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지하 "지율스님 방치하는 현 정부는 무자비"

지율스님 단식 48일째, 각 단체 인사 지지 방문

등록 2004.08.16 19:01수정 2004.08.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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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율 스님이 천성산을 살리기를 위해 의료진의 진료를 거부한 채 48일째 청와대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율 스님이 천성산을 살리기를 위해 의료진의 진료를 거부한 채 48일째 청와대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는 지율스님의 묵언단식 농성이 16일로 48일째를 맞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는 김지하 시인,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등 각 단체 주요 인사 20여명이 지율스님을 지지방문하고 천성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 모으기에 나섰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인사들은 "지율스님의 몸 상태가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뒤늦게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돼서 부끄러울 뿐"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천성산을 살리고 지율스님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하, "지율스님 문제, 현 정부 무자비성 드러내"

먼저 김지하 시인은 "지율스님이 벌이고 있는 48일간의 단식을 옆에서 보면서 이 정부가 정말 독하고 무자비하다는 생각이 들다"며 "옆에서 한 생명이 죽어가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정부의 무자비성에 대해 각성을 촉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 지율스님에게 단식을 그만둬라 계속해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지율스님이 최종 목표로 했던 명분과 명제를 받아 책임 있는 주체가 이를 이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율도 애초에 거대한 정권이 무릎 꿇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이런 무자비성을 극복하는 게 지율의 애초 의도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 역시 "뜻이 있어 단식을 하는 분께 누가 감히 옆에서 단식을 하라마라 할 수 있겠느냐"며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지율스님의 모습 앞에 눈물이 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문 신부는 "노 대통령이 무릎 꿇고 사죄하기 전에 어떻게 단식이 끝날 수 있겠냐"고 반문하고, 목멘 목소리로 "지율스님에게 도움이 된다면 곁에 함께 앉아있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a 김지하 시인이 지율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 지율 스님의 건강을 걱정하며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각계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장 주변 공원에서 2시간 가량 대책회의가 진행됐다.

각계인사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장 주변 공원에서 2시간 가량 대책회의가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위한 6개월 공사 중단 요구 구체화


이날 모인 인사들은 천성산 대책위와 정부와의 협상 결렬 내용을 들었다. 이들은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위한 최소 6개월 가량의 공사 중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의 관철을 위해 정부에 전방위 압력을 행사키로 합의했다.

농성장을 찾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당 차원에서 기존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단병호 의원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지율스님 문제를 보면 현 정부에 대해 희망과 기대를 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며 "생명에 대한 괄시에서 드러나는 이 정부의 도덕성과 윤리성은 후대에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상 풀꽃세상 대표는 "천성산을 살리겠다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나 현재 부산고법에서 진행중인 재판에서 천성산의 진정한 가치가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우선 천성산을 살리겠다는 노력이 이뤄져야 지율스님이 진정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회의 이후 참석자들은 청와대 문재인 수석을 만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와 이를 위한 최소 6개월 이상의 공사중단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합의점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 스님은 오랜 기간의 단식으로 인해 건강이 극히 악화된 상태로, 오늘 동국대 강남한방병원에서 방문한 수간호사의 진찰까지 거부했다.

a 지율 스님이 혈압이라도 확인해 보자는 의료진의 진료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혈압이라도 확인해 보자는 의료진의 진료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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