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릿속이 휭하다. 탤런트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는 외면하고 싶은 책이다.
한국의 인자한 어머니 상으로 인상 깊은 김혜자씨는 이 책을 쓰기 13년 전 유럽으로 가려다가 아프리카로 행선지를 바꾼 이후 온 세계를 다니면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하여 꼬박 1년 넘게 칩거했다고 한다. 그만큼 고통이 서린 책이다.
짐승의 뼈가 굴러다니는 메마른 땅에 생명을 받아 태어나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 바라볼 수밖에 없는 어른들. 전쟁과 착취의 고통 속에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살고 있는 사람들. 18살에 반군이 되어 각종 악행을 장난치듯 저지르는 소년병들.
잔혹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은 차라리 소설이기를, 거짓말이기를 바랐다. 외면하면 없어지는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나라에 결식아동이 30만 명이라는데 나라 밖에까지 신경 쓰는 것이 의미 없다고 하는 사람들. 목숨에도 친소관계를 적용해야 할까.
다리 아래서 바짝 마른 채 먹이를 찾아다니는 애완용 개를 보았다. 원래 흰색이던 털은 더러워져 있었다. 죽으려면 얼마나 오래 굶주림을 겪어야할까 가슴이 아팠다. 개도 배고픔의 고통에 시달리는 걸 보면 가슴 아픈데 개 아닌 사람이 하루에 3500명 굶어 죽어가고 있단다. 하루 이틀만 그런 것이 아니고 매일 3500명씩.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얼른 찾아보게 하는 책이다. 돕지 않으면 그들은 계속 죽는다. 어쩌면 좋을까.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오래된미래,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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