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장관님, 요즘 심기 불편하십니까?

[取중眞담] 조영길 국방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등록 2004.07.09 11:01수정 2004.07.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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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언론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오마이뉴스가 언론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마이뉴스>라는 것이 언론기관인지 뭔지 정체를 잘 모르겠다."
"비판에도 격조가 있고, 비판에도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적대감을 깔고 악의적으로 비판하는 것…."


조영길 국방부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마이뉴스>를 향해 일갈한 말입니다. 이날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이 군사법원 폐지를 강조하면서 <오마이뉴스>가 연재하고 있는 '군 사법을 고발한다'는 기획기사를 법사위장에서 펼쳐보이자 나온 반응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격조와 진실성이 결여됐습니까

우선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를 쓰고 있는 담당 기자로서 '격조와 진실성이 없다'는 조 장관님의 비판에 대한 이견부터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기획기사는 지금까지 4차례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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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법개혁 1]살인범 '징역 10월' 감형 조치...군 지휘관 사면권, 대통령 뺨친다

첫 번째 기획기사는 <살인범을 '징역 10월'로 감형 조치/군 지휘관 사면권, 대통령 뺨친다>는 제목으로 법형평성 해치는 '확인조치권'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군사법정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 이면에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비견되는 군 지휘관의 '사면권'의 폐해를 지적한 기사였습니다.

두 번째는 <'똥별'은 결코 지지 않는다>는 제하의 기사로 군 장성에게 유독 관대한 군사법정의 문제점을 다뤘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지난 91년부터 2002년까지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았던 군 장성 사법처리 결과의 일부를 발췌한 기록을 제시하면서 장성이 연루된 뇌물사건은 거의 기소유예로 종결된 사실을 보도, 군사법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세 번째 기사는 지난 2003년 군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육군복지단 상납사건'의 뒷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육군복지단의 회관장이었던 성00 전 원사만을 구속하고, 그가 횡령한 돈을 상납받거나, 이같은 사실을 지시·묵인한 군 장성들에게 면죄부를 준 군 수사기관과 군사재판을 비판한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기획기사는 <'육사'는 살아남고 '비육사'는 콩밥 먹고>라는 제목으로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이 인사 차별 뿐만 아니라 '사법 차별'까지 받고 있는 현주소를 고발한 기사입니다.


조 장관님께 되묻고 싶습니다. 숨겨져 있었던 구체적인 사실과 통계에 기초한 이 네 편의 기사의 어떤 부분에서 격조와 진실성이 떨어지는지 말입니다. 혹시 기사 제목에 '똥별'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신 것은 아니었는지요. 그렇다면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기사에서 '똥별'이라고 지칭한 대상은 부패에 연루됐으면서도 왜곡된 군사법제도에 의해 면죄부를 받은 일부 군장성들을 일컬으며, 이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 장병들의 명예조차 실추시키고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합니다. 표현보다는 기사 내용의 진실성에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오마이뉴스> 기획기사 자체에 대한 조 장관님의 비판보다는 이를 통해 드러난 장관님의 군사법제도에 대한 안이한 문제의식입니다. 또 군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군내부의 반발을 대변하신 것같아 씁쓸하기조차 합니다.

a 지난 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국방부 법무관리관, 고등군사법원장, 검찰단장, 육군법무감, 해군법무감, 공군 법무감.(오른쪽부터)

지난 8일 오후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국방부 법무관리관, 고등군사법원장, 검찰단장, 육군법무감, 해군법무감, 공군 법무감.(오른쪽부터)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군사법의 형평성이 실종된 현주소를 직시해주십시오

<오마이뉴스>가 이번 기획을 통해 지적하고자하는 바는 '전시(戰時)'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기반한 군 사법제도가 평시에 '軍 비리'를 은폐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군사법의 형평성을 현격히 해치고 있고, 사법정의에도 반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결국 군 지휘관에 좌우되는 형해화된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검찰권의 독립 등을 통해 군의 자정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각종 부패 등으로 얼룩진 군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는 고언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 의문사진상규명위가 사법개혁위원회 등에 밝힌 입장과 그 맥락을 같이합니다. 심지어 청와대까지도 군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한 이와 비슷한 견해를 하나의 방안으로 사개위에 밝힌 바 있고, 국회 법사위장에서 한나라당 의원까지도 군사법원의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조 장관님께서는 이날 법사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군사법원 폐지 주장을 일축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군사법원은 평시를 목표로 만든 것이 아니라 전시를 전제로 만든 것이고, 헌법에 명기된 사항이다. 또 평시에 문제, 편의성만 가지고 군사법원을 폐기하면 갑자기 위기가 닥쳤을 때 법률시스템이 없는 군이 어떻게 빨리 법률시스템을 만들 수 있겠느냐. 군사법원을 폐지하자는 말은 현실성이 없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평시 군사법의 수많은 폐단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전쟁 중 사법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전시군사법특례 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전시에는 일반법원도 군사법원으로 동원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방장관님의 이번 발언과 관련, 지난달 16일 열린 '군무회의'에 주목합니다. 당시 일부 군 장성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군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혹시, 조 장관님의 발언은 군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군 지휘부의 이같은 반발을 대변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결국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에 대한 조 장관님의 부정적 입장은 유독 군 내부만이 개혁에 둔감하다는 반증입니다.

군 최고통수권자가 인터뷰한 언론이 '정체 불명'이라고요

이번 일을 계기로 조 장관님의 왜곡된 언론관의 한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 장관님께서는 "오마이뉴스라는 것이 언론기관인지 뭔지 정체를 잘 모르겠다"고 발언하셨습니다. 이는 오마이뉴스를 언론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이겠습니다.

군의 최고통수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뒤 처음으로 인터뷰를 한 곳은 <오마이뉴스>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습니다. 지난 대선 때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뿐만 아니라 당시 여권의 주요인사, 그리고 민주당의 모든 대권주자들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했고, 참여정부 들어서 강금실 법무부장관 등 각 부처 장관들이 오마이뉴스를 매개로 네티즌들과 만났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31일에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세계신문협회(WAN)에 초청돼 '디지털시대 신문의 신뢰성-새로운 도전과 새로운 대답' 제하의 첫번째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전세계 언론이 '오마이뉴스의 실험'을 주목했고, 뉴욕타임즈·뉴스위크 인터넷판·르몽드 등도 이미 오마이뉴스를 인터넷 언론의 성공사례로 대서특필한 바 있습니다.

조 장관님의 말대로라면 이분들이 '언론기관인지 뭔지 정체를 모를' 곳과 인터뷰했고, 세계신문협회에서 초청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방부 출입기자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일국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최정점에 위치한 국방부가 정체도 모를 기자를 출입기자로 등록해주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조영길 국방장관님께 되묻고 싶습니다. 비판에도 격조가 있고 진실성이 있어야 합니다. 혹시 조 장관님 스스로가 사실상 공인된 언론매체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정체불명'이라고 비하한 것은 아닙니까. 게다가 사회 각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군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유독 국방부만이 눈감고 있는 건 아닙니까.

조 장관님의 이날 발언은 <오마이뉴스> 뿐만 아니라, 현재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3만2000여명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말입니다. 그간 기획기사를 써온 기자 개인의 자격으로, 또 법인의 명의로 조 장관님의 공개사과를 정식으로 요청합니다.

아울러 현행 군 사법제도가 왜 개혁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연속기사를 통해 계속해서 제언 드리드록 하겠습니다.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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