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에 출범 선언한 사립학교법 개정 운동

17대 국회 앞 첫번째 개혁 촉구 집회 열려

등록 2004.06.20 06:00수정 2004.06.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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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 교직원들의 한이 많아 하늘이 울기 때문입니다."

집회 사회자는 사립학교법 개정 집회를 할 때마다 비가 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6월 19일(토) 오후 3시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사학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 촉구 교육주체 결의대회'는 때아닌 태풍의 북상으로 참가자들이 아스팔트에 앉은 채 비를 맞으며 시작됐다.

a 사립학교법 개정 구호를 외치고 있는 13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

사립학교법 개정 구호를 외치고 있는 1300여명의 학생과 교사들. ⓒ 박정훈


"폼나게 학교 하나 차려놓으면 3대까지 배터지게 살 수 있다고. 아버진 이사장, 아들은 교장. 사돈의 팔촌까지 불러들이네. 쓱싹쓱싹 긁어긁어 훌쩍훌쩍 다먹었네."

'사립학교 횡령쏭'에 맞춘 율동으로 시작한 집회는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지는 와중에도 참가자가 점점 늘어나 오후 3시 30분쯤에는 1300여명으로 불어났다.

열린우리당 비판 연설로 집회 포문을 연 박경양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열린우리당은 국민이 개혁하라고 제1당으로 만들어줬더니, 국민 고마운 줄 모르고 사립학교법 개정에 소극적이다"라며 "열린우리당이 교육개혁의 핵심인 사립학교법 개정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유기홍 열린우리당 교육상임위원이 나서 "초선 의원인 만큼 결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최순영 민주노동당 교육상임위원은 "우리 당 10명의 국회의원은 전원 사립학교법 개정 의원발의를 하겠다"고 선언해 대회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a 인천외고 교사와 학생들이 나와 "다시는 우리 같은 학교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천외고 교사와 학생들이 나와 "다시는 우리 같은 학교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박정훈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2명의 교사가 파면되어 집회, 수업거부, 휴교령,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천외고 교사와 학생들이 연단에 올라온 때였다.


훌라후프에 '사·립·학·교·법·개·정'이라고 써붙여 무대에 들고 올라온 인천외고 2학년 노아무개군은 교사 2명의 파면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며 "다시는 우리처럼 사립학교법 개정을 외치는 학교가 없어야 한다, 우리가 마지막 학교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교육부 특별감사 결과 해방 이후 최대의 사학비리로 알려진 동해대 교수들의 사립학교법 개정 투쟁 선언이 있었으며, 학원민주화 투쟁 끝에 사립학교법 개정이 학원민주화의 완성임을 절감했다는 서울 인권학원과 그리고 동일학원, 용화학원, 경기도 디지털미디어고 교사들의 투쟁 사례가 보고됐다.

오후 4시 50분경 집회를 마친 대회 참가자들은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 결의문을 낭독하고 "열린우리당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변질시키며, 사립학교 문제를 책임지고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학청산법,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을 통한 사학의 영리법인화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교육개혁 정책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사학의 자율성 운운하며 사학자본가들을 두둔하며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는 '일하는 국회'를 선언하고 나서도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는 17대 국회를 향해 표출된 첫번째 국회 앞 대중집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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