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오토바이는 미끄럽다며 차를 잡아준 파출소 직원과 연탄차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김규환
그러나 세상은 변하게 되어 있다. 아니 그 빠른 속도를 허겁지겁 따르기에도 무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본격적으로 연탄과 애처로운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첫 인연은 학력고사 성적에 따라 각자 갈 학교와 학과를 선택하고 2차로 논술고사를 보던 날 일어났다. 시험당일에 고양시 화전동에서 출발하여 수색-응암동-녹번동-홍제동-서대문-서울역을 거쳐 서울시경-청계천-용두동-안암동로터리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는 동안 펄펄 날리는 눈발에 차가 거북이 걸음을 한다.
시간에 쫓겨 안절부절 차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통에 안암 동부 파출소에서 잡아준 시커먼 연탄 차가 학교 안까지 태워다주어 45분이나 늦었는데도 간신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던 웃지 못할 사건이다.
다음은 소위 닭장 집에 얽힌 일화다. 8월 중순에도 형제들 네 명과 두 형수님 그리고 직원 두 명이 함께 운영하던 공장 기름때가 싫어 2학기 준비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일찌감치 밥이라도 얻어먹고 천원을 받아 들고서 학교에 갈 참이었다.
중학생인 여동생도 등교를 서둘렀다.
“야야~일어나~”
“응~”
“얼른 일어나라니까. 학교 늦겠다.”
“알았어.”
“니가 먼저 씻어야 내가 세수를 하지….”
프레스와 자동기계가 쿵쾅쿵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새벽부터 돌아가는 공장에서 기거하던 큰형 내외에게 느지막이 밥 달라고 했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뻔하기 때문에 8시까지 시간을 맞춰 안집에서 나와야 한다.
“글면 나 먼저 머리 깜을게.”
잠시 뒤였다. 가방을 챙기는 동안 머리를 감던 동생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물이 엎질러지고 쨍그랑 소리가 들린다.
“왜?”
“몰라 그냥 어지러워.”
간신히 수습을 하고 방으로 들어온 동생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도 다시 스르르 넘어진다.
“야! 왜 그래?”
“몰러.”
“가만 있어봐. 오빠가 잡아줄테니 같이 나가자.”
가방을 들고 밖에 나가 있는 동생은 다닥다닥 붙은 닭장집 문을 잠그는 동안 입구로 나가더니 두세 걸음을 못가 뒤뚱뒤뚱 술 취한 듯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흙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옷은 온통 먼지를 뒤집어썼다.
“야, 잠깐 기다리라니까.”
“오빠, 나도 기다릴라고 했어.”
“알았다. 그러면 잠시 방에 가 있자. 가서 누워 있어.”
부축하여 방으로 끌고 들어가 이불을 덮어주고 문을 꼭 닫고 600여 미터 앞쪽에 있는 형네들에게로 갔다. 아는 사람이 몇 분 있었지만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면서 비몽사몽 걸어갔으니 상대방이 걸어오는 말에도 응답을 할 수 없었다. 3~4분이면 갈 수 있었던 거리를 10분쯤이나 허비해서 도착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