국가인권위의 질적 성장을 위한 거름이 되리라고 기대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2003년 6월 19일 열린 제240회 국회 법사위에서 천정배 위원과 김창국 위원장이 나눈 국가인권위 위상에 대한 논의는 다시금 음미해 볼 만하다.

천정배 위원: … 앞으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적어도 그 마인드가 어떤 의미에서는 국가에서 예산을 쓰면서 만든 기구이기도 하지만 그런 좀더 미래지향적이고 개방적인,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NGO와 같은 그런 정신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인권위원장 김창국: 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구이지만, NGO와 국가기구 그 중간에 위치해 있는 기구라고 생각합니다.

천정배 위원: 또한 인권 문제라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그 사회의 약자나 소수자의 문제일 경우가 많지요. 아무래도 주류의 다수를 이루는 사람들의 인권이라는 것은 특별히 인권위원회가 보호하지 않더라도 그 사회적인 힘의 관계에 의해서 보호되는 것 아닙니까?

국가인권위원장 김창국: 다수이자 또 힘 있는 사람들은 인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그것을 방어하고 물리칠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수자는 그런 힘이 없지요. 그래서 인권위원회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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