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은 무엇으로 파란을 일으킬까

[인터뷰] 통신공룡 KT의 포털 '파란' 이끄는 송영한 KTH 사장

등록 2004.07.28 15:18수정 2004.07.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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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한 KTH 사장
송영한 KTH 사장오마이뉴스 남소연
벤처전문 업체들이 지배해왔던 국내 포털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겠다며 도전장을 낸 ‘파란’.

통신공룡 케이티(KT)의 자회사 케이티에이치(KTH)가 지난 17일 개설한 포털 사이트 ‘파란닷컴’(paran.com)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5대 스포츠지와의 뉴스 독점 계약 등을 체결, 뚜껑을 열기도 전에 네티즌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가입자 수도 ‘0’이 아니라 한미르와 하이텔, 메가패스의 기존회원 3000만명(중복가입자 포함)을 안고 시장에 진입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T라는 거대 통신업체의 후광에 힘 입어 풍부한 자금은 물론 유무선 통신과 방송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파란’의 등장에 잔뜩 긴장한 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개시한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장의 파란은 눈에 띄지 않는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란’은 방문자 수나 페이지 뷰 등 지표상의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미르 시절보다 더 못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정도라면 속이 탈법도 한 송영한(49) KTH 사장. 그러나 그는 예상외로 느긋했다.

송 사장은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7월은 ‘몸풀기’ 기간”이라며 “8월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7월은 ‘몸풀기’ 중... 8월부터 진검 승부”


송 사장은 인터뷰 내내 ‘파란’의 정체성은 순수한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1위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포털을 만드느냐”라며 “KTH의 비전은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을 모두 아우르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게이트웨이’”라고 밝혔다.

송 사장은 이를 위해 “KT그룹이 가지고 있는 유선망, KTF의 무선망, 여기에 스카이라이프의 방송 등 모든 자원을 총 동원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또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도 접할 수 있는 포털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의 강점에 대해 송 사장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조직문화"라고 단언하고, 그에 비해 KTH는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물량전에는 강한데, 이런 부분(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조직문화)이 조금 약하다”는 솔직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포털 사업에서 실패한 것도 이런 조직문화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조직의 틀을 깨고 인터넷에 맞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장이 아니라 캐주얼 차림이었던 송 사장은 “여기(KTH)에 오기 전에는 정장을 입고 다녔지만 작은 것부터 기존의 틀을 깬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입은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KTH가 당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합병(M&A)가능성에 대해 송 사장은 “빠른 시일 내로 약점을 보완해야하지만, 아직 게임이라든지 검색 등 특정 분야를 정한 것은 없다”며 “다양한 업체들과 수평적, 수직적 협력관계를 통해 창조적인 사업거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만 말해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송 사장은 또 논란을 빚었던 고가의 스포츠지 독점 계약에 대해서 “대략 700여명의 기자가 생산하는 뉴스 콘텐츠의 가치와 우리가 받기로 한 뉴스의 종류와 양을 볼 때 결코 비싸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뉴스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페이지 뷰를 올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영한 사장과의 일문일답.

오마이뉴스 남소연
- 서비스를 개시한지 1주일여가 지났는데 방문자 수나 페이지뷰는 만족할만 한가.
“처음 사이트를 연 이후에 트래픽이나 방문자수는 오르고 있다. 우리가 후발사업자이다 보니까 지금은 일단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어차피 지금은 여러 가지 버그도 있겠고 가능한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7월은 몸풀기 기간이라고 한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8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갈길이 멀다. 초기 프로모션에 집중을 하겠지만 한번에 페이지뷰를 올리는 일회성 이벤트는 하지 않을 것이다.”

- 하이텔, 한미르, 메가패스 등 기존 가입자 3000만명을 기반으로 시작했는데.
“기존 가입자 기반은 꽤 많은데 활동성이 약했었다. 한미르나 하이텔은 실제 이용하는 ‘액티브 유저’가 적은 편이었다. 그동안 투자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사실상 한미르와 하이텔을 통합시켰다고 하지만, 단순 통합이 아니라 완전히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봐야한다.”

- 기존 가입자들은 사이트에 많이 방문하는 편인가.
“옛 아이디(ID)를 파란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가입자들로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화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오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집계된 것으로 보면 전환가입자보다는 신규가입자가 훨씬 많다. 이용하는 분야도 게임이나 음악 등 한 분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다양한 분야를 이용하고 있다.”

