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사립재단에 짓밟힌 교원들의 교권 실태

등록 2004.07.20 17:59수정 2004.07.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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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외고 교사 파면 사태로 사립학교 교원들의 교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사립학교 재단에 문제가 있으면 있을수록 이들 교원들의 교권은 더욱 더 철저하게 무시되기 마련이다.

별다른 이유와 설명도 없이 재단에 의해 월급을 착복 당하기도 하고, 입시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부당 전출을 감수해야 하며, 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재단으로부터 갖가지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사립학교 교원들. 이들에게 인천외고 교사들의 파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사립학교에 교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교권은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들의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그 교권이 이제는 재단에 맞섰다는 이유로 괘씸죄까지 더해져 상식 밖의 대접을 받고 있다. 사립학교의 열악한 교권 실태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음악 전공자가 유아교육과 교수를 하게 된 사연

2004년 2월 17일 <인천일보>에는 김포대의 입시부정 사건과 유령 이사회 폭로기사가 실렸다. 이 학교 교수들은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으나 교육부는 아직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2001년 입시 당시 부정채점 의혹을 제기하여 생활음악과에서 유아교육과 교수로 부당 전출된 송 아무개 교수를 만나보았다.

- 원래 전공이 무엇이며, 김포대에서는 어떻게 근무해 왔나?
"학부에서는 피아노를, 대학원에서는 음악이론을 전공했다. 현재 음악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이수중이다. 1996년 개교 당시에는 음악과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유아교육과 교수로 임용된 상태에서 98년에 생활음악과를 개설하였다."

- 음악과 교수에서 유아교육과로 다시 가게 된 사유는?
"2001년 생활음악과에서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일보 2004년 2월 17일에 보도된 바 있다. 당시 과목별 만점이 100점이었는데, 화성악 시험만 규정을 어기고 400점 만점으로 채점하였다. 그 결과 입학정원이 18명인데, 화성악 지원자 중 43명 중 10명이 합격한 반면, 연주실기를 치른 217명 중에는 8명밖에 합격하지 못했다. 이에 입시사정회에 참가한 일부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하여 입시사정회가 2차례 연기되는 파행이 있었다. 그 후 2001년 생활음악과 입시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으나 징계를 하지 못했고, 유아교육과 교수로 강제 발령받았다."


- 유아교육과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며, 전보발령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생활음악과에서는 내 전공 과목을 가르칠 수 있었지만, 유아교육과에서는 아주 초보적인 피아노 교육만 할 뿐이다. 더욱 큰 문제인 것은 이것이 입시비리를 폭로한 나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이다. 현재 유아교육과는 학생수 102명에 전임교수가 4명이고, 생활음악과는 학생수 240명에 전임교수가 1명이다. 그나마 1명조차 최근 행방이 묘연하다."

7월 13일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교육부에 ▲김포대학 이사회의 적법성 여부 ▲이사회 회의록 조작시 임시이사 파견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 ▲98년부터 현재까지 이사회가 결정해 집행한 사항의 적법성 여부 ▲김포대학 특별감사 실시여부 및 감사결과에 대한 공개여부 등 4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였다. 교육부가 사립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항상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 방치해 왔다는 세간의 비판이 과연 김포대학에도 적용될 것인지 사태의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a '비리 척결' 오십리길 걷기. 지난 해 7월 동일학원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에서 출발, 서울시 교육청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비리 척결' 오십리길 걷기. 지난 해 7월 동일학원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에서 출발, 서울시 교육청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2. 가족 생이별 강요한 무정한 학교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동일학원은 2003년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를 받아 15억원대의 부당회계를 지적받고 시정 과정에 있는 학교이다. 학교 당국은 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구한 전교조 측 교사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괴로움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반휴직을 불허당하고 생이별 근무 중인 동일여고 박 아무개 교사(40세, 수학)를 만나보았다.

