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수가 '비리혐의 기초의원' 선처 서명 독려 물의

무안군 부군수, 청내방송 지시... "자유 의사 맡겼다" 해명

등록 2004.07.28 18:31수정 2004.07.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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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무안군의회 명의로 작성된 동료 의원 선처 탄원서

무안군의회 명의로 작성된 동료 의원 선처 탄원서

지방의 부군수가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의장단 선출과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기초의원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 서명 작업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와 함께 해당 군의회도 비리혐의로 구속된 동료의원 구명 운동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전남 무안군 강모 부군수는 지난 27일 오후 군청 자치행정과 모 계장에게 최근 구속된 군의원의 탄원서 서명에 협조해 달라고 전 직원들을 상대로 청내 방송을 하게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조 무안군지부 등은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직자를 감싸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강모 부군수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반발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다음날 오후 무안군 농민회 임채점 회장 등 농민회원 10여명이 부군수를 항의 방문해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무안군의회, 구속 동료의원 구명 주도의혹

이 자리에서 강 부군수는 “외부에서 주도하는 서명 운동을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농민회원들의 계속된 항의에 “선처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직원들의 자유의사에 맡겼을 뿐 강요한 적은 없다”며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며 서명을 독려한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그는 “이웃이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도와 주는 것이 미덕이라고 순간적으로 판단했으나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될지 예상 못했다”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무안군 농민회 조민주씨는 “공직사회가 부정 부패에 행위에 대해 구명 운동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일 뿐 아니라, 구속된 군의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도 끝나지 않은 시점에 서명 작업을 벌인 것은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무안군이 부정 비리에 연루된 군의원을 감싸고 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군수가 직원들 앞에서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농민회, 공직사회가 부정부패 보호


이런 가운데 이날 농민회원들의 요구로 무안군이 공개한 탄원서 내용이 또다시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A4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 표지에는 무안군의회가 탄원인으로 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자 농민회원들은 군의회가 비리를 저지른 동료 의원 구명 운동을 주도했고 무안군이 이에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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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거배

‘광주지법 목포지원 재판장 귀중’이라고 작성된 탄원서에 따르면 “피고 김모 의원은 죄는 크지만 그동안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고, 군의원으로 주민 숙원사업 해결에 남다른 열정을 쏟는 등 개인의 명예보다 투철한 봉사 정신의 소유자”라며 선처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군의회가 탄원서 서명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자 군농민회원 10여명은 이날 군의회 의장실로 몰려가 군의회 의장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현재 무안군의회 이모 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은 휴대 전화까지 끈 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다만 무안군의회 김모 의원은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와 관련 서명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무안군의회 의회사무과 관계자는 “의원 7명 모두 연락이 안되고 있다”며 “탄원서는 군의회와 무관하고 한 주민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안다”며 군의회 차원에서 작성했다는 농민회 주장을 일축했다.

공노조, 해당 의원 자진사퇴 촉구 파문 확산

그러나 지난 26일 탄원서가 작성된 다음날인 27일 무안군의회는 “의장단 선출과 관련해 좋지 않은 모습은 보인 것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내용의 대군민 사과문을 무안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었다. 이에 대해 무안군농민회는 “군의회가 새롭게 태어나겠다며 지역민들에게 사과해 놓고 비리 혐의 동료 의원 구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주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무안군지부(지부장 정철주)와 무안군농민회(회장 임채점)는 성명을 통해 “의장 선거를 치르면서 의원 2명이 금품 수수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부정으로 얼룩진 사실이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어 “군민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해당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할 것과 군의회는 책임을 물어 제명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어 27일에도 목포경실련 무안군민회(회장 조순형)도 성명을 통해 무안군의회 각성을 촉구하는 등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지난 22일 무안군의회 이모(56), 김모(48) 의원을 뇌물공여 및 수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무안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둔 지난 6월 29일 자신의 지지를 부탁하며 김 의원에게 3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을 받은 김 의원은 다음날 김 의원에게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치러진 장단 선거와 관련 금품살포 의혹이 제기되자 무안군의원 9명 전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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