업계 1위 목표도 중요하지만 어떤 포털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

- 지금까지 대기업들이 포털 사업에 많이 뛰어 들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KT는 왜 포털사업에 뛰어 들었나.
“KTH가 포털사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의 정체성을 순수한 포털사업자로 보지 않는다. 우리의 비전은 ‘디지털 멀티미디어 게이트웨이’다. 장기적으로 KTF, 스카이라이프 등 자회사와의 콘텐츠 통합 서비스를 통해 유무선, 통신방송을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포털 업계에서 1위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어떤 포털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KT그룹을 보면 KT가 유선, KTF가 무선, 스카이라이프가 방송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역량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수익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새로운 부가서비스를 여기에 얹어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다양한 디지털콘텐츠를 유선과 무선 등 다양한 네트워크와 핸드폰, PDA, PC, 휴대인터넷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지 단순한 포털사업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포털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이다. 또 게임, 음악 등 콘텐츠 역량을 강화해서 포털을 지원하고 KT그룹 전체의 유선, 무선, 방송 등 자원을 총 동원해 소비자 이익을 증가시킬 것이다.”

- 향후 포털 사이트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보는가.
“통신과 방송, 유선과 무선 통합 흐름에 맞춰 이것들을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포털이 진화해 갈 것이다. 다음이나 네이버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포털로 전문화, 특화되어 갈 것이다. 우리도 약점을 보완해야겠지만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 그렇다면 유무선, 방송통신이 융합된 포털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가능해 지는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이용해서나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앞으로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할 것들이다. 이제 막 유선 쪽을 시작했지만 이런 방향을 지향해 나갈 것이다.”

“새 패러다임의 포털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이용 가능”

오마이뉴스 남소연
- 유무선 통합에 KTF의 ‘매직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걸림돌이 되지 않나.
“어차피 KTF도 그렇고 KTH도 상장기업이다. 이 문제는 임의대로 할 수 없고 비즈니스 논리로 움직이는 것이 맞다. KTF도 SK텔레콤과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어떻게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관점, 비즈니스 논리 차원에서 정리가 될 것으로 본다.”

- 그동안 대기업들이 포털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원인을 뭐라고 보나.
“조직 문화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강점은 유선과 무선 네트워크, 방송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약점은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조직문화가 약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이고 빠르고 진취적인 것이 핵심이다. 우리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물량전에는 강한데 이런 부분이 조금 약하다.”

-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KTH에 오기 전까지는 정장을 입고 다녔는데 여기 오고 나서는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다닌다. 이처럼 기존의 틀을 깨고 인터넷에 맞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시장에서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 체질화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변화관리과제’라고 해서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먼저 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경영비밀에 해당하는 부분만 빼고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공유하려고 한다. 또 조직의 위쪽에 몰려있는 권한을 대폭 내려 줄 것이다. 빠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과 고객에 가까이 있는 쪽으로 권한을 내려줘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런 여러 가지 입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업계에서는 대기업포털과 전문포털 업체간의 경쟁 구도에 대해 긴장하는 눈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있다.
“사실 KTH는 후발사업자다. 다음이나 네이버, 네이트가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의 진단이나 지적이 맞는 부분이 있다. 이들 경쟁사가 가지고 있는 창의적인 조직문화 등의 강점이 훌륭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파란’에 대해 우려반 기대반이라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우리가 하기나름이라고 생각한다.”

"M&A는 모든 가능성 열고 다양한 협력 관계 구축할 것“

- 빠른 시간 안에 경쟁력을 확보하고 약점을 보완하기위해 인수합병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있나.
“M&A는 열번 시도해서 한번 성공하면 다행인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빠른 시일내에 약점을 보완해야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필요한 부분이 여러 가지가 있다. 뛰면서 생각할 것이다. 게임 분야에 대해서 M&A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게임이라는 분야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M&A대상으로 특정 아이템을 정해버리면 가능한 경우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KTH 내부에 모든 것을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정사업자와 제휴를 할 부분은 그렇게 하고 사업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고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우리의 기술센터로 둘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브랜드, 영업력 등을 가지고 여러 기업들과 수평적, 수직적 협력관계를 만들고 창조적인 사업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핵심 경쟁력 강화에는 이처럼 여러 가지 수단이 있는 만큼 탄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 하반기에만 1000억원 정도를 투입할 것이라는 등 물량공세를 예고하고 있는데.
“1000억원이라는 것은 와전된 이야기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이 그 정도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 우리가 직접 이야기한 것은 없다. 그래도 향후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인수합병(M&A) 자금까지 합하면 그 정도는 될 것이다. 그런데 기업은 성장성 못지않게 수익성도 중요하다. 특히 시장에서는 수익성에 관심이 많다. 약점을 보완하고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할 것이지만 무모한 물량공세는 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비용대비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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