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유영철 "사체 일부 먹었다" 진술 '충격'

[중간수사발표] 검찰 "증거는 없다"... 21명 살인 등 혐의 구속기소

등록 2004.08.13 16:40수정 2004.08.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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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이동호 부장검사가 1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연쇄살인범 유영철씨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유씨로부터 `인육 일부를 먹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이동호 부장검사가 1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연쇄살인범 유영철씨 수사 관련 브리핑에서 "유씨로부터 `인육 일부를 먹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동호 부장검사)는 13일 연쇄살인범 유영철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유씨가 검찰 조사에서 범행한 사체의 일부를 4차례 먹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유씨의 진술이 사실인지에 여부에 대한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6층 소회의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씨가) '정신이 맑아진다는 기분과 자기 몸이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먹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먹었는지는 확인이 안된 사항"이라며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자택 냉장고에서 몇 개의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고 국과수에 확인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장검사는 "고기가 완전히 썩어버렸기에 유전자 식별이 안돼 인육인지는 확인이 안됐다"면서 "당시 유씨가 G마트 등에서 돼지고기를 구입한 자료 등이 있고, 인육을 먹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장검사는 "범죄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범행에 대한 자기 합리화나 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유씨의 성격적 특징에서 그런 진술이 나온 것이 아닌가 본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현재 유씨가 연쇄살인범의 특징상 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진술을 하기 때문에 반성여부를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유씨가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살인하거나 게임의 도구형의 살인이 있는데, 유씨는 후자 쪽으로 뉘우친다는 것은 거의 없다"며 "(유씨가) '검거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100명도 더 살해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유씨, 교도소 수감 중 부산 정두영씨 연쇄살인 사건 보도 영향받아"


a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수갑,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채 기자들앞에 잠시 공개된 유영철씨.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서 수갑,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채 기자들앞에 잠시 공개된 유영철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유씨는 교도소 수감 중인 2000년 6월 무렵에 월간지를 통해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부산·경남지역에서 부유층 9명을 살해한 '정두영씨 연쇄살인 사건 보도'를 상세히 접하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씨에게서 "정두영씨 사건에서 범행을 많이 착안했다", "출소하고 지난해 9월 24일 첫 번째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연습도 많이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지난 19일간의 수사를 통해 ▲유씨가 검·경찰에서 범행을 일관되게 자백, 토막살해 사건 피해자 11명의 사체를 지목한 곳에서 발견 ▲범행에 사용한 망치와 토막살해 범행장소인 피의자의 집 냉장고 외벽에서 피해자들의 유전자형 검출 ▲피의자 것으로 판명된 주택가살인사건 범행현장의 족혼 ▲범행현장에 유류된 구두밑창의 화학성분과 압수물 성분 일치 ▲사체에 나타난 상흔과 압수된 쇠망치의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는 등 확보한 증거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통화내역조회와 교통카드이용내역, 예금계좌거래내역, 컴퓨터 자료분석 등에 나타난 유씨의 활동장소와 이동상황, 범행일시, 장소의 연관성 등의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올해 7월 13일까지 엽기 연쇄살인 행각을 벌여온 유씨를 살인과 현주건조물 방화·사체손괴은익·공문서위조 및 행사·공갈·도주 등 11가지 죄명으로 구속기소했다. 유씨는 약 10개월 동안 서울시내에서 모두 17회에 걸쳐 노인들과 부녀자·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했으며, 그 중 11구의 사체는 토막 내 암매장하고 3구의 사체는 불에 태워 손괴했다.

앞으로 검찰은 유씨가 공소제기된 피해자 21명 이외에 5명을 더 살해했다고 진술하는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범행일지는 없었다... 앞으로 이런 수사결과 발표는 없길"

한편 검찰은 최근 유씨가 '범행일지'를 작성했다고 알려진데 대해 "범행일지는 없었다"고 밝혔으며, 유씨의 얼굴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검사는 "많은 국민들이 유씨의 얼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어 신중하게 검토했었다"며 "앞으로 재판이 공개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얼굴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3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참석했다. 수사를 지휘했던 이 부장검사도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삼가 조의를 표했으며, 결과발표를 끝내면서 "앞으로 이런 수사결과 발표는 없길 정말로 바란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 징후 보여"
검찰이 밝힌 유영철씨의 범행 동기

검찰은 13일 연쇄살인범 유영철씨를 구속기소하면서 유씨의 범행동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은 유씨가 어린시절 불우한 가정적·경제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반사회적 태도를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자신의 행동으로 야기된 이혼과 수감생활, 동거녀의 배신 등의 불행을 사회일반의 책임으로 전이·합리화시켜 나갔다고 보고있다. 또 검찰은 유씨가 부유층 노인들을 살해한 동기는 유씨의 어린시절 집 앞에 교회가 있었고, 그 옆 정원이 딸린 부유한 집이 있어 이를 동경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유씨 자신은 경제적·가정적 환경으로 좌절감을 느끼고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으로 변질된 상태가 됐고, 나아가 자신 스스로 경미하다고 생각해 저지른 범죄가 잇달아 중형이 선고됐다고 판단한다"면서 "이로 인해 유씨는 장기간 복역을 하게됐고 출소 직후 사회에 대한 분노표출의 일환으로 범행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검찰은 유씨가 젊은 여성들을 토막살해한 동기에 대해 "유씨 자신이 저지른 주택가 살인 사건이 완전 범죄라고 생각했는데,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자신의 범행이 발각될 것을 염려하게 된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유씨는 바로 살인 범행을 중단하고 심리적 공황상태에서 사귀게된 여자친구에게 깊은 정을 주게됐다고 한다"며 "그러나 유씨는 그 여자가 자신을 무시하고 돈을 주고 성행위를 하는 남자로 취급했다고 판단해 분노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유씨는 그 여자를 죽이려 했지만 그 경우 면식관계로 범행이 쉽게 발각될 것을 우려해 그 여자와 유사한 여성을 토막살해하게 됐다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이런 행동을 통해 유씨는 타인의 생명을 자신이 좌우할 수 있다는 자기권능감에 도취됐으며, 병적 소외감과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범행을 계속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한편 검찰은 유씨의 심리 및 정신상태를 전문가에게 면접한 결과, "피의자는 정신질환자는 아니지만 반사회적 태도를 밑바탕으로 해서 일반인들이 공감하는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불신의 바탕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체제를 가지고 있다"며 "전형적인 반사회적 성격 장애자 징후를 보이고 피의자가 범행에 대해 거짓진술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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