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무장? 글쎄... 거실내 CCTV설치는 절대 반대"

[재소자들 인터뷰] "시설 좋아지면 갈등 줄어들 것"

등록 2004.08.13 08:48수정 2004.08.16 15:59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11일 광주교도소에서의 인터뷰에 응한 재소자 5명중 4명은 비슷한 의견이었다. 재소자가 교도관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교도관들도 무장을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동료수용자들의 진정, 고소·고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진정 경험이 있다는 1명은 대전교도소 사건은 예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교도관들의 무장이나 재소자와 교도관을 분리하는 방어막 설치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또 무의미한 진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징벌방이 두렵지 않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같은 의견이었다.

대전교도소에서 1년, 대구교도소에 2년6개월째 살고 있으며 출소가 3개월 남은 A씨.

"오래 징역사는 사람들은 가족수발이 안 돼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10일 광주교도소를 방문한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총 5명의 재소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10일 광주교도소를 방문한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총 5명의 재소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전 교도소 사건 듣고 어떤 생각이었나.
"죽인 사람이 원래 형기도 많았을 텐데 추가형을 받게 됐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사람 심정 이해되는 부분 있나.
"그렇다. 징역 많이 받는 사람들은 가족 수발도 안되고 해서 요구는 많이 하는데, 교도소 직원들은 해결을 해주기 어렵다."

- 인권위에 진정을 낸 적이 있다는데.
"징벌 받던 중에 영치해 놓은 옷가지 몇 개를 잊어버렸다. 찾아달라고 했는데 찾지를 못했다. 그래서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교도관을 고소하려 했는데, 징벌 받는 중에는 고소장 집필허가가 안나기 때문에 인권위에 진정을 한 것이다. 나중에 고소하기 위한 증거물이 된다. 그런데 내 책임도 있고 해서 고소는 안했다."


- 다른 사람들 진정사유는 어떤 것들인가.
"벌레 나온다는 이유, 반찬이 시원찮다고 해 진정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 반찬이 안좋은 것은 사실이다. 집 가까운 데로 옮겨달라는 요구에 대해 진정할 때가 많다. 말도 안되는 사유로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 징벌방가는 게 두려운가.
"그렇지 않다. 방이 싫어서 일부러 입방을 거부하거나 작업거부 해서 독거방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 치료는 원활히 되는 상태인가.
"아프면 의사가 오든 의무과에 가든 해야 되는데 아플 때 처리가 안 될 때가 많다."

- 교도관들이 무장한다면?
"필요 없을 것 같다. 재소자들의 경우 가끔 한두명 특출난 애들도 있는데, 정말 재소자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없다. 전기봉 정도면 모를까."

- 분리할 수 있는 철망은?
"그렇게 위험한 사람들 없다. 대전 같은 사례는 아주 특이하다."

-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가.
"그건 사생활침해가 심할 것이다. 100이면 100,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 제일 겁나는 게 있다면?
"별로 없다. 직원들이 가만 있는데 날 때릴 것도 아니고, 재소자들한테 당할 정도로 약한 것도 아니고. 그런데 밤에 잘 때 갑자기 젓가락으로 공격하는 또라이들이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다."

- 자살시도 하면 교도관들이 막을 수 있나.
"반반이다. 재수 없으면 걸리는 거고. 그런데 정말 죽으려는 게 아니고 쇼다."

- 재소자들의 교도관 폭행을 막는 방법이 뭐라고 보나.
"징벌을 먹으면 왜 그런가, 입실거부가 많으면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생각해 줘야한다. 그에 대해 면담을 요청하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다독거려 줘야한다. 힘으로 하려하면 안된다. 재소자들이 약자 아닌가."

- 인권위에 기대를 많이 하나.
"아는 사람들은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뷰를 마친 재소자가 교도관과 함께 자신의 사동으로 돌아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친 재소자가 교도관과 함께 자신의 사동으로 돌아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재소자들이 약자 아닌가"

반면 무기수인 B씨는 "대전 상황을 자세히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교도관들은 우리를 돕는 것이고, 우리는 자신의 목표를 갖고 생활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급수(모범수)인 B씨는 "교도소 내에 직업훈련원이 있기는 한데 몇 개로만 제한돼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들로 확대됐으면 한다"며 "1급수가 돼야 가석방도 바라볼 수 있는데, 1급수에 대한 대우가 확대되고 사회로까지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보였다.

역시 무기수로 7년 6개월째 수용중인 C씨는 재소자와 교도관들의 사이가 나빠지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사건보다는 관규위반 등에 대해 봐 줄 수도 있는 것을 엄하게 한다고 생각할 때 틀어진다"고 전했다.

"시설 좋아지면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구에 있다 여기로 왔는데, 와보니 수도·선풍기 다 돼있다"며 "날 덥고 짜증나는데 그래도 수도시설 있고 TV 있으니 짜증이 많이 준다, 시설 좋아지면 갈등은 많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 "수형자들이라고 해서 의료보험에서 제외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갇혀있는 사람들일수록 질병에 많이 걸리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더 필요하다"며 수감자들에게도 의료보험이 적용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출소 3개월 앞두고 있으며 교도소내 청소담당인 D씨는 "일부 재소자들은 돌발적인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교도관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며 "무장을 해야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실내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반대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극인 유인촌 장관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2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울먹인 '소년이 온다' 주인공 어머니 "아들 죽음 헛되지 않았구나"
  3. 3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한강 '채식주의자'  폐기 권고...경기교육청 논란되자 "학교가 판단"
  4. 4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5. 5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