- 왜 동반휴직을 신청하였으며, 학교 당국이 동반휴직을 불허한 사유는 무엇인가?
"남편이 해외 근무 발령이 나서 신청했다. 학교 당국은 학부모들이 강사선생님들의 수업에 불만을 표시했으며, 교감선생님은 학생 지도면에서 강사선생님들의 능력부족을 들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휴직한 선생님을 대신하는 사람을, 기간제 교사로 발령하지도 않고 불가피한 경우에 채용해야 하는 시간 강사로 대우하고 있으며, 2003년보다 2004년 현재 시간강사수가 현격히 늘어났다. 또한 전임교사의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전교조 소속 전임교사들을 담임에서 배제하고, 희망한 적이 없는 기간제 교사를 배정하고 있다. 학교측의 설명은 합당한 이유가 아니다."

- 동반휴직 불허로 인해 느낀 심리적 상처와 생활상의 고통은 어떤지?
"가족이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본연의 욕구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한다면 그래도 받아들이고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교사 개인 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주는 일을 원칙도 없이 수시로 바꾸고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당연히 허가가 되는 동반휴직이 사립학교에서는 교장, 교감의 말 한마디로 불허되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 떨어져 있는 매일 매시간 견딜 수 없는 그리움과 고통을 느낀다. 보고 싶다는 말과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왜 함께 하지 못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다."

- 만약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동반휴직이 허가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나?
"갑자기 타당성도 없는 이유를 대면서 동반휴직이 안된다고 하니, 전교조 조합원이기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동반휴직 허가의 문제를 원칙도 없이 수시로 바꾸고 마음대로 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생각한다."

동일학원의 동반휴직 불허는 합당한 조치인지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담당 주영림 장학사에게 문의해보았다. 답변은 "공립학교에서는 배우자가 출장, 파견, 유학시 증빙서류만 있으면 동반휴직을 허가하도록 되어 있는 사항"이라는 것. 정재선 인사담당 직원 역시 "사립학교 교사도 공립학교 교사와 권리가 같으나 구체적인 것은 정관에서 다루게 되어 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답변에 대해 학교당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기자가 문의 전화를 하자 동일여고 박모 교장은 "학교 안에 이런 저런 문제들이 있어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론을 하고 싶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동일학원은 최근 2004년 인사위원회가 심의한 담임 배정을 전교조 교사라고 배제시킨 문제로 서울지방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되었다. 또한 연초에는 교육청에 학교 예결산운영위원회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민원서를 냈다고 교사 3명이 학교장에 의해 경찰에 고발되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학교장은 또 다시 3명의 교사를 교원노조법을 비롯한 4가지 법률 조항으로 경찰에 고발조치하는 등 학교 비리를 둘러싼 2003년 갈등 이후 교사들에 대한 고소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3. 동해대의 가난한 대학 교수들

해방 이후 최대의 사학비리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해대 교수들은 지난 4월 이후 한 푼도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동해대교수협의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 교수(43세)를 만나 그동안의 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선망의 직업인데 동해대 교수들의 월급은 어떠했는가?
"2000년에 동해대에 월 94만원을 받는 인턴교수로 부임했다. 수도권에서 생활하다 강원도로 오니까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1년간 하는 것 봐서 채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당시 서류상으로는 임금을 연 1800만원 지급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차액을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떼어먹었던 것이다.

2001년에는 연구수당 20만원을 포함해서 월 200만원 정도를 받았고, 2002년 2월부터는 올해 3월까지는 연구수당과 보너스가 사라져 월 160만원 정도 받았다. 지난 3년간 동해대 교수와 직원들의 월급을 떼어먹은 돈이 총 30억원에 이른다. 지금 재판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 박사학위까지 받은 대학교수들이 초중고 교사보다 훨씬 적은 수입으로 생활하면서 고생이 많았을텐데?
"주변 사람들은 대학교수니까 생활에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자괴감이 심각했다. 학회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기에 위축되고. 무엇보다 학자로서 맘 고생이 심했다. 연구지원비가 일체 없고, 외부 연구 용역을 발주 받아오면, 홍희표 총장이 학교통장에 돈을 넣어놓고 제 때에 지급하지 않고, 그 돈을 다른 통장에 넣었다 뺐다 하느라고 제 때에 연구비가 나오지도 않았다. 참고 참다가 작년 12월 4일 교수협의회를 구성하고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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